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러시아 교회들을 몇 가지로 특징짓는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필자는 수많은 현장의 교회들을 순회하면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역시 개인의 경험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필자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1천km에서 3천km 반경의 교회들을 순회하면서 집회를 인도하고 목회자의 가정에서 숙식하며, 내륙 깊은 시골까지 방문하면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1천명 넘는 교회로부터 5명이 모이는 가정교회까지 다양한 교회의 모습들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소개하는 바이다.

첫째, 러시아 교회는 나눔의 개척을 잘하는 것 같다.

교회가 조금 성장하면 즉시 사역자를 훈련하고 그들을 파송하여, 교회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지원하여 새로운 교회들을 세워 확장해 가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역자들의 머릿속에 이 생각이 들어 있다.

1천명 모이는 교회가 동서남북 교회가 없는 곳에 전투적으로 교회를 개척하여 나가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500명이 모이는 한 지역 교회 역시 동서남북으로 교회를 개척하였는데, 42개의 가정교회를 세워 예배하고 있었다. 토요일 주일이면 온 교회가 정신없이 돌아간다.

사역자를 보내고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아낌없이 후원하여 교회 개척사역을 진행하는 것이다. 규모가 크고 능력이 있어 그렇겠지 생각했는데, 규모가 작은 교회들도 대부분 두세 개 이상의 교회를 개척하여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참 소망이 있고 매우 감사하고 놀라게 되었다.

자식들이 장성하면 분가를 시켜 독립적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면, 교회 역시 성장할수록 분가시켜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움켜쥐고 세력을 키우고, 건물 짓고 할 것이 아니다. 흩어지는 교회의 모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가정 교회의 활성화이다.

대부분 교회들이 건물이 없기도 하지만, 가정을 열고 초대하여 예배하고 찬양하며 성도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현대 사회가 개인 중심으로 사생활 보호가 시대정신으로 자리하고 있는 때에, 러시아에서는 아직 가정에서 많은 교제가 이루어진다.

삶의 모습, 영적 상황, 가정 형편을 보게 되고 함께 공유하게 되어 기도하고 격려하게 된다. 조금 형편이 나아지고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현대 교회는 가정을 닫아버리고 카페나 식당에서 만남과 교제를 갖게 됐다. 그렇게 신앙도 즉흥적이고 인스턴트화되는 시대에, 아직은 이런 모습이 더 좋은 것 같다.

이웃 나라인 아르메니아는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한 상 가득 고기와 음식을 차려놓고 손님을 대접한다.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한다는 믿음으로’,

셋째, 러시아 교회는 예배 시간이 길다.

기본이 두 시간이다. 숫자가 많으면 분가를 시키니, 별로 문제될 것도 없다. 500명이 모여도 시간이 여유 있으니, 말씀과 기도가 풍성하다. 성도들의 삶을 고백하고 기도하니 서로 간의 교제가 깊어지고 이해하게 된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시간의 테두리 속에 갇혀 잘 준비된 각본 속에 이루어지는 예배는 너무 형식적이고 무감각하지 않은가? 공장처럼 순서에 따라 몇몇 리더에 의하여 돌아가는 예배라면, 종교적 임무를 감당했다는 안도감 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사야 예레미야 등의 선지자들은 이스라엘이 바벨론 포로가 되어 고난의 시절을 보낸 이유에 대해, 하나님을 잘못 예배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한다.

하나님은 예배를 강요하지 않으신다. 예배에 집중하고 예배를 강조하는 것은 그것만큼 편안하고 즐겁고 은혜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예배에 참석함으로써 ‘현대판 고르반’, 종교적 의무를 다했으니 세상에 나가 ‘거룩한 산 제사’를 드리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약의 핵심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일은 안 해도 된다는 생각, 이것이 바로 ‘현대판 고르반’ 예배가 아닌가!

러시아 예배는 많은 성도들이 참여하게 된다. 몇 사람 소수에 의하여 독점되지 않는다. 성도들이 구경꾼으로 청중으로 남지 않는다. 누구든지 기회를 주어 한 주간의 삶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고 격려한다.

무질서하다고? 실수할 수 있다고? 하나님 앞에서 예배하는 데 무슨 실수가 있나!

러시아 정교회는 세 시간 동안 서서 예배한다. 경건함으로 그들을 따라 갈 수 있는가? 대부분 개신교회들은 말씀을 읽을 때 모두 기립한다. 기도할 때 무릎을 꿇고 앉거나 서서 기도한다. 우리의 예배는 경건성이나 내용이나 형식이나 러시아 교회를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넷째, 러시아 교회는 협력하여 일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일년에 한두 번 모이는 대형 집회가 있으면 500km, 1,000km 되는 곳에서도 버스를 빌려 참석하고, 숙식을 자신들이 다 해결하면서 집회에 참석한다. 교회 건축을 하면 모두가 십시일반 참석하여 협력하고, 교인들은 몸으로 봉사하여 협력한다.

부활절 집회, 추수감사절 등 교회 명절에 작은 교회들은 연합으로 예배하고, 특별헌금으로는 지역사회를 위하여 섬기게 된다.

이것이 대략 살펴본 러시아 교회의 모습이다. 아직은 부족하고 약한 모습들이 많이 있지만,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되어 소개드리는 바이다.

현장이야기
세르게이, 모스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