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동안 진행된 캠프에선 10여 명의 미국인 교사들이 직접 캠프를 인도하고 있다. ⓒ열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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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 위치한 열방교회(담임 안병만 목사)에서 있었던 여름성경학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약 120여 명의 아이들은 저마다 똑같은 옷을 맞춰입고, 모두 같은 공간에서 하나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 바로 모든 프로그램이 다름 아닌 '영어'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름하여 '영어성경캠프'(EBC). 미국 교회학교에서 하는 여름성경학교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와 이 기간 열방교회에서 한국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교사들 10여 명도 모두 미국인들이었다.
"열방교회가 큰 돈을 들였나 보다. 참가비가 엄청 비싼 것 아냐?"라고 혹시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학생 1인당 참가비는 비슷한 영어캠프와 비교할 때 훨씬 저렴한 편이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번 캠프를 기획한 한국계 미국인 조디 길 대표에게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길 대표는 1974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2년 후 한 입양기관에 의해 미국인 가정에 맡겨졌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다. 양부모는 길 대표를 기독교인으로 키웠고 이는 길 대표의 신앙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어른이 된 길 대표는 미국의 한 기독교 사립학교에서 해외 학생들을 모집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러다 한국에 있는 기독교학교와 연결이 되어 지난 2014년, 입양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 때만 해도 단순 비즈니스 차원이었다. 그저 한국 학생들을 모집할 생각밖에는 없었다.
그랬던 길 대표에게 한국인 목사는 미국인 학생을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제안했다. 뜻밖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학교들이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대개는 한국의 학생들이 미국의 학교로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길 대표 역시 그런 목적에서 방한했다.
길 대표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미국의 학교에 제안해 봤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그래서 길 대표는 자신의 두 딸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한국 태생인 길 대표의 한국을 향한 애정이 작용한 결과였다.
반신반의했던 실험(?)은, 그러나 예상밖으로 성공적이었다. 길 대표의 두 딸은 미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만의 문화에 매우 큰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바로 한국인들의 따뜻한 배려와 환대였다. 가능성을 본 길 대표는 미국의 기독교학교들에 이를 본격 제안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살아온 제가 '한국과 미국을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하나님께서 제가 그런 비전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길 대표는 '가이드(Gide) USA'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이 직접 CEO가 되어 한국과 미국 학교들 사이의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조디 길 대표(왼쪽)와 열방교회 안보혜 씨 ⓒ열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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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길 대표와 안 씨는 한국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여름성경캠프를 기획하기에 이른다. 여기에는 길 대표의 결심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비즈니스 측면에서만 보면 이 영어성경캠프는 전혀 '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인 부모들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만든 모델이다.
"미국의 영어캠프에 한 번 참석하려고 하면, 왕복 항공권과 현지 체류비 등 꽤 많은 돈이 들어가요. 일반적인 가정에선 아예 엄두도 못내죠. 그래서 길 대표님은 '그럼 우리가 한국으로 가자'고 하셨던 거예요. 한국에서 태어나신 길 대표님의 한국을 향한 사랑과 선교적 마인드가 없으면 도저히 내릴 수 없는 결심이죠."(안보혜 씨)
길 대표는 캠프 참여를 자원한 미국인 대학생들을 모아 한국으로 왔다. 이 학생들은 캠프 기간 동안 별도로 급여를 받지 않고, 그저 경험을 쌓기 위해 교사로 자원했다고 한다. 캠프 참가비가 쌀 수 있었던 이유다.
조디 길 대표와 열방교회 쉐마초등학교는 이번 캠프를 계기로 향후 더욱 협력을 강화해 '영어 성경캠프'를 한국교회에 소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특히 교회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복음을 접할 수 있는 접촉점을 마련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영어 캠프'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 영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다음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영어성경캠프가 그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조디 길 대표)
▲열방교회에서 영어성경캠프가 진행되고 있다. ⓒ열방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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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영어성경캠프는 열방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북울산교회에서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됐으며, 구미남교회에선 12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