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에 대한 '과학적 사실' 바로 알아야
낙태는 사회 병리, 허용 아닌 예방으로

“낙태죄는 여성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예요. 진실을 알아야 합리적인 개정안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최근 서울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정순 교수(경북대 외래)가 오는 2020년까지 개정해야 할 낙태 관련 법에 대해 한 말이다. 배 교수는 지난 2014년 공식 출범한 이후 생명 존중 운동을 펼쳐온 프로라이프여성회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국가정책개발위원장으로 낙태 경험자와 미혼모 등 수많은 여성들을 상담해왔다.

 

배정순 교수
▲배정순 프로라이프여성회 대표(경북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국가정책개발위원장) ⓒ김신의 기자

배 교수는 “과학과 팩트를 지지한다”며 “이런 것들을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녀는 ‘선진국들은 낙태를 합법화 했다’라는 말은 “틀린 것”이라며 “(우리가)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국가는 형법에서 태아, 영아, 어른 등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형법에서 처벌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뿐더러, 최근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학대나 살해도 강하게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결국은 여성의 인권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낙태 사업을 한 것임을 서구 사회는 깨닫고 있어요. 여성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낙태를 반대합니다.”

배 교수는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여성의 자궁을 무늬로 표현한 의상’과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마케팅’ ‘옳고 그름보다 이슈를 추구하는 기업’ 등 브랜드의 상술에 대해 언급하며 “자본을 위한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중 문화에 “복음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 방송, 오피니언 리더, 법률 전문가들이 사실을 알면서 진실을 왜곡하고 알리지 않고 있다고 봐요. 대중문화는 온전히 수익을 위해 만들어져요. K-POP의 춤들이 선정적인 게 많아요. 그런데 그런 춤을 유치원, 초등학교 발표회에서 하고 있지요. 심지어 아이들에게 섹스를 권리라고 가르치며 권장하고 있어요. 피임약을 ‘내 몸의 안전함’이라면서 광고를 해요. 하나도 안전하지 않은데, 그거를 수년 동안 먹으니 불임, 난임이 다 되는 거예요.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면 여성에게 피임약을 강요하고, 남성 책임이 빠진 대중문화의 메세지에 저항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피임약보다 낙태가 더 위험하지요.”

배 교수는 “안전한 낙태는 없다”며 ‘낙태’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무지한 현 상황을 지적했다.

“낙태가 법적으로 합법화 된다고 해도, 또 전문적인 시술을 한다고 해도 낙태는 자궁에 천공을 만든다거나 과다 출혈 쇼크,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위험한 일이예요. 낙태는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의학적으로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개인적 문제, 개인의 외상을 넘어 가족과 친구, 주변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사회적 병리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배정순 교수
▲배정순 교수는 “죄인임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회개하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낙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의 기자

그러면서 배 교수는 “결국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강요’를 법적으로 허용하려는 폭력이고 범죄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트라우마가 20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듯이 낙태 후유증도 이와 똑같다”며 “낙태 후유증에 대한 사실을 알려 낙태를 허용하기보다 예방하기 위한 내용이 법안이 들어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케이스가 많으니 일일이 기억을 다 못하지만, 상담 일을 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사회의 병리를 보았기 때문이죠. 여성들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이 있어요. 힘든 사람들은 스스로 감당할 수준이 안되면 결국 공격성을 띠어요. 그 공격성이 타인, 또는 자신을 향하게 된 거죠. 마치 모든 것이 낙태죄 때문인 양 말을 하는 이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데도 우리 사회가 여기에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는 것, 그게 진짜 문제죠. 결국 낙태죄에 대한 공격은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차별’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반대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미국은 낙태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낙태 건수가 줄었어요. 낙태에 대한 진실을 알면 선택이 달라질 겁니다.”

또 한 가지 염두해야 할 점은 낙태죄가 단순 ‘낙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명’과도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배 교수는 강조했다.

“2012년도에 자살 예방법이 통과됐어요. 한 사람이 자살을 하면 최소 주변의 6사람이 고통을 받아요. 그래서 국가가 이를 사회적 문제로 생각하고 개입한 것이죠. 생명 문제이기 때문에 그러해요. 과학적으로도 태아는 여성 몸의 일부라고 할 수 없는 독립된 생명체예요. 생명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가 보호해야 할 법익인 거죠. 생명은 종교를 넘은 보편적 진리이지요. ‘낙태죄를 폐지할 때보다 존속했을 때 얻는 법익이 크다’고, 2012년도 판결문이 정말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어요. 형법상 낙태죄의 목적은 여성 처벌이나 차별이 아니라 태아의 생명 보호예요.”

배 교수는 한 가지 상담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 지속을 위해 ‘낙태가 해답’이라는 생각을 하고 낙태를 했지만, 결국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깨지고 낙태 후유증으로 자살 충동까지 느끼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이 여성은 상담을 받고 결국 하나님의 자녀로 돌아가 생명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낙태를 해서 어둠 속에 살고 있는 여성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치료하도록 해야 해요. 트라우마 상담을 하면 반드시 ‘상처’를 직면해야 하는데, 혼자 하는 것은 위험하고 어려워요. 전문 상담사에게 도움을 받는 게 좋아요. 성경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시지만 언제든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세요. 눈물을 흘리며 삶을 허비하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실 거예요. 죽은 아이도 있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죽어가는 아이, 버려지는 아이들이 있어요. 해외에서는 이런 일을 정말 잘 하는 크리스천들이 있어요. 교회가 치유 프로그램을 해 나가야지요. 낙태와 자살, 생명에 대한 가치관 교육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르쳐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