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종말론
예수의 종말론

R. C. 스프라울 | 김정식 역 | 좋은씨앗 | 344쪽 | 16,000원

R. C. 스프라울(R. C. sproul)이 쓴 <예수의 종말론>은 9장에 걸쳐 종말에 관해 궁금한 다음 9가지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1장 예수님은 감람산에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가?
2장 말세의 징조를 알리는 ‘이 세대’는 무엇인가?
3장 끝나게 될 ‘세대’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4장 바울은 말세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가?
5장 예루살렘의 멸망은 무엇을 말하는가?
6장 요한은 계시록에서 말세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가?
7장 부활은 언제 이루어지는가?
8장 적그리스도는 누구인가?
9장 천년왕국은 언제 실현되는가?

필자는 종말론의 관점으로 나눠 보자면, 점진적 세대주의 종말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참고로 존 맥아더, 대럴 벅 등도 점진적 세대주의 종말론을 지지합니다).

한국 교계에서는 세대주의 종말론을 이단이라고 말하는 극단적인 분들도 있지만, 사실 종말론에 관한 다양한 관점 중 자기 관점과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을 이단으로 몰아세우기 원한다면 ‘급진적 과거 종말론’ 역시 A.D. 70년에 ‘주의 날’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역사적으로 성취되었다고 주장하는 견해인 만큼, 반대쪽에서 보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이단처럼 보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종말론처럼 견해 차이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교리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내가 지지하는 견해가 아닐지라도 과연 저자가 믿고 있는 견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근거로 그것을 믿고 있는지 확인하고 알아보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건전한 비판과 분별이 읽기 과정에 적절히 필요하겠지만, 처음부터 무엇이 ‘틀렸나 보자’는 식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비록 우리가 견해는 다를지 몰라도 달라서는 안 되는 복음에 있어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다면 주 안에 한 형제자매로서 서로의 다른 생각을 충분히 건설적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이 책의 저자 R. C. 스프라울과 존 맥아더 목사가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정중하고도 예리하게 토론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동의할 수 있는 부분과 동의하기 힘든 부분을 분명하게 말하면서도, 서로가 무엇을 근거로 자기 견해를 지지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러면서도 자기 견해를 성경을 근거로 철저하게 입증하며 주장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는 책을 읽을 때는 그런 성숙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바로 그런 성숙한 자세를 이 책의 저자는 ‘종말론’을 다루며 몸소 보여줍니다. 스프라울은 자기 의견이 무조건 맞고 성경이 자기 견해만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로 이 책을 저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기 목소리를 줄이고 ‘과거 종말론’을 지지하는(스프라울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러셀이나 젠트리 등 학자들의 설명을 많이 인용하며 그들이 왜 과거 종말론을 지지하는지 이유를 정리하여 제시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동의하는 부분을 짧게 다는 형식으로 이 책을 저술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독자는 ‘스프라울의 견해는 뭐지?’라는 생각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스프라울이 보여주는 성숙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책의 결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과거 종말론’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과거 종말론이 기여한 큰 공헌은 두 가지 중요한 주제로 우리 주의를 환기시켰다는 사실에 있다. 그 하나는 종말론적 예언에 대한 신약성경의 기간 언급이다. 과거 종말론은 이 같은 시기에 대한 언급이 갖고 있는 의미를 과소평가하거나 이를 외면하려는 경박하고 피상적인 시도들에 맞서는 파수병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중요한 주제는 예루살렘의 멸망이다. 이 사건으로 구속사에서 결정적인 한 시대가 종말을 고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틀림없이 그것은 어떤 시대의 종말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하나님께서 심판을 통해 이스라엘을 돌아보신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며, 절대적으로 중요한 ‘주님의 날’(day of the Lord)이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유일한 주님의 날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과거 종말론자들 사이에서도 주요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310-311쪽).”

그러면서 그는 성숙하게도 완전 과거 종말론의 약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완전 과거 종말론의 큰 약점은—나는 이것을 치명적인 결점으로 여긴다—최후의 부활에 대한 해석에 있다. 완전 과거 종말론이 우리 시대에 폭넓은 지지를 얻으려면 이 같은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311쪽)”.

R.C. 스프로울 박사
▲R.C. 스프라울 박사. ⓒ유튜브 영상 캡쳐
동시에 스프라울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온건한 과거 종말론’이 성경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는 마태복음의 감람산 강화인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예언하여 경고하신 것은 분명히 예루살렘과 성전의 파괴 그리고 예수님의 재림을 동일한 사건으로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록에는 마태복음의 감람산 강화와 함께 감람산 강화의 공관복음 비교 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프라울의 질문은 간단합니다. ‘만일 예수님이 경고하신 내용이 제자들의 때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면(미래 사건), 그들에게 경고하실 이유가 무엇이겠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실제 예수님이 경고하신 내용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성취되었는지 다른 학자들의 설명을 통해 입증합니다.

그는 또한 ‘세대’를 예수님의 초림부터 미래에 일어날 재림까지의 기간으로 보지 않고, 감람산 강화를 하신 그때로부터 30-40년 정도라고 설명합니다(86쪽). A.D. 70년 ‘그리스도의 오심(최종적이지 않은)’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때까지의 기간을 ‘세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결국 온건한 과거 종말론자들은 “시간에 대한 언급은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재림에 둘러싼 사건들은 상징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따라 예수님의 강화를 해석합니다(102쪽).

그래서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기대는 세대주의 종말론 견해와 많은 유사성을 갖습니다.

온건한 과거 종말론이 ‘그리스도의 오심’, ‘주님의 날’, ‘심판’, ‘유대 시대의 종료’를 AD 70년에 이루어진 일로 보고, ‘그리스도의 오심(최종적)’, ‘주님의 날’(최종적), ‘죽은 자의 부활’, ‘살아 있는 자의 휴거’, ‘최종 심판’, ‘역사의 종말’을 미래에 일어날 사건으로 보는 것처럼(260쪽), 점진적 세대주의 종말론 견해 역시 미래에 있을 사건으로 ‘휴거’, ‘그리스도의 오심’, ‘대환란’, ‘죽은 자의 부활’, ‘최종 심판’, ‘역사의 종말’ 등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바울이 설명한 종말에 관한 가르침, 예루살렘 멸망이 있었을 때 실제로 성취된 것으로 충분히 보이는 예언들, 요한계시록이 가르치는 종말론을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특히 적그리스도, ‘666’에 관한 설명은 아주 흥미롭습니다(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천년왕국에 관한 견해는 세대주의 관점까지 자세히 설명하며 서로 비교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책의 결론에서 스프라울은 종말론 논쟁에서 가장 관심을 쏟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성경의 권위’라고 말합니다.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그 가르침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는다.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에서 신적 권위를 제거하려 하고 사도들의 증언과 심지어는 그리스도의 진정성에 공격을 가하는 회의주의의 거센 목소리에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312쪽)”.

그가 강조한 대로 과거 종말론을 검토하고 분석하면서, 스프라울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며 철저하게 성경의 의미를 따라 해석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그와 견해를 같이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진지하게 그가 제시하는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심사숙고하게 만듭니다.

반대로 그와 같은 견해를 가진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믿고 지지하는 견해가 무엇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그 근거를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또한 그들과 다른 견해에 대한 스프라울의 성숙한 자세를 덤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떤 종말론 견해를 가지고 있든지 충분히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형제자매들이 그리스도가 남긴 종말에 관한 약속을 두고 논의할 때, 모두가 같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간절히 사모하며 기다린다는 점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며, 성숙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그분 오실 때까지 나누게 되기를, 이 책이 그 한쪽 편의 이야기를 정중하게 대변하는 책으로서 모두에게 큰 유익을 끼치기를 기도합니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