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방학이 시작되자, 서울에 사는 딸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빠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방학이 시작됐으니, 올라와서 3일만 자녀들을 좀 봐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미안해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전에도 올라가서 애들을 봐준 일이 있었고, 특히 요즘 젊은 부부들은 직장 때문에 학교나 어린이집 방학을 하게 되면 애로를 겪는 모습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딱해 보이기도 합니다.

서울을 향해 올라가면서,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마무리 할 시점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길이라는 것은 어떤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땅 위에 낸 밀접한 너비의 공간”이라고 어학사전에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는 이제 대제사장에게 잡혀 갈 것이다”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또 “그들은 나를 비웃고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일 것”이라고 십자가에서의 죽음도 말씀해 주십니다. 하지만 “죽은 후 삼일 만에 나는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예루살렘을 향한 길을 가십니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 ‘여리고’라는 동네를 지나셨습니다. 세리이며 부자이지만 욕심이 많아 사람들이 싫어하는 삭개오는,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소문을 듣고 만나보기 위해 한 걸음에 달려갔습니다.

그는 키가 작아 결국 뽕나무 위로 올라가 예수님을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예수님께서 삭개오에게 다가가 말씀하십니다.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오늘 너희 집에 함께 가도 되겠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삭개오는 너무 기쁜 나머지 예수님을 영접하며 감사로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새롭게 거듭난 삶을 살겠다고 약속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이후 나귀를 빌려 타시고 예루살렘을 향해 길을 가십니다. 가는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호산나, 호산나” 하며 종려나무 가지로 환호했습니다. 예수님도 역시 함께 찬양합니다. 예수님의 찬양이 온 예루살렘으로 퍼져 나갑니다. 현대를 사는 모든 신앙인들 역시, 예수님께서 친히 가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을 모두 선택하며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은 해마다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무서운 더위를 피하고자, 여름 휴가를 이용해 많은 이들이 길을 떠납니다. 그 떠나며 가는 길이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더위를 피해 시원함을 만끽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물건들을 챙깁니다.

그 챙기는 물건 중 꼭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선글라스’입니다. 젊었을 때는 멋과 폼으로 착용을 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폼보다는 실제로 시원함을 얻기 위해 착용하게 됩니다. 특히 약해지는 시력 때문에,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따가운 햇살에 눈을 계속 찡그려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그리고 햇빛을 가리는 선글라스를 통해, 보지 말아야 할 것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파헤치기보다, 이해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욕망으로 화려해진 세상의 눈부심을 가려주고 남의 허물을 따지기보다, 하나님께서 내어주신 세상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영적 선글라스’ 같은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래 전부터 필자는 아들이나 딸, 며느리가 운전하는 차를 한 번 타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웃들 집에서 아들, 딸, 며느리가 찾아와 부모님을 모시고 레스토랑을 간다든지, 함께 어디 가는 것을 목격하면 부럽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추억들이 떠올랐는데, 이번 서울 여행에서 아들과 딸, 그리고 사위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게 돼 너무나 기뻤습니다.

자녀들의 승용차를 타다 보니, 심한 잔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바로 ‘내비게이션’ 입니다. 부모님이나 시어머니 잔소리를 듣기는 싫겠지만,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잔소리는 순종하는 것을 보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생명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에 대해서는 어찌 함구하고 있을까요.

특히 ‘내비게이션’은 길눈이 어두운 사람들에겐 반가운 문명의 혜택입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이내 경로를 바로잡아 줍니다.

인생을 살면서도 바른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같은 것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우린 이미 세상의 모든 길을 안내하시는, 하나님께서 주신 ‘내비게이션’을 우리 마음에 장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세상의 소음에 묻혀, 하나님의 안내 방송을 알아듣지 못할 때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 아닐까요?

또 한 가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예전부터 숙박업소에서는 열쇠가 아닌, 디지털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눌러 출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에게 정해진 방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우리 가정에서도 비밀번호가 달린 잠금장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천국의 열쇠도 비밀번호로 바뀐 것 아닐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물론 하나님 나라의 비밀번호는 오로지 주님을 사랑하는 믿음의 번호(0191, 영원구원)가 아닐까요?

휴가를 떠날 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이런 저런 물건들이 아니라, 잠시나마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안식의 마음일 것입니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서는 세상의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가려는 마음부터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손자와 손녀를 돌봐주고 만나기 위해 가는 길, 그 길 역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일 것입니다. “할아버지!” 하고 안겨오는 손자 손녀의 모습에서는, 예수님께서 늘 지켜주시는 안전한 포구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손자 손녀와의 아름다운 만남 속에서, 이 할아버지는 그들의 귀여운 재롱들로 인해 평안과 안식을 누립니다.

세상을 분별하는 선글라스를 쓰고, 천국의 비밀번호인 믿음을 획득하여, 사랑하는 아들딸과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예루살렘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라, 이 무더운 여름을 믿음으로 슬기롭게 나아가는 신앙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