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로 백범 김구를 전공으로 법학박사 학위(국민대)를 취득한 홍원식 피스코리아 이사장이 백범 서거일을 맞아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김구
▲백범 김구 선생.
“나 하나가 죽어 나 이상의
애국자들이 많이 나온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


“암살 제보를 종종 듣지만 나는 기뻐합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듯이(요 14:24), 나 하나가 죽어 나 이상의 애국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나라와 민족 앞에 복무하며 일생을 보낸 백범 선생의 유언이 된 기고문 내용이다.

‘암살’에 의한 귀천(歸天)을 일찍이 감지한 백범은 <활천(活泉), 1922 창간, 230호>에 자신의 유언을 기고한 뒤, 유언이 이뤄지기를 소망하며 ‘시한부’와도 같은 말년을 살았다.

“어떠한 사상이나 이념도 우리 민족의 ‘하나됨’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동포간의 화합은 ‘새로운 독립운동’이다.” 남북을 넘나들며 호소하며 보내던 백범(김구) 선생은 70년 전 오늘(6월 26일), 안두희의 흉탄을 맞고 소천하였다.

‘사즉생(死卽生)’의 결단을 초지일관 견지하며 반세기 넘도록 항일독립운동을 하며 사선을 넘다들던 민족 광야의 거목이 우리 곁을 떠난지 70년이 흘렀으나, 분열된 민족 상황은 70년이나 큰 차이가 없어 후대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사즉생’은커녕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지도층 인사도 찾기 힘든 사회는, 홉스(Thomas Hobbes)가 지적했듯 ‘만인의 만인 상호간의 투쟁’으로 결국 공멸의 위기를 맞게 된다.

‘국민 통합=국민 행복’임을 통감했던 백범 리더십, ‘백범정신’의 생명은 ‘섬김’이다. ‘105인 사건’으로 투옥 중 스스로 지은 호 ‘백범’과 새로운 이름 ‘구(九)’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회적 약자인 ‘백정(白丁)’과 농부, 어부들을 통칭한 ‘범부(凡夫)’들을 ‘섬김(九)’의 삶에 내비게이션을 맞춰두고 산 것이다.

독일은 분단시대에
‘통일’이란 말을 쓰지 않고,
‘통합’ 또는 ‘통합교육’을 했다

스멘트(R.Smend))가 체계화하여 독일연방공화국헌법(1949-현재) 이념으로 자리잡은 ‘통합=행복’을, 전후 독일 헌법(1949)의 아버지들보다 먼저 간파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이념(삼균주의)에 담았던 백범. 사분오열된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새로운 독일’을 만든 ‘통합주의’ 곧 ‘백범정신’을 국민정서화해야 한다.

이미 통일 국가가 된 독일은 분단시대에 ‘통일 교육’이니 ‘통일’이니 하는 말을 쓰지 않고, ‘통합’ 또는 ‘통합 교육’, ‘통합 정책’들의 용어를 사용했다. <통합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스멘트는 “만인의 만인 상호간에 자제와 협력을 통해 이뤄지는 행복한 상태”라고 답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역대 정권마다 ‘통일’을 표방했으나 ‘울리는 꽹과리’소리 수준의 통일 교육을 정권의 입맛에 따라 해왔을 뿐, 통일의 절대적 전제조건인 ‘통합’에 대해서는 개념 정의조차 되어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일(안보)교육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남북교류협력법, 남북관계발전법, 통일교육지원법, 한국자유총연맹 육성법, 인성교육지원법, 지방자치단체조례 등에 의거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법적 기반에 의거해 통일(안보)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주체에 따라 상반된 내용(예, 전교조와 한국자유총연맹)의 교육이 무질서하게 실행되어지고 있다.

‘반헌법적 저효율의 늪’에 빠져
무질서하게 이뤄지고 있는
대한민국 통일(안보)교육

현재 우리나라의 통일(안보)교육은 ‘비용대비 저효율의 늪’에 빠져, 정작 통일의 ‘절대적 선행조건’인 ‘국민 통합’ 및 ‘민족 통합’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다.

통탄스럽게도 ‘안보는 헌법질서 수호를 통해 국민 행복을 도모함’이라는 헌법적 상식(헌재결 89헌가104)을 간과한 채, ‘‘안보와 통일’을 이분법적(대립적) 개념’으로 정립하는 오류까지 범해 왔다.

‘남북통일’은 더할 나위 없거니와,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고 행복한 나라를 이뤄가는 것이 ‘안보’에 충실한 것이건만, “북한을 적대시하고 주적으로 삼아야 안보에 충실한 것” 식의 반헌법적 발상이 아직까지 먹히고 있는 실정이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제66조)’를 부여한 것은 ‘국민 행복(헌법 제10조)’에 목적이 있는 만큼, 통일(안보)교육의 목적 또한 국민 행복에 있다.

국민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통일 구현을 위한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 속에는, 통일 실현을 위한 절대적 선행 환경인 ‘국민 통합’을 위한 ‘새로운 통일(안보)교육’을 할 의무를 당연히 포함하고 있다.

‘성공한 통일국가’인 독일의 선례를 타산지석삼아, ‘국민 통합=국민 행복’임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통일교육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바꾸는 대통령의 ‘헌법수호적 결단’이 긴절(緊切)하다.

거창한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의장인 헌법(제92조) 조직으로서 무려 2만여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구성원을 가진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본연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민주평통’이 명실상부한 헌법적 책무를 수행하고자 한다면, 자타가 공인하는 구조 모순들을 혁파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자문위원을 추천하여 구성하는 한, 헌법기관이 향우회 또는 친목단체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구조개혁’하여 ‘국민 통합’ 선도해야!

법적(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14조②)으로는 준공무원인 ‘자문위원’들이 곧 ‘국민통합 교육위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갖춘 국민들로 충원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부 통일교육원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 자문위원 전문화 교육을 선행한 뒤, 국민통합 교육현장으로 나가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사실상 2년 단임으로 관행화된 사무처장 임기 시스템으로는 직무 전반을 습득한 뒤 역량을 발휘할 시점에서 퇴임하게 된다. 사무처장의 임기를 ‘3년 중임제’ 등으로 바꿔, 업무상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직무의 연속성 또한 담보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통일교육지원법, 한국자유총연맹육성법, 인성교육지원법 등의 유기적 개정을 통해, 통일(안보)교육 관련 모든 기관이나 조직들이 ‘국민 통합=국민 행복’으로 집약되도록 헌법적 책무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어지러이 걷지 말자.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양연​(李亮淵, 1771-1853)의 시, 야설(野雪)을​애송하여 지인들에게 친필 휘호로 선물하곤 한 백범. 대통령이 의장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가 헌법적 소임을 수행해 필요한 19기 구성과 혁신적 운영을 통해 후대 국민들이 귀감으로 삼을 만한 ‘합헌적 이정표’를 세워 주기를 고대한다.

‘섬김=통합=행복’이 ‘진리’다!
‘진리’이신 예수님 말씀이기 때문이다

패전으로 초토화됐던 독일이 재건은 물론 유럽 최강국으로 일어설 수 있는 헌법이념을 제공한 스멘트는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론으로 “‘작은 예수’가 되어 서로 섬기면 ‘국민 통합=국민 행복’의 상태에 이른다”고 논증했다.

기독교 문화가 보편화된 독일에서 흔히 쓰이는 ‘작은 예수’, ‘예수 정신’이라 함은 “너의 부모를 공경하라, 너의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구(마 19:19)에 기초한 것이다.

‘섬김=통합=행복’이라는 논리구조에서 ‘백범 정신’과 일맥상통하니, ‘새로운 통일(안보)교육’ 과정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좋을 듯 하다.

범국민적·범민족적 국민통합 운동을 통해, 주말이면 ‘좌우’가 편을 갈라서서 광기 어린 폭언과 욕설 등이 뒤섞여 ‘광란의 사상 시장’으로 돌변하는 광화문 일대가 “국민 통합이 최고의 국민 행복”이라는 ‘백범’의 향기로 가득한 명소로 탈바꿈해가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백범은 물론 통일을 이룬 독일 헌법의 ‘대부’들의 붙잡은 ‘섬김=통합=행복’이 ‘진리’다. ‘진리’이신 예수님 ‘말씀(마 7:12, 막 10:45)’이기 때문이다.

홍원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법학박사, 통일헌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