열두 발자국
열두 발자국

정재승 | 어크로스 | 400쪽 | 16,800원

뇌과학적으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뇌과학이 들려주는 삶의 성찰 있어
무작정 싫다고 그만두면, 대책 없어

인간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경제학자가 바라보는 인간과 생물학자가 바라보는 인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인문학자가 바라보는 인간과 과학자가 바라보는 인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책 <열두 발자국>은 뇌과학자가 바라본 인간에 대해 기록해 놓은 책이다. 과학자가 쓴 책이라 딱딱할 것 같지만 재미있다. 청중과 소통하는 이야기로 잘 연결시키고 있다. 삶의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저자인 정재승 교수는 현재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 교수 및 문수미래전략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09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었다. 2011년에는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년 10월 마지막 토요일, 작은 도시 도서관에서 과학자의 강연기부 행사인 ‘10월의 하늘’을 진행하고 있다.

저자는 과학은 어렵지만 과학자로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과학이 도달하게 되는 우주와 자연, 생명과 의식의 경이로움을 인류 모두가 맛보아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과학은 보편적인 인간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삶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열두 발자국’은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 기업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온 뇌 과학 강연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강연 12편을 묶어 만든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의사결정, 창의성, 놀이, 결핍, 습관, 미신, 혁신, 혁명 등 인간의 다양한 행동과 그것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통해 인간을 다각도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또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의 시대, 제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혁명 등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기술 문명의 변화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는 독특하게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이다. 그는 특별히 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들 중 의사결정, 즉 ‘선택을 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마음의 병에 걸린 정신질환자들은 왜 잘못된 의사결정을 자주 하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아울러 공학적인 응용도 많이 연구하고 있다.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리면 컴퓨터가 이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인간 뇌를 닮은 인공지능(brain-inspired artificial intelligence)’을 연구하고 있다.

곧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읽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장치를 만드는 연구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책 가운데 정재승 교수가 핵심적으로 연구하는 의사결정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저자는 뇌과학이 들려주는 삶의 성찰이 있다고 말한다. “내가 지금 다니는 학교가 너무 싫어서,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싫어서, 그만두는 건 좋은 의사결정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건 괜찮지만, 지금 이게 싫으니까 그만두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대책도 없다. 그 순간 너무 싫기 때문에 도망치듯 그만두지만, 그 자체가 보상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만두는 순간, 자기가 가질 수 있는 전략이 다시 바뀌게 된다. 무직 상태이거나 학교도 안 다녀서 빨리 뭔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취직 자체가 중요해져 버려 꿈꾸던 무언가에 도전하기 어려워진다. 지금의 자리가 싫다면, 뭘 꿈꿔야 할지 계속 고민하면서 대안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싫기 때문에 무엇을 그만둘 때가 많다. 저자는 싫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은 좋은 의사결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무작정 싫다고 그만두면,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의 자리가 싫다면 고민하면서 먼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좋은 의사결정이란 어떤 것일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결정한 후
빠르게 실행,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것

그렇다면 좋은 의사 결정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한 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라. 이것이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연구해서 찾아낸 훌륭한 의사결정법이다.”

여기에 덧붙여, 뇌를 찍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알아낸 결론을 이렇게 말한다.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일단 시도해 보라.”

어른들은 도전하는 것을 싫어한다. 시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시도하면, 그 시도가 시도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그 시도가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 간다. 내가 남이 가지 않는 길로 많이 갔다는 것은 그 만큼 나만의 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요즘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결정장애’다. 젊은이들이 결정장애를 갖게 되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저자는 그 이유가 ‘사회적 안전망 부족’이라고 이야기한다.

옛날에는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번 미끄러지면 재기가 불가능한 사회이기에 젊은이들은 굉장히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해 있고, 사회 안전망이 부재한 상황이 젊은이들의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정 선택 경로 도 옳고 그름
▲ⓒ픽사베이
결정장애 극복 방법 3가지
1.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라
2. 새로운 환경에 나를 투입하라
3. 오늘 죽는다고 생각해 보라

저자는 결정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세 가지 정도의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라. 각각의 선택지가 가진 장단점을 파악한 뒤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이 인생에서 경험한 선호나 우선순위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만들라.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정을 해보고 결국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경험을 많이 해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셋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이다.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상황도 그보다 비극적이진 않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정 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장애이다.

새해 결심 지키는 사람, 10% 정도
새해 결심, 안 지켜지는 것이 당연
죄책감 대신 생각과 행동 바꾸어야
그래도 계속 결심하고 실패해 봐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새로운 결심을 한다. 하지만 새해 결심을 지키는 사람은 10퍼센트 내외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왜 지키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뇌 과학자의 입장에서 이렇게 대답한다.

“새해 결심은 지켜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 우리 뇌는 그렇게 디자인돼 있다. 그러니 그걸로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 말자. 인생을 새로 고침하고 싶으면 결국엔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하고, 그것의 중추인 뇌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뇌가 그렇게 디자인돼 있다 해서 뇌의 디자인대로 살면, 우리는 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새해 결심을 해야 한다.

나아가 인생의 ‘새로고침’을 하기 위해,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저자는 새해 결심을 이루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내 삶에서 새해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단 1년의 삶만 주어진다면, 그 1년의 삶은 완전히 새로고침된 삶이 된다. 주변에서 새로고침에 성공한 사람들은 보라.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다 살아난 사람이 그토록 많이 마시던 술을 끊고, 담배를 끊고, 등산을 한다. 죽을 만큼 절박하지 않으면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 절박함을 만들어내는 것이 새로 고침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첫 단계이다”

죽을 만큼 절박하지 않으면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관점?
하나님께서 어떻게 바라보시느냐
하나님, 인간 ‘상품’ 대신 ‘작품’으로
하나님 만드셨으니, 최고 ‘걸작품’

인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관점은 하나님의 관점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시느냐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최고의 걸작품으로 바라보신다. 인간은 분명히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하나님은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시고 가장 존귀하게 여기신다.

하나님은 인간을 ‘상품’으로 만들지 않고 ‘작품’으로 만드셨다. 상품은 비교 대상이지만 작품은 비교불가이다. 작품은 그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작품이다. 하나님께서 만드셨으니 최고의 걸작품이다. 이런 당당함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의사결정 기준을 주셨다. 바로 성경이 우리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성경에서 ‘하라’고 하는 것은 하면 되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걸작품이라는 당당함으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의사결정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출저: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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