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보다 멋진 꿈이 있어요
금메달보다 멋진 꿈이 있어요

다빛 | 이승애 그림 | 생명의말씀사 | 136쪽 | 12,000원

1988년 서울 올림픽때 많은 경기가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탁구 복식 경기였다.

현정화와 짝을 이룬 양영자 선수가 여자 복식에서 강적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탁구에 거의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도 그 때의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곧 양영자 선수는 기억에서 사라졌고, 난 다시 바쁜 일상을 살아갔다. 그러다 출간된 <주라, 그리하며 채우리라>라는 책은 양영자 선수가 기독교인이었고, 은퇴 후 그녀가 몽골 선교사로 파송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주라, 그리하며 채우리라>는 전광 목사가 양영자 선교사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말로 전한 것을 글로 옮긴 것이다.

전광 목사의 필력이 더해진 양영자 선수의 이야기는 감동과 함께, 책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선교사로 살아가는 양영자 선교사의 아름다운 헌신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책을 원전으로 하여, 어린이를 위해 간결하고 명료한 글과 함께 이승애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전광 목사의 원전을 읽지 못한 탓에 양영자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쉽고 편하면서 그림과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순에 읽도록 배려할 뿐 아니라, 하나님께 철저히 헌신했던 양영자 선수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빛 작가는 길고 복잡한 내용을 어린이 수준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하며, 읽기 쉽도록 도와준다.

‘올림픽 우승’이라는 화려한 장면만을 기억하고 있는 필자에게, 어린 시절과 테네스 엘보로 인해 고통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던 이야기는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한다.

아픔 속에서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열정, 기도원에서 병을 치료 받은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그러나 정작 더 힘든 시간은 선수 은퇴 후였다. 화려한 모습을 뒤로 한 채 라켓을 내려놓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생활을 했던 인기 연예인들이 종종 은퇴 후나 인기가 사그라질 때 우울증에 걸리거나 그것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라 그리하면 채우리라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양영자 선수(왼쪽)의 모습. ⓒ대한체육회
앞만 보고 달려왔던 양영자 선수는 은퇴 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이루었으니 소원이 없겠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주체할 수 없는 우울감에 휩싸인 것이다.

“나는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나날이 시들어갔어요. 풍선 속은 공기뿐인 것처럼, 내 속에는 ‘탁구 선수 양영자’뿐이었나 봐요. 은퇴 이후, 내내, 나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정신없이 휘휘 돌다가 바닥에 털썩 떨어진 것 같았어요.”

그것뿐 아니었다. 어머니가 갑자기 병으로 입원을 하게 된다. 결국 65세의 나이로 어머니는 하나님 품에 안긴다. 어머니는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남겼다.

“영자야, 신앙 좋고 인품 좋은 배우자를 꼭 만나거라. 엄마가 하늘나라에서도 잊지 않고 기도할게.”

그렇게 어머니는 별이 되었다. 양영자는 먼 나라로 도망쳤다. 그곳에서 하나님과 뜻밖의 만남이 이어지고, 결국 결혼하게 된다.

이 남성은 양영자를 만나기 위해 무려 40일 동안 아침을 금식하며 기도했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기보다 먼저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는 결국 양영자의 마음을 돌이켰고, 결혼에 성공한다.

남편은 이전부터 선교사로 헌신했던 사람이었다가, 결혼 후 기자 직업을 내려놓고 신학을 공부하고, 몽골에 선교사로 떠난다.

몽골 사역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선교사는 최선을 다했고, 열매를 맺어갔다.

양영자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양영자 뒤에 계신 하나님의 이야기다.

가난한 집의 딸로, 뛰어난 운동선수에서, 다시 금메달 리스트로, 그리고 선교사의 사명까지…. 하나님은 그녀를 사용했고,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양영자라는 한 사람을 통해 이루어 가신다.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감동적인 양영자 선교사의 이야기는 나태한 신앙에 불을 지피고, 다시 잃어버린 영혼들을 향한 마음을 뜨겁게 해 준다. 선물용으로, 교회 비치용으로도 참 좋은 책이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에레츠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