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살다보면 기왕에 잘 알고 있는 분이라 할지라도, 어떤 때를 만나 전혀 새로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더욱이 그것이 좋은 쪽의 새로운 발견일 때, 우리 삶은 한결 흥미롭고 경이로운 청량감에 행복해집니다. 이번에 우리 장로님 12분과 러시아 우스리스크 선교를 다녀오며, 장로님들에 대한 신선한 느낌입니다.

첫날 블라디보스톡에서 좀 떨어진 우스리스크 도착과 이동 그리고 식사 후 바로 다음날 작업을 이룰, 이상봉 선교사님과 사전 조율된 고려인 아나톨리 집사님과 소피아 집사님 부부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두 분 다 칠십세 정도의 분들로서 낡은 집을 고칠 만한 여력이 안되어서 소원과 달리  불편히 사셨습니다.

처음 도착해서 본 한 차가 와서 마당에 부어놓은 쌓인 모래와 자갈, 그리고 고쳐야할 집의 상태, 주어진 딱 하루라는 시간과, 예약된 레미콘 차가 와서 콘크리트까지 부어야 할 일의 양, 이 선교사님이 너무 무리하셨다라는 생각과 함께, 일행들이 일정상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일의 분량도 성격도 아니라 생각되었습니다.

솔직히 저희들은 바닥 보온재 깔고, 장판 새로 하고, 도배하고, 페인트 칠, 전기공사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휴 이건" 상당한 넓이의 공간을 바닥채 뜯어 들어내고, 그 넓은 공간을 자갈 모래로 채우고, 보온재 깔고, 철사로 바닥 엮음 작업하고, 레미콘 차가 와서 콘크리트 붓고, 그 미장 작업을 하고, 전기공사까지 하는 그야말로 제 부족한 목사의 생각에도 이건 우리 장로님들의 능력 범위 밖이었습니다.

장로님들 중에는 건축설계사, 건축감리 전문가, 현장 소장 출신도 있고, 전기공사 대표도 있으나, 그분들은 다 손발 쓰는 현장 공사 시공자가 아니라 지금은 다 관리자이고, 더욱이 그중 다섯 분은 70세 앞뒤, 여섯 분이 60대, 최연소자 1명이 50대 후반입니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우리끼리의 격론이 있었으나, 한번하면 능력이고, 큰일도 놀랄 일도 없고, 선교사님이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하셔서 너무 큰 약속을 하셨지만, 그래도 그것이 어그러질 시의 상황, 하여간 복잡한 생각과 기도 끝에 하다하다 정 못하면, 최선 다한 후 날 건너 사람을 고용키로 했습니다.

다음날 작업시작 오전 7시반, 완료 저녁 7시, 11시간 반 동안, 우리 젊은 오빠들은 스스로 놀랐습니다. 선두는 4-5남 70세 전후가 섰고, 힘은 9남 60세 세대가 썼고, 모두가 으쌰으쌰 하며, 최종적으로 좁아서 작은 수레로 레미콘 퍼나르며, 장화신고 레미콘 다지고 미장하는 선배장로님들 팀.

백미는 내부공사 마치고 남은 레미콘을 가지고, 예상에도 없던 흙마당을 시멘트 포장까지 한 것입니다. 거기서 놀란 것은 그냥 대강한 것이 아니라, 겉보기에 무슨 고속도로처럼 완벽히 다져 미장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많이 놀랐고, 장로 그냥 이름만이 아니다 하는 마음과 우리 장로님들을 새롭게 보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으니 여기저기 조금씩 스치고 다치고, 레미콘 튀고, 푹 지쳤으나 무엇인가 함께 해냈다는 마음. 전기공사와 천장 작업은, 일부가 하루 연장해 마무리하기로 했고, 이김에 선교건축팀 결성을 논했습니다.

목사가 장로 좋아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아나톨리 소피아 부부에게는 홍해의 기적을 보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