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독교인들이 퀴어축제와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기독교의 '미래'인 신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연속 인터뷰를 준비했다. [신학대와 동성애], 그 두 번째 순서는 감리교신학대학교다.

대표적 퀴어신학자로 알려진 미국 시카고신학대학교 테드 제닝스 교수와 동성애자 김조광수 씨의 강연, 동성애 영화 상영 등 국내 어느 신학교보다 '동성애 논란'이 잦았던 곳이 바로 감신대다. 지난해엔 탈동성애 인권운동가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의 강연 소식이 알려지자, 이른바 '반대 대자보'가 붙는 등 또 한 차례 논란이 됐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졸업하고 현재 교회를 개척한 김요환 전도사, 신학대학원 석사(Th.M.) 과정에 있는 김성배 전도사, 그리고 신학부 2학년인 최현석 군이다. 이들과 감신대 캠퍼스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이들 모두 지난해 이요나 목사 강연을 주최했던 성경해석학연구모임 회원이다. 아래는 그 일문일답.

감리교신학대학교 김요환 김성배 최현석
▲(왼쪽부터 순서대로) 최현석 군, 김성배 전도사, 김요환 전도사 ⓒ김진영 기자
"감신대가 친동성애? 동의 못해"
"탈동성애자야 말로 가장 소수"

-감신대에서 '동성애 논란'이 비교적 자주 있었다. 학내 분위기는 어떤가?

(최현석) "아직 학부 2학년생이라 잘은 모른다. 몇몇 수업에서 진보적이라고 느꼈던 교수님도 있지만, 아직 직접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한다거나 그와 관련된 언급을 하신 교수님은 보지 못했다."

(김성배) "지난해 이요나 목사님 강연이 있고 나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감신 대부분의 학생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일부만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거였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직접 주변 친구들에게 일일이 입장을 묻기도 했는데, 10명 중 8~9명은 동성애에 대해 보수적으로 답했다. 교수님들 중에서도 동성애를 적극 옹호하는 분은 아마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김요환) "나 역시 '감신대는 동성애에 우호적이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 다만 동성애를 옹호하는 소수가 목소리를 크게 낼 뿐이다. 그들이 다른 학교와 단체, 그리고 그 일부가 정치권과 연계해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 그러니 밖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 그러나 지난해 이요나 목사님 강연 때도 약 200명의 많은 학생들이 참석했다. 학내에선 오히려 반동성애 흐름이 더 강하다."

-지난해 이요나 목사 강연은 어떤 취지로 기획했었나?

(김요환) "사실 찬반의 어느 특정 입장에서 한쪽의 주장만 대변하려던 건 결코 아니었다. 그야말로 토론과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요나 목사님 뿐만 아니라 그 반대 편에 있는 강사들도 초청했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친동성애 진영의 반발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들은 언제나 '소수자 인권'을 말한다. 그런 논리라면 '탈동성애자'는 소수자 중의 소수자 아닌가. 왜 논의 자체에도 참여하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김성배) "당시 강연을 준비하면서 우리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절대 일방적인 행사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 어느 정도 반발은 예상했지만, 그렇게까지 반대할지 솔직히 예상 못했다."

김요환: "죄는 죄라고 말할 수 있어야"
김성배: "성향 자체 악마화 옳지 않아"
최현석: "동성애자만 정죄하는 건 위선"

-동성애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최현석) "성경적으로 봤을 때 동성애는 분명 죄라고 생각한다. 성경을 삶의 가치 기준으로 삼는 자라면 동성애는 죄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인간의 죄는 동성애 말고도 많다. 죄는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열매다. 따라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열매가 아닌 하나님과의 관계다. 그런 점에서 유독 동성애자만 정죄하고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건 일종의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김성배) "나 역시 동성애 행위는 성경적으로 죄가 맞다고 본다. 하지만 동성애 성향 자체를 마치 악마화 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성애 성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죄로 여겨 스스로 그런 행위를 하지 않고 사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을 판단할 때는 그가 맺고 있는 여러 관계,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예수 믿으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오히려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김요환) "김성배 전도사의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적어도 교회에선 죄를 죄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복음의 능력이 드러난다. 물론 그런 직접적인 설교가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사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폐부를 찌르는 게 아닌가. 기독교엔 사랑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랑과 공의가 함께 있다.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

"합의되지 못한 동성애, 법으로 강제하면 안 돼"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김요환) "만약 이 법이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는 게 차별이므로 금지하자'는 것이라면, 오히려 역차별을 부를 수 있다. 동성애 성행위를 죄라고 믿는 신앙을 가진 자에게 그것을 말하지 말라고 하는 건, 그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아마 저 말고도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김성배) "차별금지법은 절대주의보다는 상대주의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절대적 기준으로 남을 차별하지 말자는 취지니까. 그런데 그 법이 동성애에 대한 신념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되면, 이는 오히려 절대주의에 가까워진다. 차별금지법이 가진 원래의 정신과 상충되는 자기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가치만 옳고 다른 것은 틀리다는 것을 의미하는 까닭이다. 토론과 논쟁이 여전히 뜨겁고, 그래서 합의에 이르지도 못한 문제를, 국가가 법으로 강제하려 해선 안 된다."

(김요환) "만약 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세주'라는 것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자들을, '기독교인들을 혐오한다'는 이유로 '법으로 처벌하자'고 주장한다면 어떨까? 터무니 없이 들릴테지만, 차별금지법 역시 본질적으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현석) "차별금지법이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도덕 기준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것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자들에게 또 다른 차별이 될 것이다."

-만약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김성배) "그래도 교회는 교회만의 윤리와 가치,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비록 그 길에 고난과 핍박이 있을지라도."

감리교신학대학교 김요환 김성배 최현석
▲(맨 오른쪽부터)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 개척에 뛰어든 전도사(김요환), 그 뒤를 이어 곧 목회자가 될 전도사(김성배), 그리고 신학의 길에 들어선 신학도(최현석)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진영 기자
"서울광장 퀴어축제? 굳이 하겠다면 '19금'으로"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린다.

(김요환) "굳이 하겠다면 영화처럼 '19금'을 걸어야 할 것이다. 서울광장은 남녀노소 모든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퀴어축제의 내용은 매우 선정적이어서 특히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노출해선 안 되는 것들이었다. 과거 주일학교 교사로 있을 때 한 아이가 퀴어축제에 다녀와서는 '동성애자가 되겠다'고 해 놀랐던 일이 있다. 청소년들은 아직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기에, 어른들이 보호해야 마땅하다. 영화의 내용을 심의해 청소년 관람이 불가할 경우 '19금'을 붙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닌가. 퀴어축제도 예외일 수 없다."

(김성배) "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서울광장에서 하는 건 적절치 않다. 서울광장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 매우 공공적인 장소다. 그래서 이곳을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국민들의 공감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퀴어축제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여전히 서울광장 퀴어축제를 불편하게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계속 서울광장을 고집한다면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최현석) "모든 사람들에게 노출된 곳에서 주관적 생각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강요다. 뚜렷한 도덕적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면 사적인 공간에서 하는 게 맞다."

김성배: "동성애에 보다 지혜로운 접근을"
김요환: "기독교 정통신학 더 공부했으면"
최현석: "하나님의 말씀을 말씀으로 믿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성배) "동생애 행위에 대해 교회가 그것이 죄라는 분명한 입장은 가져야 한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의 상황을 보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들과 진솔하게 대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렇지 않고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극단적 대결구도로만 몰고 가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김요환) "감신도 그렇지만, 다른 신학교 안에도 적극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일부가 마치 유행에 휩쓸리듯, 퀴어신학 같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그저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기독교에는 초대교회와 중세 종교개혁, 그리고 현대 복음주의 운동을 거치며 확립된 정통신학과 신앙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 신학생들이 이것을 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한다. 그럼 자연히 분별력이 생길 것이다."

(최현석) "신학이란 인간의 이성을 우위에 두고 하나님의 말씀을 재단하는 학문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기독교 신학도 하나의 철학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므로 신학생이라면, 우선 하나님의 말씀을 말씀으로 믿고 그것 위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