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에어컨도 없던 시절, 할머니는 손주들의 편안한 밤을 위해 문 앞에

모기향을 피우셨습니다. 그리고 잠이 들 때까지 천천히 부쳐주셨던
할머니의 부채질 덕분에 손주들은 편안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밤새 태웠던 모기향 내음은 제법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기향은 나선형 모양의 회색 재만 덩그러니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모기향이지만 여름 모기가 기승을 부릴 때면
잔잔히 타들어 가는 모기향의 추억이 조금씩 떠오릅니다.
넓게 원을 그리며 제법 오래 태울 것 같던 모기향은
고작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재를 남기며 사라졌습니다.
마치 우리 인생 같습니다.
젊을 땐 한없이 계속될 것 같던 인생도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쉬움으로 돌아본들 먼지처럼 흩날리는 추억만 남을 뿐
타들어 가는 시간은 아무리 애를 써도 붙잡을 수 없습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현실에 최선을 다한 인생은 후회도 불안도 없습니다.
매 순간이 희망이며 축복입니다.
타오르는 불꽃으로 가득한 빛나는 인생입니다.

류 완/집필위원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