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이정순 박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중동연구원 수석연구원)의 논문 '이슬람 상징의 의미에 관한 고찰'을 매주 한 차례 연재합니다. 이 논문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의 '중동연구' 논총 제3호(2019)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이정순
▲이정순 박사
이슬람 상징의 의미에 관한 고찰
A Study on the Meaning of Islamic Symbols

I. 들어가는 말

2019년 1월 현재 세계 인구는 약 77억이며, 그중에 무슬림은 약 23%에 해당하는 18억이다. 모든 종교에는 다양한 상징을 포함하고 있듯이, 세계 인구의 약 1/4에 해당하는 전 세계 무슬림이 사용하는 상징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종교에는 어떤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종교의 상징을 이해하는 것은 그 종교의 깊은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기독교에서는 '어린양',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 '나비'는 부활, '비둘기'는 성령을 상징한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와 꾸란은 이슬람 상징에 대하여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슬람 상징은 수 세기 동안 무슬림의 정체성과 관련된 표현의 수단으로서 사용했다. 이슬람을 향한 교회의 선교를 고려한다면 무슬림과 효과적인 관계를 맺기 위하여, 이슬람의 신학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무슬림 공동체 안에서 신앙의 상징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의 각기 다른 무슬림 공동체가 가진 무슬림 신앙의 다양한 상징들이 있다. 이슬람 상징들은 한국 사회에서는 흔히 볼 수 없으며, 한국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무슬림들에게 다가가는데 거침돌이 되기도 한다.

이 논문의 목적은 모든 이슬람의 대표적 상징을 세부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의 기본 교리, 문화 및 사회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이슬람 상징을 통하여 이슬람의 다른 면을 조명하는 데에 있다. 이것은 우리가 이슬람 세계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므로 무슬림들을 향한 장애 요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II. 종교와 상징의 상관관계

세상의 모든 사람이 종교적 상징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징은 인간 문화 및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각 종교의 상징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 상징에 대한 일반적 정의

상징(symbol)은 그리스어의 동사 symballein(sumballein)에서 나온 명사 심벌론(sym bolon, sumbalon)에서 유래되었으며, '함께 연결시키다(to put together)'를 의미한다. 선교문화 인류학자 폴 히버트(Paul G. Hiebert)는 상징을 객관적인 실재에 대한 주관적인 지식을 연결하는 것으로 보았다. 도구주의 안에서 상징은 형식과 의미로 규정되고 지식을 완전히 주관적으로 만들어 간다. 상징은 실재를 대표하며, 실재(객체), 형태(대표), 그리고 의미(해석)라는 말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기호론(semiotics. semiology)은 객관적인 범위와 주관적인 범위 모두 가진다. 이것은 우리가 상징에 대하여 주의 깊은 검증과 더불어 내부적 관점을 분석할 필요를 제시하고 있다.

상징은 어떤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해되므로 공동체와 한 개인이 가진 것과는 서로 다르다. 동시에 상징은 여러 의미를 표현하며, 사회적으로 주변적인 것이 상징의 중심일 수 있다. 상징이 의미하는 내용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상징은 하나의 형태에 많은 의미가 있으며, 인간의 의미와 가치 등 우리 속에 있는 것들을 외적 형태로 만들어내며, 사회적, 심리적 영향력이 크다. 형태가 매우 중요한 것은 의미가 전달되는 매개체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타 문화권 전도자는 무슬림들이 이해하는 형태와 의미를 깊이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지만 무슬림이 기독교의 신앙과 관습에 부딪힐 때 생기는 사고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상징은 인간이 현실 세계의 세계관을 나타내기도 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2. 상징의 역할

피에르 부르디(Pierre Bourdieu)에 의하면, 상징들은 사회통합의 대표적 도구로서 그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미에 대한 합의 등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합의는 무엇보다 사회질서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상징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동물은 상징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상징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표지의 역할을 하는 기호의 일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개념을 나타내는 사물, 행위들을 포함한다. 상징은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차원을 모두 갖는다.

상징의 역할에서 자연적 상징은 마음의 무의식적인 내용물에서 나온 것이다. 문화적 상징은 여러 종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문화적 상징은 오랫동안 수많은 변모 과정과 약간의 의식적인 발전 과정을 통과하여 문명사회에 수용될 만한 보편적 이미지가 된 것이다. 또한, 문화적 상징은 우리 정신 구조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고, 인간 사회를 건설하는 중대한 힘이다. 

상징의 사용 목적이 종교를 이해하기 위한 것인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에서는 어떤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종종 상징을 사용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독교의 대표적 상징들은 교회(에베소서 1:23). 어린양(요한복음 1:29), 십자가(요한복음 19:25), 물고기(요한복음 6:9, 21:11), 소금과 빛 (마태복음 5:13-14) 등이 있다. 이러한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종교와 상징주의에 관한 전문가이며 인류학자 브라이언 모리스(Brian Morris)는 종교에 관한 모든 연구는 상징주의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았다. 종교 상징주의의 본질적인 특징은 다원성이다. 종교의 상징을 이해하는 것은 그 종교의 맥락을 탐구하는 것이다. 뒤르켐(Durkheim)은 종교를 "은유적이며 상징적인 것으로 이해하였고, 표현된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현실은 사회 집단이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종교 상징은 각 종교의 의미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3. 종교 상징(Religious symbol)의 특징

종교 상징은 그것을 사용하는 종교의 신념을 드러내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더 나아가서 종교 상징은 인간 사회에서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인간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은봉은 루마니아 출신 비교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 1907-1986)의 종교적 상징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종교적 상징은 인간의 직접적인 경험의 영역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 세상의 구조 및 실재의 존재 양태들을 드러내 주고 있다. 둘째, 종교적 상징은 인간의 직접적인 경험의 영역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존재하고 있는 실제의 여러 가지 의미의 차원을 동시에 보여준다. 셋째, 종교적 상징은 어떤 관점을 제공해 주는데, 우리는 그 관점을 통해서 비균질적인 실재들을 전체로 표명해 낼 수 있으며, 하나의 체계 속에서 통합할 수 있다. 상징은 하나의 관점 또는 틀의 역할을 한다. 넷째, 종교적 상징은 어떤 모순적 상황 또는 궁극적인 실재의 구조를 하나의 이미지 안에 담아서 드러내고 있다. 다섯째, 인간의 실존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 또는 실재를 겨냥하고 있다. 즉 종교 상징에는 언제나 실존적인 의미가 달려있다.

유요한은 종교 상징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인간이 성스럽게 여기는 존재 자체나 그 존재의 특정한 속성을 표상하는 상징을 알려준다. 둘째, 종교 상징은 인간의 종교적인 행위와 관련되어 종종 인간의 종교적인 경험을 일으키는 상징을 나타낸다. 셋째, 광범위한 의미에서 종교 상징은 이러한 성스러움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는 모든 것을 가리키는 상징이다.

미국 문화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Clifford Geertz)는 종교를 가리켜 하나의 상징체계로서 그 종교의 추종자들에게 삶에 대한 하나의 일관된 이해와 평가를 제공하여 삶의 가치와 질서를 만들어준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상징과 상징체계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커서 그것은 인간의 생물로서의 생존 능력에 결정적이라고 할 정도로 인식하였다.

종교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는 두 단계의 작업이다. 첫 번째 단계는 종교의 핵심을 구성하는 상징에 구현되어있는 의미체계의 분석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이러한 체계를 사회 구조적, 심리적 과정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우리가 교리나 제도로서의 종교만을 바라보는 관점을 벗어나, 상징을 통하여 종교를 볼 수 있도록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