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최병성 | 이상북스 | 328쪽 | 16,000원

충격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발암물질로 구성된 시멘트로 지어진 집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상식적으로도 그런 유해한 물질로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불법이고 죄악이다.

그래서 당신이 잠자고 있는 집이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져서 당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말을 해도, 기본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수준이기에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분명한 증거들이 있다. ‘아파트 공화국’인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넓고 높은 거주단지는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진다.

시멘트는 석회석에 점토와 철광석과 규석을 섞어 유연탄으로 고온에 태워 만든 물질인줄로만 알았는데, 우리는 완전히 속고 살았다. 쓰레기 재활용이라는 미명 하에 여러 석탄재와 하수 슬러지와 산업폐기물과 각종 공장의 폐물질이 사용되고, 연료로서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와 폐고무와 폐유 등을 사용한다.

즉 비가연성 쓰레기(보조원료)와 가연성 폐기물(보조연료)을 혼합해서 태우고 난 재가 우리의 집을 짓는 재료이다.

그러니 시멘트의 성분이 어떠하겠는가? 고체가 되면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한 성분은 사라진다는데, 거짓이고 사기이다.

1999년 환경부에서 시멘트 회사의 부도와 위기를 막기 위해 각종 쓰레기를 소각해 시멘트를 만들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아무런 기준과 등급과 규제가 없었으니 시멘트의 상태는 더 쓰레기화 되어갔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시멘트 소각장으로 자원재생이라는 명분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독성을 포함한 쓰레기 시멘트 속에서 갇혀 살고 있다.

살인

이 책은 오랫동안 일인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병성 목사님의 책이다. 필자가 뒤늦게 이 책을 읽고 어줍짢은 글을 쓰는 것은, 조금이나마 목사님에게 힘과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보며, 그러한 생각은, 어린아이와 젊은이들과 후대와 사회를 위해 꼭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더 발전하였다. 쓰레기 시멘트가 합법화된 이후, 아토피를 포함한 여러 질병이 어린아이의 목숨을 앗아갔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젊은이들이 발생했는데, 더 이상 그런 일은 막고 싶었다.

환경부와 시멘트 회사와 여러 마피아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골리앗과, 홀몸인 목사님이 힘겨운 싸움을 하기로 결심한 것도 TV에서 아토피로 고통하는 아기를 보며 눈물 흘리는 어미 때문이었다.

실제 우리 주변에 각종 피부질환으로 죽을 정도로 괴로워하는 아기들이 있다. 피부가 다 뒤집어져 짓물과 속살이 보인 채 울부짖는 아기가 있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청년도 있고 목을 매 숨진 청년도 있으며, 염증이 심해진 얼굴로 오랜 기간 자신을 비관하다 죽은 청년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멘트회사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폐질환 및 각종 암에 걸려 죽어간다. 쓰레기시멘트를 만들면서 생긴 독한 분진들과 연기들이 산과 마을을 뒤덮어 삶의 터전을 황폐화시킨다.

공장에서 나오는 각종 오폐수는 하천으로 흘러 물을 오염시키고 농작물을 죽이고 자연과 생명체를 파괴하고 있다. 즉 쓰레기 시멘트는 백해무익하다.

자원 재생과 활용은 거짓말이고 자신의 부와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팔아먹고 있다. 환경부는 살인을 규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동조하고 있고, 그 밑에 기생하는 마피아들은 일말의 양심도 없으며, 시멘트사장들은 생명을 죽이며 돈을 벌고 있다.

일본


책을 보며 더 입을 다물 수 없었던 것은, 일본의 석탄재를 우리나라가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높은 고철수입이 더 늘어나고 있고, 더구나 일본의 석탄 찌꺼기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점적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이게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고 기준과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아하면서 수입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도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돈을 주면서까지 팔지는 않을텐데….

그 외에도 일본의 폐타이어 및 각종 쓰레기를 톤당 5-1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받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시멘트 소성로에 넣어서 재를 만들고 그것으로 우리의 보금자리를 짓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으로 조합된 집에서 먹고 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보며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일본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으니, 아직도 식민지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에 화가 났고, 그것을 무방비 상태로 놔둬서 살인미수를 하는 환경부가 의심스러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석탄 쓰레기도 양이 많아서 처리가 곤란한데, 남의 나라 뒤처리를 돌봐주고 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이기적이고 야비한 생각이 비인륜적인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비민족적인 일까지 되어 버렸다.

더구나 요즘처럼 일본과의 갈등이 있는 시기에, 이런 수입은 국민에게 모욕적이다. 쓰레기가 없어서 남의 나라 쓰레기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니…. 게다가 그것을 하역할 때 생긴 더러운 재와 침출수를 모두 우리 받아가서 마시기까지 한다.

생명이라는 가치


인간이 먹는 것도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야 건강할 수 있고, 몸의 각 부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그래서 유기농을 찾고 인스턴트는 멀리하고 자연친화적 음식을 선호한다.

하물며 사람이 먹고 자고 머무는 집이라는 공간은 어떠한가? 그 공간을 흙과 나무 등 자연친화적인 재료로 짓는다면 아토피 같은 희귀병과 피부 질환은 없어질 것이고 폐와 관련된 호흡기관은 건강해질 것이며 각종 암은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돈 때문에 쓰레기로 집을 짓다니…. 정부는 시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고 편안한 집에서 살도록 제공해 주어야 하는데 그곳을 쓰레기처리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암에 걸리도록 계획하고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는 더 이상 돈 때문에 국민의 생명을 팔아버리는 죄는 짓지 말아야한다.

더 이상 어린 아기가 아토피에 걸려 방바닥을 제대로 기어보지도 못하고 부모가 마음껏 만지지도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될 것이다.

가족들이 마음껏 안식을 누려야 하는 공간이 최고로 불안한 공간이 되었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 수 있을까…. 건강하게 살게 해주어야 할 집이 가장 잔인한 흉기가 되었다.

이 일을 위해 최병성 목사님이 지금까지 홀로 싸워오셨다. 정말 지치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을 것 같다. 고소와 고발은 기본이고, 협박까지 당하셨고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경계하며 사셨다고 하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이제는 모두 이 진실을 알고 건강한 집에서 살게 되기를 소망한다. 누군가를 죽이는 목적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하게 되길 바란다.

방영민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