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외교 갈등이 해결 국면은커녕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시대 기업들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본격 촉발된 양국간 갈등은 주로 정치적 차원이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예고하면서, 경제적 차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우리 정부가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국민들은 일본 상품 불매와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 등에 나서면서, 민간 차원에까지 ‘반일(反日)’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최근 30명 이상이 사망한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에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황당 유언비어가 퍼지는 등 100년 전 관동 대지진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혐한(嫌韓)’ 분위기가 일부 조성되고 있다 한다.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선거 등을 의식해 한국과 일본 양국 정치권이 갈등 상황을 조장한 적은 더러 있었지만, 경제와 민간 차원에서는 선린(善鄰)으로서 교류가 끊이지 않고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간 일본인들은 한류(韓流) 연예인들에 열광했고, 한국인들은 일본 곳곳의 관광지를 찾았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아픈 역사를 건강한 방식으로 극복하면서 미래를 도모하고 있다. 이번 사태 가운데 양국 정부의 대처와 공방이 상당히 미성숙하고 감정적으로 보이는 것과 비교된다.

무엇보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일본은, 복음을 전파해야 할 ‘사명’을 품은 땅이다. 많은 선교사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그들의 회심과 변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들이 과거 잘못들을 진정으로 사과하게 하는 길은, 결국 인류의 모든 죄를 위해 십자가 지고 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그들 속에 심겨지는 것이다. 그들에게 원수까지 사랑하신 주님의 그 사랑을 증명하고 전할 수 있는 이들 역시, 그들에 의해 가장 많이 찢기고 아팠던 우리 민족이 최고 적합하지 않겠는가.

일본에 참 그리스도인이 늘어나면, 본지와 인터뷰한 유기남 전 일본 선교사의 말처럼, 과거를 정직하게 대면하는 양심적 일본인들의 목소리도 함께 늘어날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한국교회 성도들이 국가적 위기에 대응해 하나 되는 모습을 행동으로 적극 보여줘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청와대, 정치권은 ‘친일 vs 반일’ 프레임의 정쟁 대신, 국민 통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양국 관계 악화로 인해, 자칫 재일 선교사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복음전도와 선교에 악영향이 미칠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교회 역시 연합단체나 민간 차원의 교류를 통해, 양국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기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