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를 말하지 않는 시대는 모든 것이 ‘그냥 있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간단한 도구부터 섬세하고 복잡한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누구가의 수고로 창조되지 않은 것이 없다. 한 장의 사진도, 사진가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기독교 문화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 만들고 전한 자가 있다. 본지는 그런 ‘그림자’로 묵묵히 기독교 문화를 만들고 있는 이들을 만나 인터뷰 한다.


첫 주인공은 힐송과 커크 프랭클린, 아발론 등의 공연을 기획했을 뿐 아니라 마케팅, 음반 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영상 제작 등 수많은 분야에서 ‘전문 기획자’로 활동한 에이치스엔터테인먼트의 은희승 대표다.

은희승 대표
▲에이치스엔터테인먼트의 은희승 대표. ⓒ김신의 기자

-어떻게 엔터테인먼트의 길을 가게 되셨나요?

“20살 때부터 문화 사역을 했는데, 교통비가 아닌지 헷갈리는 월급을 받고 일을 시작해서 지금의 CEO 자리에까지 서게 됐어요. 아티스트를 돕는 일을 하고 조연출과 스태프를 맡았었죠. 지금 일을 한 지 만 19년 정도 됐네요.

기본적으로는 제가 원래 역동적이고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청소년 시절에 70~80명 되는 교회 중고등부에서 리더 역할을 했었죠. 당시엔 교회 시스템이 잘 안 돼 있어서 교역자분들이 1~2년 있다가 떠나다 보니 아이들의 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어요. 그리고 ‘문학의 밤’, ‘찬양의 밤’, ‘새 생명 전도 축제’가 많아서 제가 사람을 진두지휘하고, 교회 예산을 받아 프로그램을 짜고 일을 집행하는 일을 계속해 온 거죠.

그러면서 신학도 공부했는데… 사실 이 얘기는 잘 하지 않아요. 그때는 기독교 유아교육, 기독교 선교학 정도의 수업만 있고, 세부적인 과목이 없었거든요. 물론 체계적인 성경에 대한 이해와 신앙관, 저명한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을 했지만요. 어쨌든 그 후에 현장을 나가보니 이미 제가 교회에서 다 해온 일들이더라고요. 전문적이고 정확한 용어, 문서로는 정리가 안 돼 있었지만, 이미 교회에서 경험한 것이 있으니 더 빨리 습득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붙게 됐죠.”

-‘에이치스’(H'S)는 어떤 의미이고, 회사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홀리 스피릿'(Holy Spirit)의 약자예요. AW. 토저의 ‘홀리 스피릿’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신앙관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H와 S 중간에 있는 어퍼스트로피(')는 '줄인다'는 뜻이잖아요. 문화로 세상과 하나님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누가 ‘네 이름 아니야?’ 하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박수도 손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고, 하나님께 서원하고 이 길을 가겠다고 결정했는데, 제가 원하는 비전과 하나님의 비전이 같은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어요.

그리고 저희는 선교회가 아니라 회사인데요. ‘하나님 나라를 위한 문화 사역’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어요. 회사는 10년 정도 됐고, 그 동안 앨범 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영상 제작, 공연 기획을 해왔어요. 이미 쌓아온 것을 제공해주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더라고요.그래서 이전까지는 이렇게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면, 최근에는 '대행'이라는 다섯 번째 일도 하고 있어요.”

-그간 회사를 이끌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상에서는 회사에서 10년 동안 일했다고 하면 그 회사 이름의 브랜드, 가치가 인정을 받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저, 은희승은 아는데 회사 이름을 발음도 못 하고, '에이치에스'가 아니라 에이치스인데…(웃음) 회사 이름을 바꿀까도 생각했어요. 혼자였으면 돈은 더 많이 벌었을 거예요. 그러나 공적 관계로 일을 해서 어렵고 힘들지만, 회사 체재로 가고자 했어요. 끝까지 이 이름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프로세스를 가진 엔터테인먼트의 롤모델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획하며 마주하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첫 번째는 전문인력의 부재예요. 보통 큰 프로젝트가 있으면 TF팀 파트너를 모으는데요. 전문인력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이름 있는 아티스트가 오면 ‘무조건 다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나 그렇지 않거든요. 세상에 있는 엔터테인먼트만 해도 그렇게 하지 않아요. 믿음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데이터와 근거가 없이 너무 이상적이기만 하다는 거예요. 우선 안정적인 '시드머니'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와 함께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쓰지 않아야 하는데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쓰곤 하죠. 그리고 권리와 권한을 조금 열어주면 다른 파트너 단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아요. 그런데 기득권을 가진 것처럼 벽을 만들고 한 번의 이벤트처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서 좋은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형성할 필요가 있어요.”

은희승 대표
▲은희승 대표는 “매일 무언가 할 수 있는 소소한 사역이 만족감을 많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김신의 기자

-기획을 정말 많이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에 관해 이야기해주신다면.

“기독교 오디션 대회인 ‘CCM루키’에요. 1년에 한 번씩 6년을 했어요. 지금은 ‘인디’가 ‘인디’가 아니게 되었는데, 처음 인디 문화가 조성될 때는 크리스천이 많았거든요. 옥상달빛, 커피소년, 제이레빗 등 다 크리스천이죠. 기독교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이런 친구들을 통해 세상 사람에게 밝고 건강한 음악을 전해줄 수 있으니, 그것을 또 하나의 사역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김복유, 조찬미, 초롬, 일반 가수로 활동 중인 홍대광까지. CCM루키 출신 아티스트들이 잘 되고 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6년의 시간과 돈, 인력이 아깝지 않았어요.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헛된 일을 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좋은 자질을 가진 친구들에게 사역할 수 있는 장과 통로를 마련해주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껴요.”

-공연 중에는 어떤 것이 기억에 남나요?

“마이클 W. 스미스 내한공연이요. 저희가 기획한 8번째 내한공연이었어요. 그런데 완전히 망해서 회사가 없어지고 직원이 다 나갈 정도였죠. 마이클 W. 스미스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이어도 한국에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을 만큼 기독교 시장이 크지 않은 거죠.

또 왜 이 공연이 기억에 남냐면 이 공연을 통해서 제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봤기 때문이예요. 그게 너무 감사했어요. 남들은 제게 ‘괜찮냐?’고 걱정해주시는데, 저는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저의 최대치와 한계치를 알고 기준이 생겼기 때문에 실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감당할 수 있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시험해볼 수 있었잖아요. 또 8번의 내한공연을 통해 통계가 생겼어요. 대부분의 기획사가 내한공연을 한 번 하고 말거든요. 그러니 시행착오를 통한 데이터가 없는데, 저희는 그걸 갖게 된 거예요. 큰 의미가 있었어요. 신앙과 일에 큰 터닝 포인트를 준 역사적인 프로젝트였어요.”

-현재 국내 기독교 문화의 상황은 어떤가요?

“어떤 분들은 ‘과도기’라고 ‘어둡다’고 말하는데, 저는 기독교 문화의 카테고리가 많아졌다고 봐요. 초창기 CCM 아티스트 선배분들은 ‘1,000명이 만석인데 3,000명이 와서 공연장이 좁아도 행복했다’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하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장르나 단체가 몇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헤리티지, 빅콰이어 등 블랙가스펠부터 젊은 친구들이 원하는 콘텐츠, 기성세대가 원하는 콘텐츠, 10대부터 60대까지 원하는 게 너무 다 다르고 세부적 카테고리가 많이 나뉘어 있어요. 이것을 잘 감당하려면 카테고리의 전문성을 갖고 연결점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여러 카테고리를 분석하고 리서치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일하는 것, 각 영역을 끌어안을 아티스트를 돕고, 그 팬덤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영역별로 성공하면 큰 그림에서는 기독교 문화 사역의 제2의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으세요?

“그간 믿는 자에게 신앙적 도전을, 믿지 않는 이들에겐 하나님을 알게 하는 장벽을 낮추는 일을 위해 오프라인에서 일해오다가 작년부터 오프라인 사역을 내려놓고 ‘뉴 프레임’으로 가고 있어요. 저희 안에서는 ‘다음 세대’라고 하지 않고 ‘지금 세대’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이들을 향한 초점이 지금 저희 회사를 이끌고 문화를 만들고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예요. 지금 10대 20대는 ‘뉴미디어’에 강해요. 여러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 저희도 반응하기로 결정했고, 작년 7월에 ‘교회친구’라는 채널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만들었어요.

저작권을 위배하지 않고 후가공을 하고, ‘교회친구’만의 언어법, 이미지법, 영상법으로 ‘교회친구’를 소비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는 없는데, 시대와 교계, 문화적 이슈 등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콘텐츠를 올렸을 때 반응할 수 있도록 쌍방향으로 기획하고 있는데, 반응이 적극적으로 잘 일어나고 있어요. 방송과 TV, 라디오, 신문의 대표 채널이 있듯 저희가 ‘뉴미디어’의 대표 채널이 되고자 해요. 현재는 팔로워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최근에는 저희 콘텐츠를 소비하던 비기독교인인 한 군인 분이 ‘교회에 가기로 했다’는 메시지를 주셨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성도와 대화를 하는 것인데, 이들의 마음에 감동과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낀 79년생이고 보수적인 사람인데, 콘텐츠가 이들의 인생과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가슴에 와 닿고 있어요. ‘교회친구’가 지금 세대가 모이는 ‘교회’가 되었으면 해요. 10년 단위로 설계하자면 오프라인 교회까지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