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엠
▲팝페라 듀오 라보렘의 리더 한웅희(왼쪽), 고진엽(오른쪽).
‘팝페라’와 ‘크로스오버’가 인기를 얻던 때, 오디션에서 만난 두 사람이 ‘라보엠’(뜻은 보헤미안,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의 제목이기도 하다)이란 이름으로 팝페라 듀오팀을 결성했다. ‘라보엠’은 데뷔 후 ‘엠넷’ 크로스오버 차트 1위 등 수차례 클래식 차트를 휩쓸며 팬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페라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뮤지컬 ‘귀천’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한웅희 씨와 고진엽 씨. 두 사람은 현재 각각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백석예술대학교 외래교수로 공연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아 첫 자작 CCM 싱글 앨범 ‘예비’를 발매했다.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라보엠은 “하나님께서 기쁘하시는 팀이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 라보엠은 어떻게 결성된 건가요?

고진엽(이하 고): “오디션에서 만나 팀을 이뤘어요.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하듯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요. 팝페라, 하면 4인조를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남성 듀오를 거의 처음으로 시도했죠. 당시 20대인 저희는 비트에 일렉트로닉까지, 의상도 파격적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어요.”

한웅희(이하 한): “팝페라라는 장르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었고, 단순한 감상용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어요. 당시 크로스오버 장르에 신곡 앨범이 많이 없는데, 음악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고, 정규앨범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여 준 것 같아요. 홍보를 따로 하지도 않았는데 클래식 차트 1위를 하니 회사에서도 신기해 했어요. ‘기도 열심히 하나보다’ 이러시면서요. 하나님께서 도와주신 것 같아요.”

- 데뷔 10주년이신데, 그간의 삶을 돌아보신다면.

고: “예전에 기획사에 있을 때는 히트와 성공에 대한 압박도 있었고 기대고 크셨는데, 팝페라를 없애고 가려는 부분도 있었어요. 저희의 영적 상태도 좋지 않고 공허함이 많았어요.”

한: “달란트를 포기해야하나, 고민이 많았죠. 그래도 회사에서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이해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라보엠’이란 이름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 “세상적으로만 공연을 했었는데, 회사를 나가고 나서 기아대책이라는 NGO를 만나게 됐죠. 그러면서 교회에서 문화 공연을 하게 되고 찬양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처음엔 부끄러운 점이 많았죠.”

한: “교회 안에서 늘상 찬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라보엠’이라는 이름으로 찬양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사람이 잘 될 때는 다 자기가 한 것 같고, 자기 만족에 빠지잖아요.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 한 순간 침체와 정체에 빠졌어요. 그때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갖고 묵상하는 시간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고진엽 씨에게 "하나님께서 ‘너희를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는데, 나를 위해 노래해주면 안되겠니?’라고 하시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같은 마음이었던 거예요.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단련시켜 주신 것 같아요?”

- 팀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10년간 어떻게 팀을 유지하셨는지.

한: “둘이 성향이 정말 달라요. 그래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이런 저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저희가 메니지먼트 같은 회사에 있었으면 계속 해나가는 게 어려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활과 일에도 제약이 없고, 또 서로 하는 일에 대해 시기나 질투가 없고 응원하는 마음이 있기에 10년을 이어올 수 있던 것 같아요. 이젠 눈빛만 봐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이런 게 있어요.”

라보엠 한웅희 고진엽
▲라보엠은 “중립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확고하고 정확한 위치에 서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선포해야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김신의 기자
- 신앙은 언제부터 갖게 되신 건가요?

고: “저는 목회자 자녀인데, 신앙이 뜨뜻미지근하달까… 하나님께서 늘 제 곁에 계시니 늘 하나님과 대화하고 기도하고 그랬죠. 도망가고 싶을 때는 하나님을 모른 척 한 수준이었어요. 제게 있어 하나님은 엄격하시고 무서운 분이시면서 또한 사랑받고 싶은 분, 가깝게 다가가고 싶은 분이예요.”

한: “모태신앙이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교회를 다니면서 신앙 생활을 하게 되니까요. 저는 어머니께서 장로님이셔서 교회에서 조심해야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이 교회 저 교회 다니면서 청년부 활동도 하고, 소그룹 활동도 하고, 저와 비슷한 또래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뜨거워졌어요. 집회나 수련회 때마다 참석했는데, 그때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난 것 같아요. 지금 그 마음을 다시 회복했으면 해요. ‘라보엠’이란 이름으로 교회에서 찬양을 하게 되니 더 조심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나태해지려는 순간에도 ‘이러면 안되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시고, 제 행실로 인해 시험을 받지 않도록 제 자신을 다잡게 되고, 하나님께서 저를 붙드시는 하나의 끈이 아닌가 생각해요.”

고: “‘라보엠’은 찬양 사역팀도 아니고 워십팀도 아니거든요. 그런 저희를 새신자를 초대하는 문화 공연에 쓰시더라고요. 팝송도 부르고 오페라도 부르고, 크로스오버 음악 중 기독교적 메시지가 담긴 음악들을 불러왔는데, ‘찬양 레파토리가 없는지’ ‘찬양으로 꽉 채운 콘서트를 보여줄 수 없는지’ 계속 요청이 와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저희는 하나님의 콜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영역을 넓혀나가며 사용해주신다면 도구가 되어 한 곡 씩 한 곡 씩 내고 싶어요.”

한: “저희는 저희만의 책임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팝페라처럼 힘 있게 하는 찬양이 없다면, 그것을 저희가 채울 수 있다면 좋겠어요. 우리가 계속 해야겠다는 마음, 원동력이 생겨요.”

- 이전에도 CCM 앨범을 내셨죠? 언제 처음 CCM을 발매하신 건가요?

“처음으로 ‘라보엠’이라는 이름으로 찬양 곡을 내니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How Great Thou Art)’를 부르자고 했어요. 창세기의 시작처럼, 사람들은 알지 못해도 성경을 처음 열 때의 느낌처럼, 저희 찬양을 처음 드린다는 마음으로 찬양을 드리고 싶었어요. 처음 부른 찬양 곡인데 너무 욕심을 부려서 지금까지 제일 부르기 힘든 곡이예요(웃음).”

- 이번 ‘예비’라는 곡은 첫 자작곡이시죠?

한: “사실은 원래 데뷔 10주년 때 싱글 앨범이 아니라 정규 앨범을 내려고 했어요. 이전까지는 편곡을 해서 내다가 이번에 저희 창작 곡을 내려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세상에서도 자작곡을 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데,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첫 앨범은 정말 헌금하는 마음으로 최고의 것을 드리고 싶었어요. 외국에서 후반 작업까지 하고 노력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 기간을 갖게 되니 찬양을 할 때 세상에서 노래할 때와 달리 진지해지고, 하나님 앞에 부끄럼 없이 찬양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된 거 같아요. 이런 기간을 예비해주신 하나님에 대한 묵상을 담은 곡이에요.”

- 수익금 기부, 기아대책, 홀트학교 등 NGO 단체 홍보대사 등 봉사도 굉장히 많이 하고 계신데요.

한: “참된 의미의 봉사를 하고 싶었고, 지금도 그러고 싶어요. 공연을 하면 이런저런 요청이 와요. 초반에는 저희가 아무것도 모르니 ‘재능 나눔’이라고 정말 다 해줬어요. 그런데 그런 공연 중에 사업성을 띤 것들도 있어서 때론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그런 와중에 기아대책을 만났고, 전액 후원 콘서트도 하게 됐는데, 저희 노래와 찬양을 통해 많은 분들이 행복해하시고 힘을 받고 우시는 모습들을 보면 더 뜨거운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헌금과 십일조를 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나누는 것이 또 하나의 헌금이라고 생각을 해요.

최근엔 더브릿지의 김예분 단장님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 있어요. 어릴적 저희 기억에서 김예분 단장님은 유명한 연예인이신데, 그저 봉사자의 모습이신 거예요. 그분을 보면서 우리도 목소리든 노동이든 봉사할 수 있다면 참된 의미라는 생각으로 작년부터는 더브릿지의 멤버로 함께하고 있어요. 봉사가 생활이 여유롭거나 부자여서야 할 수 있는게 아니예요. 조금만 떼서 시간과 노력을 나누는 마음이예요. 또 봉사란 것이 누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어요. 순수한 마음이 있어야 계속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고: “말씀하신 것처럼 넉넉할 때만 무언가 내어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마음이 넉넉지 못할 때, 그리고 더 갈 수 없을 것 같을 때, 하나님께서 계기를 주셔서 해낼 수 없을 때 해나게 하시더라고요. 은혜를 체험하고 앞으로 나가게 되더라고요.”

한: “저희가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데, 작년에 키르기즈스탄의 아이들을 만나러 갔어요. 그 아이들을 보니 헛된 시간을 보낸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노력이 아이들에게 떡과 복음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도 아이인데, 부모님께서 정말 너무 좋아해주셨죠. 많이 행복하고 뜨거운 경험이었어요. 그 이후에 찬양하면 그때의 기억과 마음이 떠올라요. 그러니 아이들을 위한 후원을 소개할 때도 단순히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가 경험한 뜨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더라고요.”

-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자면.

한: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예쁘고 기뻐하실 수 있는 그런 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의 목표는 결국 전도잖아요. 믿음 있는 우리가 믿음 없는 이들에게 믿음을 전수해야 하잖아요. 그러니 결국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회 안에서의 사역도 있지만, ‘라보엠’은 세상에 나가 많은 이들을 전도하고 싶어요.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통해 세상과 교회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통로로 쓰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