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목사
한 여자가 예수님 앞에 왔습니다. 자기가 원해서 온 게 아니고 사람들의 손에 질질 끌려 예수님 앞에 던져졌습니다.

죄를 지은 여자입니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붙잡혔으니 증거는 충분합니다. 법대로 하면 돌로 쳐서 죽여도 마땅한 여자입니다.

어른 젊은이 할 것 없이 죄인 여자를 둘러싸고 모두 돌을 들고 서있습니다.  죄인 여자를 보는 사람들에게 자비는 없습니다. 죄를 지어서 죽을 일을 했으니 합법적으로 죽어야 맞는 여자에 대해서 긍휼과 자비를 강연하던 예수는 뭐라고 할까...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예수님은 죄인 여자를 바라보십니다. 끌려오느라 옷은 다 찢어지고 머리는 헝클어졌고...

먼지와 땀과 눈물과 긁힌 상처들에서 스며 나오는 피로 뒤범벅이 된 처참한 몰골이었겠지요. 예수님은 죄인여자를 바라보시던 눈길을 돌려 모여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 8:7)

아...! 증거도 있고 죄가 명백한 합법적인 자리에서 양심을 건드리시니 양심의 소리가 법을 능가합니다.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 죄가 낱낱이 보여 지니, 자기도 죄인이라는 사실을 거부할 수 없는 사람들은 하나씩 하나씩 슬그머니 그 불편한 자리를 피합니다.

그들의 양심은 합법적으로 돌을 던져 죽여도 마땅한 죄인 여자에게 아무도 돌을 던질 사람이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증명합니다.

간음한 죄는 모든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는 죄입니다. 죄인 여자는 그렇게 비천하고 멸시 받는 자리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여자여, 그들이 어디에 있느냐? 아무도 너를 정죄하지 않았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죄인 여자는 자기가 지은 죄 때문에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죄를 지은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자기의 죄를 비판하고 죄로 단정하지 않겠다고 하시는 이분은 누구신가?

예수님이 누구신지도 몰랐고 알지도 못하는 그분을 만나려고 애쓴 것도 아닙니다. 그냥 죄를 짓다보니 주님 앞에 까지 끌려오게 된 것입니다.

죄인의 처참한 몰골이 되어 죄 때문에 죽기 직전에 죽음 앞에서 만나게 된 분입니다. 죄인 여자가 예수님 앞에서 뭔가를 잘한 행동이 없습니다. 잘할 수 있는 힘도 없는 죄인입니다.

양심 앞에서는 모두가 다 죄인 이었지만, 유독 그 여자는 자기 죄를 못 숨기고 드러내 버린 가장 비참하고 수치스런 처지에 있던 여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 앞에 끌려온 죄인 여자는  오직 긍휼함 밖에는 기대할 게 없는 여자입니다.

간음한 여인과 예수
▲영화 <선 오브 갓> 중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만난 예수님 모습 ⓒ영화 스틸컷
죄인여자는 자기가 뭔가 조금 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예수님의 긍휼하심만을 바랐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예수님이 필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아니면 안되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의 긍휼함 하나밖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야말로 댓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죽음 직전의 수치와 멸시의 밑바닥 에는 어김없이 예수님이 계십니다.

사람도 심판주도 비판하지 않는다. 너의 죄는 이제 다 끝났으니 가서 다시는 이제부터 더는 죄를 짓지 마라(요 8:11).

자기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죄의 종결의 선포를 받은 사람은 존재감이 바뀌어 지니 삶이 달라집니다.

간음으로 더렵혀진 여자였기 때문에 간음한 여자로 살았지만 이제는 심판주가 용서하신 거룩하고 정결한 사람이 되었으니 그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합니다.

둘러선 무리 중에서 가장 처참하던 죄인 여자가 가장 복된 자가 되었습니다. 내 죄 때문에 주님 발 앞에 끌려 나오는 것이 축복입니다. 

이영은 목사(서울 마라나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