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청소년신학
▲이야기 청소년신학(딘 보그먼, 마상욱 | 샘솟는기쁨 | 268쪽 | 20,000원).
이야기 청소년신학

딘 보그먼, 마상욱 | 샘솟는기쁨 | 268쪽 | 20,000원

필자는 크게 ‘설교, 성경교사, 영성지도, 상담’을 주업으로 하고 부수적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필자에게 가장 어려운 ‘설교, 성경공부, 영성지도, 상담’의 대상을 꼽으라면,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청소년’이라고 대답한다.

지속적인 연구, 관찰, 고민, 기도 가운데 있지만, 여전히 현재 나에게 청소년은 ‘외계인’으로 느껴진다. 쉽게 말해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청소년 자녀를 둔 여성들을 상담하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필자는 그분들의 청소년 자녀들을 상담해야 한다. 필자의 에너지가 가장 많이 소진되는 시간들이다. 정말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청소년 상담(소통)은 어렵다.

하브루타

오래 전부터 몇 분의 전문가들에 의해 한국교회 안에는 ‘유태인 자녀 교육’이라는 책과 강의들이 소개돼 왔고, 지금도 ‘하브루타’라는 단어가 종종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실 19세기 초경 영국 서머힐 교회에서 최초로 주일학교라는 것을 만들어, 어른과 아이의 예배를 구분하여 드리기 시작한 걸로 안다. 이러한 예배의 연령층 구분은 산업사회의 파생물로 평가되고 있다.

어른들 중심 사상과 실용주의적 교육 사상이 교회 안에 들어온 것이다. 이로 인해 서서히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가정 교육’ 소멸과 ‘세대간 단절’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세대간 단절의 회복과 가정 교육의 회복을 말하는 것이 바로 하브루타이다.

세대간의 단절의 심각성을 뒤늦게 나마 깨닫고, 교회들이 ‘세대간 통합 예배’를 시도하는 것을 종종 보았는데, 거의 실패로 끝나고 있다.

우선 갑자기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여있는 그 자체가 서로 어색하고 불편하다. 설교자 또한 익숙지 않은 설교 대상의 상황 속에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 달에 한 번 주일학교 각 부서들은 통합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별도의 공연 준비를 해야 하는 불편함과 부담감을 감수해야 한다.

‘하브루타’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기초하는 것으로, 어른들 예배에 아이들이 참석한다고 해서 세대간 소통이 이루어지기에는 이미 너무 거리가 멀어져 있다.

마상욱 청소년불씨운동
▲저자 마상욱 대표는 “청소년에게 보다 지혜롭게 다가가고 싶고, 우리 사회와 교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와 지도자를 위해 이 책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YSM 제공
이야기 청소년 신학

저자는 청소년 사역에 20년을 헌신했다고 한다. 그 자체에 필자는 고개가 숙여진다. 물론 필자도 파트타임 부교역자 시절에 청소년부(중고등부)를 3년 정도 경험하였지만, 그나마 그 시절에는 아이들이 말을 잘 들었다고 기억한다.

20년간 청소년 사역을 통해 경험하고 깨닫게 된 것들을 본서를 통해 ‘이야기 청소년신학’이라고 정리하면서 소개하고 있다.

굳이 ‘이야기’라는 접두어를 왜 썼을까? 혼자 생각해 보면 청소년 사역이라는 것이 ‘이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삶’과 ‘관계의 내러티브’가 있는 역동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또 ‘신학’이라 함은, 본서 청소년 사역의 근간과 기준, 그리고 방향에 대한 정체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책은 총 8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는데, 현장 사역에 기반한 실용적인 내용들을 신학적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청소년 지도자가 해석해야 할 3가지 틀인 성경해석, 문화해석, 자아해석과 청소년 생태계 부분은 청소년 담당 교역자뿐 아니라 담임목사, 교사, 학부모 모두가 읽어볼 필요가 있는 내용들이다.

교육보다 먼저 소통이 중요하다

본서는 저자의 신학, 심리, 교육, 문화 등 학제 간 공부와 독서들의 내용들이 어우러진 청소년 사역 철학과 방법을 담고 있음에도, 매우 쉬운 에세이로 이를 풀어가고 있다. 말 그대로 대중을 위한 책이다.

사족을 하나 붙여보겠다. 상담을 통해 경험한 바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부모들은 자녀들과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자녀에게 물어보면 모두들, 부모와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한다.

누구 말이 옳을까? 필자는 아이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와 대화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아이는 부모와 대화가 아닌 훈육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하는 대화의 마지막은 ‘그러니 내 말 들어!’로 끝나기 때문이다.

부모가 하는 말은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 옳은 말은 어른의 관점에서 옳은 말이다. 자녀의 마음과 관점에 대한 경청과 공감과 상호 소통이 없는 부모의 훈육에, 아이들은 입으로 “예”라고 대답하지만 귀와 마음은 이미 닫힌 상태이다.

마상욱 청소년불씨운동
▲방한한 딘 보그먼 교수 부부와 함께한 마상욱 대표. 마 대표는 “딘 보그먼 교수님은 제 삶과 사역을 해석하셨는데, 그것은 그동안 열심히 청소년 관련 일을 해왔지만 큰 틀에서 하나님의 눈으로 제 사역을 해석해 본 경험이 없었던 제게 놀라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YSM 제공
이게 세대 간의 단절이다. 본서는 이러한 부모와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자기 관점에 갇힌 몰이해를 깨닫게 해준다.

현재 한국교회 60%에 주일학교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많은 교회의 강단에서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 침튀기며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일학교 예산 편성과, 교사와 부모의 전문 교육에 대해 힘쓰는 교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도 주일학교 사역은 사역자들이 담임 목회를 위해 거쳐가는 단계로 인식되는 교회의 현주소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여러모로 이 책은 현재 한국교회에 필요한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 한 가지를 꼽는다면, 청소년을 ‘사역 대상’으로 일관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을 ‘관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좀 더 훌륭한 ‘청소년 이야기 신학’이 나오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강도헌
제자삼는교회 담임,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