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어제 아침, 매일 올라가는 앞산의 길이 축축히 젖어 있었습니다. 밤새 내린 비로, 나무도 젖어 있었고, 풀도 젖어 있었고, 돌도 흙도 젖어있었습니다. "오늘 성도들 야외행사 있는데 괜찮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라가는 사이에 후두둑 빗방울 떨어져 다시 비가 오나 생각했습니다. 비는 아니고 나뭇잎이 달고 있는 물방울들이 바람에 떨어져 이리저리 흩어짐이었습니다. 비 젖은 길이 미끄러워 조금은 조심히 걸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초입부터 땅이 말라 있었습니다. 풀도 나무도 돌도. 산 아래쪽은 좀 더 뽀송히, 위쪽은 걷기 가장 좋을 만큼 조금 덜 말라 있었습니다. 어제 오후 나절의 해가, 그 사이 젖었던 산을 말려주었습니다.

삶이란 언제는 비오고, 또 언제 비왔냐는 듯 또 다시 해가 나, 젖은 삶을 말려주기도 합니다. 삶의 일희일비에 우리 마음을 매어두었다가는 너무 널뛰기가 심해 혼미합니다.

그저 먼 곳보고, 믿음으로 바라보는 우리 삶의 가야할 영원의 세계를 바라보고 간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누리고 느끼는 삶의 현재는, 그 영원보다는 훨씬 가깝고 눈앞과 피부로 느껴집니다. 그러니 우리의 삶은 늘 엎어지고 미끄러지는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믿음은 정말 내 삶을 구원으로 이끄는가. 내가 받은 영원한 삶은 저 먼 후의 천국 뿐 아니라, 지금 이 세상에서도 효력을 발휘하는가. 우리는 때때로 우리 스스로에게 우매한 질문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삶의 세계는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내 삶의 기준으로 삼는가에 따라 전혀 달라집니다. 어디까지를 내 삶의 판단 근거로 삼느냐하는 내 삶의 범위를 정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느 날 예수 그리스도가 내게 찾아와 마음에 계시고, 그의 말씀과 가르침이 내 기준과 범위가 될 때, 우리 삶은 새로운 곳을 바라보게 되고, 믿음이라는 새로운 기준과 범위가 설정됩니다.

나도 모르게 이제까지 느끼고 누리고 판단하던 기준을 넘어선 새 가치에 의해 기쁨과 소망이 생깁니다. 우리는 아는 것만 깨닫고 누리다,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를 체험케 되는 순간 새 눈과 삶이 열립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하루 사이에 땅이 젖고 또 마르듯 우리 삶은 가변적입니다. 문득 우리가 이 세상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세계를 발견하게 되면, 새로운 가치와 기쁨의 삶이 열립니다.

날마다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주님께서 열어주시는 새로운 은혜의 세계를 누리시는 기쁨 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