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교주: 정통과 사이비, 그 분별의 필요성


이번 주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에서는 지난 주에 이어 8일부터 방영중인 OCN 수목 드라마 <구해줘 2>를 분석합니다. 이 드라마는 2017년 사이비 교주를 다룬 <구해줘 1>에 이어,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비>를 원작으로 종교를 이용해 자기 욕망을 채우는 인간들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드라마 <구해줘 2>에는 깡패 김민철(엄태구)과 동생 김영선(이솜), 장로 최경석(천호진), 목사 성철우(김영미), 이장(임하룡), 병률(성혁)과 아내 진숙(오연아), 붕어(우현), 파출소장(조재윤), 고마담(한선화) 등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구해줘 2>의 일방적 교회와 기독교인 비판은 최근 김해일(김남길) 등 천주교 사제를 히어로처럼 묘사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집니다. -편집자 주


구해줘 2
▲거짓된 목회자의 교주화 과정을 묘사한 드라마 <구해줘 2>.
목회자의 교주화: 한국 전통의 기복적 종교관과 거짓된 일꾼의 만남


드라마 <구해줘 2>는 댐 건설로 수몰지구로 선정된 시골마을 주민들을 종교로 미혹해 그들이 받을 토지보상금 일체를 빼돌리려는 사기집단의 계략, 그리고 거기에 놀아나는 정통교단 목회자와 마을주민들의 천태만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구해줘 2>의 중심서사는 다소 과장되고 극화된 면이 없지 않지만, 그 서사를 연결해가는 세부 서사들의 현실 고증 수준은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작중 월추리 마을 가정들의 개별 에피소드들은 오늘날 인구감소와 소득감소 등으로 인해 쇠퇴해가는 한국의 농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기술한다.

본 작품의 제작사 히든시퀀스는 드라마 <미생>을 프로듀싱한 바 있는 이재문 PD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다. 이재문 PD는 세밀한 연출과 고증, 그리고 현실감 넘치는 대사를 활용해 한국의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해 왔는데, 이런 성향은 <구해줘 2>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된다.

이번 작품에서 그의 시선은 퇴락해가는 농촌 현실에 불안해하는 인간 군상, 그 불안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사람들의 마음을 유린하는 사기집단, 그리고 그런 사기와 욕망을 제대로 감별하지 못하고 교세와 명리만을 추구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안일한 모습에 고정되어 있다.

<구해줘 2>가 이 세 무리의 사람들을 표현하는 방식은 비교적 객관적이다. 한 사람의 정통교단 목회자 성철우(김영민 분)가 자신도 모르게 최경석 장로(천호진 분)에게 이용당하고, 마을 주민들 역시 각자 삶의 고통과 고민을 가지고 최 장로의 설계에 따라 성 목사에게 의존하게 된다.

월추리 마을 주민 대부분은 사회적 부조리, 가정불화, 자녀교육, 질병, 앞날에 대한 불안 등에 시달리던 터였다. 게다가 지역개발 계획으로 인해 살고 있던 터전까지 잃어버리기 직전이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국가에서 약속한 토지 보상금 뿐. 사기꾼 최 장로의 눈에 월추리 마을 주민들은 집어삼키기 좋은 먹이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들은 최 장로의 얄팍한 온정과 성 목사의 자아도취적 목회활동에 점차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지난주 6화에서 방영된 신유장면은 이 사기극의 한 전환점을 이룬다. 외지에서 성공한 기업가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가장한 병자가 최 장로의 소개를 받았다며 성 목사를 찾아온다. 다리의 신경이 죽어가 휠체어 신세로 성 목사를 찾아온 병자는 성 목사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성 목사는 힘과 열의를 다해 다리가 나을 것을 위해 기도해 준다.

구해줘 2
▲애초부터 사기였던 병자의 방문과 기도요청.
이때 병인은 최 장로와 미리 계획한 대로 기도를 받아 병이 낫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이 소식을 들은 월추리 마을 주민들이 교회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성 목사는 최 장로와 병자가 자신과 마을 사람들 모두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자신의 기도로 병이 낫게 되었다 생각하며 교만에 빠지기 시작한다.

신유의 이적을 모방해 사기를 치는 행태에 대해서는 기존 <할렐루야>(1997)나 <구해줘>(2017)에서도 풍자된 바 있지만, 이번 <구해줘 2>의 묘사는 이전보다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애초 기도를 통한 병 나음 자체가 사기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더해,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이적 등에 심취해 교주화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구해줘 2>는 한국의 희망 없는 농촌 현실, 그리고 거기에 기생해 터를 잡는 숱한 ‘사이비(겉으로 비슷하나 실제는 다른)’ 기독교 집단들을 둘러싼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

자잘한 정(情)에 연연하다 올바른 현실 인식에서 멀어지고 마는 한국인 특유의 온정주의 문화, 단정한 몸가짐과 유식한 말투 앞에서(그것이 외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맹목적으로 관대해지는 유교적 체면문화와 선비 문화, 그리고 열광적 신비체험을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전통 무속문화는 한국인들이 현실로부터 도피해 이단과 사이비 교주들에게 집착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해줘 2>는 이 점을 예리하게 관찰해 폭로한다.

이제 이런 토양 위에 성경의 계명과 겸손한 순종보다 자기 명리를 추구하는 목회자가 자리를 잡게 된다면? 그가 아무리 정통교단의 신앙으로 양육받았더라도 변질되어 교주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실제 한국의 이단과 사이비 지도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원래 정통 교단의 신앙으로 양육받고 교육받은 이들이었다. 이들은 한계에 내몰린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 그릇된 추앙의 행태에 도취돼, 결국 자기를 신격화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구해줘 2>는 한국교회의 어두운 측면에 대해 상당히 현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들에게 참된 복음과 신앙을 가르치기보다, 점차 자기를 신격화하는 교만의 덫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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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심령을 가진 월추리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성철우 목사의 교회를 찾아온다. 그러나 그는 이들에게 참된 복음과 신앙을 가르치기보다, 점차 자기를 신격화하는 교만의 덫에 빠져든다.
<구해줘 2>는 이처럼 자기를 교주화하고 신격화하는 거짓 목회자들의 본질을 보다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최경석 장로라는 극악한 인물을 등장시켜 활약하게 만든다.

최 장로는 사이비 교주화된 기독교 지도자들의 내적 본성을 집약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과 재산을 갈취하기 위해 기독교적 언사와 외모로 추악한 본심을 포장하는 지도자들의 내면을 표상한다.

반면 성철우 목사는 변질된 기독교 지도자들의 외적 측면을 대변한다. 그는 마치 복음 전파의 열심만이 자기 삶의 전부인 양 행세하지만, 실은 사람들에게 열광적으로 추앙을 받는 데 도취된 이들의 겉모습을 표상한다.

이런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구해줘 2>는 한 사이비 집단의 사례분석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 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드라마로 본다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하나의 특정 사례를 극화한 서사가 대중성을 지닌 드라마라는 극 형식을 덧입으면서, 정통교단의 많은 헌신적이고 복음적인 목회자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크게 왜곡할 우려를 낳게 된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복음과 온정이, 모두 사람들의 마음과 재산을 빼앗기 위한 도구처럼 비치게 만드는 것이다.

구해줘 2
▲마을 주민들의 토지보상금을 가로채려 교회를 이용하는 최경석 장로. 자신의 수하와 함께 어떻게 구체적으로 사기행각을 진행할지 논의 중이다.
이런 인식은 기본적으로 종교에 대해 기복적이고 현세적인 관념을 가진 한국인들에게 쉽사리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다.

관념적인 것, 초월적인 것을 실재로 인지할 만한 지적 훈련이 거의 돼 있지 않은 한국인들에게는 현세의 복을 마다하고 내세의 구원을 위한 헌신을 요구하는 기독교회의 가르침이, 사이비 교주들의 사기적 착취 행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이런 우려감 때문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얼마 전 <구해줘 2>에 대한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한 바 있다. 과거에도 교회의 비리나 이단 사이비 교주들의 엽기적 범죄행위들을 폭로하는 콘텐츠가 방영금지 당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한기총 측에서도 실제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기보다, 이 드라마가 교회에 대한 심각한 이미지 저하를 초래하고 기독교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독교 지도자들의 교주화 및 신격화는 교회들이 가장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일들 가운데 하나다. <구해줘 2>는 정통교회 신앙으로 양육받은 지도자들이 변질되기 좋은 목회환경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경계심을 갖도록 한다는 점에서 교훈적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늘날 한국 기독교계 전체를 사기집단처럼 인식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구해줘 2>는 기독교적 프레임을 활용해 변질된 사이비 교주와 이 교주를 이용하는 사기집단, 그리고 그들의 계교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적인 삶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일 뿐, 실제 교회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참된 교회가 가르치는 복음적 신앙은 기복적이고 감정적인 욕망들을 타파하고 거짓 선지자들의 궤계를 분쇄하는 내세 중심의 믿음을 그 본질로 삼는다.

이 사실을 분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드라마에 대한 평론을 마감하고자 한다.

구해줘 2
▲기존 교회의 모습을 본딴다고 해서 모두가 진정한 교회는 아니다. 결국 내세에 대한 참된 복음적 가르침, 그리고 목회자와 성도들 간 상호 거짓없는 신앙의 헌신이 진짜와 사이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