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동산고 조규철 교장. 그는 최근 나온 경기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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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아닌 자사고 지정 취소’ 목적 아닌가 의심”
“교육청 평가지표, ‘학교 안’보다 ‘학교 밖’에 방점”
“자사고 지정 취소되면 기독교 건학 이념에 제한”
-도교육청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사실 평가 자체를 거부할까도 고민했었다. 교육청의 평가지표를 보고, '이건 평가를 위한 게 아니라 자사고 지정을 아예 취소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 학교만이 아닌 다른 많은 학교들도 그렇게 봤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기준점에 미달하고 말았다."
-왜 그런 의심을 했나?
"자사고 폐지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니까."
-평가지표의 어떤 점이 부당하다고 느꼈나?
"5년 전 평가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정성평가 점수가 48점으로 5년 전보다 12점이나 늘었다. 정량평가에 비해 객관적 수치화가 어려운 만큼, 주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또 학생과 학부모, 교원의 학교 만족도는 15점 만점에서 8점 만점으로 거의 절반이 줄었다. 학교를 평가하는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구성원들의 만족도라고 생각한다. 자사고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 항목의 배점을 줄였다. 납득하기 어렵다.
반면, 교육청 재량평가 항목의 만점을 8점에서 12점으로 늘였다. 게다가 감사 등 지적 사례에 최대 12점까지 감점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감점은 이번에 처음 생겼는데, 다른 시도 교육청에 비해 경기도교육청의 그것이 유독 높다. 우리 학교는 이번에 12점 전부 깎이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번 평가지표는 구성원들의 만족도 등 학교 안보다 교육청의 정책 등 학교 밖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것이 과연 자사고 정책의 취지와 맞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사고가 무엇인가? 공교육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자율적인 교육을 하도록 만든 곳 아닌가? 그런데 평가는 거꾸로 가고 있다."
-평가지표를 만드는 건 교육청의 고유 권한 아닌가?
"그래도 점수는 공정하게 매겨야 할 게 아닌가. 이번에 교육청은 2점 만점인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 지표'에서 최하점인 0.4점을 줬다. 그러나 우리는 이 부분에서 '학생납입금은 일반 사립고 그것의 300% 이내(2018학년도 이후)'라는 5년 전 평가 당시 교육청이 정해준 요건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최하점을 주나?
뿐만 아니라 '교육청 재량평가' 영역에서 '1인당 학부모 부담 교육비'를 또 평가해 4점 만점에 1.6점을 줬다. 교육비라는 같은 대상을 두고 이중으로 평가한 것이다.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현황 평가'에서도 최하점을 받았는데, 이는 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통합전형 학생들은 이미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모두 면제해주고 있다. 어떤 재정을 더 지원하란 말인가?"
-안산동산고는 5년 전에도 교육청 평가 기준에 미달했지만 교육부의 부동의로 지정 취소를 면했었다. 그 땐 왜 기준점수를 넘지 못했나?
"당시에도 경기도교육청의 평가지표가 타 교육청에 비해 유독 엄격했고 기준점수도 높았다. 만약 다른 교육청 기준이었다면 그 때 받은 점수만으로도 재지정에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또 이번 평가처럼, 가령 학급당 학생수 등 교육청의 지침을 충실히 따랐는데도 점수를 낮게 받았다. 다행히 그 땐, 교육부가 이런 사정을 헤아려 교육청 결정에 동의해주지 않았다."
-만약 끝내 자사고로 재지정되지 못하면, 학교엔 어떤 변화가 생기나?
"건학이념을 구현하기가 어렵게 된다. 알다시피, 안산동산고는 기독교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미션스쿨'이다. 매주 수요일 모든 학생이 예배를 드린다. 또 정규 교과로 종교를 가르친다.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독교를 소개한다. 매일 수업 시작 전 경건회도 한다. 이 밖에 다양한 학생들의 기도모임이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한 건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되고 일반 사립고로 평준화 되면, 그런 선택권이 사라진다. 정부의 간섭도 지금보다 커질 것이다."
-이제 어떤 절차가 남았나?
"오는 8일 청문회가 있다.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한 학교 측의 이의를 교육청에 제기할 수 있다. 받아들여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교육청은 이번 결과를 그대로 교육부에 통보한다. 그럼 교육부가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끝내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된다면?
"법적 소송으로 갈 것이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이다. 그러나 그 과정과 결과는 모두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다고 믿는다."
ⓒ안산동산고등학교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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