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기독 영화 소비 운동’ 필요성 제기
교회 상영, ‘돈 내기 아까운 콘텐츠’로 인식
‘천만 영화’보다 인생 바뀌는 영화 관람을

교회오빠 남기웅
▲남기웅 대표가 한 시사회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커넥트픽쳐스 제공

영화 <교회오빠>가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5일만에 관객 3만명을 돌파했고,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독립영화 1위를 기록했으며, 관객 수 역주행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개봉 1주일만인 23일 기준 3만 5천여명이 관람, 손익분기점 5만명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돌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애초 스크린 수 200개, 상영횟수 293회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어난 ‘기적’이었기 때문이다. 신작들이 쏟아지는 만큼, 상영관 수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개봉 후 네이버 역대 영화 평점 랭킹 1위에 등극해도, 극장에서 조기에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시사회마다 울음을 터트리며 영화를 알리고 있는 배급사 커넥트픽쳐스 남기웅 대표에게 영화 <교회오빠>를 ‘극장에서 관람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울보’로 불리는 크리스천 남기웅 대표는 대형 배급사인 소니픽쳐스에서 15년간 일했으며, 이 영화를 통해 ‘건전한 기독 영화 소비 운동’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관객이 계속 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와 <폴란드에 온 아이들>에 이어 세 번째 배급하는 작품입니다. 두 영화보다는 개봉관 수가 15% 이상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고, 21일 부부의 날 이벤트를 하면서 관객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독 영화에 대한 상영관들의 대우는 굉장히 열악한 상황입니다. 저녁 상영 시간은 전혀 배정되지 않고, 하루 2회 정도 겨우 상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반 관객들이 이용하기 불편하지만, 극장들은 관객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소위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지 않으려 합니다. 한 주에도 영화들이 쏟아지다 보니, 1-2위 영화에 몰아주고 수익을 얻으려 합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좌석 80% 이상을 가져갔고, 이후 <악인전>이 스크린 1천곳 이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물론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기독교 영화는 아무래도 주 관객이 교회와 성도님들인데, 개봉관 수가 적어 극장에서 보기 어렵다 보니 이후 IPTV나 교회 판매 등으로 수익을 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악순환이 되고 교회나 기독교인 관객들에게 나쁜 습관을 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은연중에 ‘돈 주고 보기 아까운 콘텐츠’라는 인식이 생긴 것입니다.

교회오빠

<교회오빠> 개봉을 전후해서도 ‘교회에서 상영해 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 왔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작품을 만드는데 4년 걸렸습니다. 참여한 제작진들은 상업영화계에서도 뛰어난 분들입니다.

그저 이관희 집사의 삶과 작품이 가진 가치에 공감해서 만드셨는데, 극장 개봉 1주일 만에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사실 속상합니다.

물론 ‘공식 플랫폼’인 극장에서 영화를 보셔야, 이런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말씀드리면 다들 이해하고 받아들이십니다. 이제까지는 잘 몰라서 그러셨다고 봅니다.”

-‘건전한 기독 영화 소비 운동’ 필요성을 제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교회에서 극장을 빌려 단체 관람을 하는 부분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극장들에서 가장 원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한 개봉관에 자리가 100곳 있다면, 100명이 모두 들어온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일부 영화들은 한 번에 10명이 들어오면 많을 정도입니다.

이런 가운데 100-200명씩 되는 영화관을 통째로 대관하면, 극장에서는 가장 좋은 그림이지요. 그렇다 보니 상영관을 늘려달라고 하면, ‘교회에서 대관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교회 성도가 얼마나 많습니까? 전체 영화 시장을 봐도 기독교인들이 큰 고객층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영화가 나왔을 때 교회와 성도들의 ‘건전한 소비 운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관객들은 볼 준비가 돼 있으니, 편한 시간에 배정해 달라’는 목소리들을 주기적으로 내준다면, 절대 극장들이 지금처럼 홀대하고 무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렵지만 바꿔 나가야 하는 문화입니다. 너무 속상합니다. 극장들의 회차 반영이나 대관 현황이 곧 한국 기독 영화의 현실입니다.

기존 기독 영화들은 상대적으로 동원 관객들이 많았는데, 영화 <교회오빠>는 어느 기독 영화보다 자발적인 관람이나 입소문 전파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구심점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렇게 없어지기엔 안타까운 이야기’라며 많이들 권유하시고, 극장에 상영관을 늘려 달라는 전화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5월 22일)과 내일(23일) 새로운 영화들이 극장에 나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제보다 30% 좌석이 줄고, 내일은 60% 감소합니다. 오전과 오후 한 회차씩만 상영됩니다. 일반인들은 가기 어려운 시간에 배정되거나,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상영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대형 배급사에서 일하시다 작은 영화를 맡으시니 그런 부분들을 더 크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2000-2014년 소니픽쳐스에서 일하며 200편 이상을 배급했습니다. 영화 <겨울왕국>으로 1천만명, <어벤져스 1>으로 7백만명도 모아봤지만, 그렇게 천만명씩 보는 영화로 사람들 인생이 바뀌진 않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영화 <서서평…>과 <폴란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았지만, 하나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이 바뀌고 위로받는 모습들을 보는 게 행복했습니다.

이번 영화 <교회오빠>는 앞으로도 한국 기독교계에서 나오기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리뷰나 반응을 보시면 알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새로운 마음, 가족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입니다.

교회오빠 이관희 집사
▲이관희 집사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교회 오빠>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살아나고 변화되는데,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너무 속상합니다.

부족하지만 대형 배급사에서 일하며 누구나 할 수는 없는 경험을 해 봤기에, 기독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영감을 제게 주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와 성도님들이 공식 루트를 통해 기독 영화를 감상하고 목소리를 내 주신다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성도님들이 찾아가서 영화를 보는데, 왜 상영관을 닫겠습니까.

크리스천투데이 사설에서도 지적하셨듯, 이런 문제는 더 이상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섭니다.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응원해 줘야 합니다. 그런 부분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바뀌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몇몇 분들의 수고와 열정만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극장에서 수익이 나야 기독 영화들을 만들 인재들도 늘어나고, 그래야 더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

-첫 배급 작품이 위안부 문제를 담은 영화 <귀향>이셨지요.

“<귀향>은 14년간 투자가 안 돼 만들어지지 못했는데, 한 감독님이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면서 준비해서 세상에 나왔습니다. 크리스천 감독과 PD가 기도하면서 만든 영화입니다.

상영 과정까지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영화에 대한 소명을 갖게 됐습니다. 영화 한 편이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일에 대한 소명을 갖게 한 작품입니다.

그 이후 이 영화의 판권 때문에 법인이 필요해 이름을 정하려고 기도했을 때, 기독 영화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법인을 운영하게 되면 잘 해보고 싶다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기도를 들어 주신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옛 일을 생각해 보니, 교회에서 8주간 문화선교 세미나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더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커넥트픽쳐스 창립 작품이 <서서평, 서서히 평온하게>이고, 다음이 <폴란드로 간 아이들>, 이번 <교회오빠>가 세 번째 작품입니다.

일 때문에 사람들을 찾아다니지 말라는 마음을 주셔서, 기도하는 가운데 주신 작품들입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영화 <교회오빠>는 사전 시사회를 많이 하셨는데요.

“이 작품이 KBS에서 만들어지면서 이 가정을 사용해 주셨고, 비신앙인들, 최고의 인재들을 쓰셨습니다. 공인된 명품이 믿지 않는 분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작품성에 있어서도 TV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권위 있는 상들을 많이 받은 ‘명품 다큐’입니다. 프랑스 URTI TV 다큐멘터리 부문 동상, 휴스턴 국제영화제 다큐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뉴욕 TV&FILM 페스티벌 인류관심사 부문 금상, ABU상 TV 다큐멘터리 부문 Winner, 한국기독언론대상 대상,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예산을 많이 쓸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시사회뿐이었습니다. 회개하고, 감사하고, 반성하는, 3가지 마음을 주셨습니다.

부부의 고난과 이 집사님의 죽음으로 거저 얻는 감사이기에, 부부에게 미안해집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보면 좋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주십니다. 3월부터 개봉 직전까지 31차례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동부와 서부에서 3번 했습니다.”

교회오빠 남기웅
▲시사회장에서 남기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커넥트픽쳐스 제공

-배급사 대표로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보셨을텐데, 반복해서 보면 감동이 덜하지 않나요.

“영화 제작 때부터 시사회마다 참석하다 보니 30회 넘게 봤습니다(웃음). 하지만 볼 때마다 주시는 은혜가 달랐습니다. 생명을 제물로 드려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합니다.

한 사람이 오랜 세월 당했던 고난들을, 30번 본다 해서 어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 보니,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보게 하셨다. 언제는 아내 오 집사님의 신앙이 변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보신 후 지인들을 초대해 수 차례 반복 관람하시는데,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부분이 그것입니다. 볼 때마다 주시는 감동과 은혜가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교회들이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췄다 해도, 극장만큼 사운드나 조명이 영화 관람에 최적화돼 있진 못합니다.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봐야 나눌 이야기들도 많아집니다.

돈 만 원이면 볼 수 있는 귀한 콘텐츠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과 죽음을 묵상할 수 있는 기회 아닙니까?”

-영화 <교회오빠>도 교회에서는 볼 수 없는 거죠.

“배급사 이름을 ‘커넥트픽쳐스’로 정했습니다. ‘커넥트 위드 갓, 커넥트 위드 유 앤 미, 커넥트 위드 피플 앤 더 월드’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나님의 마음과 감동이 담긴 콘텐츠를, 믿음의 동역자들과 함게 관객을 넘어 세상에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합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회사’라는 마음이 있는데, 이 이름으로 어떤 영화를 소개해야 할까요?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영화만 하려고 합니다. 꼭 기독 영화가 아니라도, 그런 감동이 담긴 영화만 소개할 것입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기독교 색채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지만. 그 안에 폴란드 선생님들의 사랑과 신앙인들이 가졌던 사랑과 긍휼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 주신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크리스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극장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에 교육과 선교 나눔을 위한 명목을 제외한다면, 원칙적으로 교회 상영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적은 수익이나마 보탤 수 있겠지만, ‘건전한 기독 영화 소비 운동’을 위해 포기했습니다.

이번 <교회오빠>가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극장 상영이 끝나 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것이 한국 기독 영화의 건전한 소비 운동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KBS 다큐멘터리를 통해 많이 알려져, 미국 한인 사회에서도 상영을 원하고 있습니다. 뉴욕과 LA 극장 상영을 준비 중인데, 기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IPTV에서도 보실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그러면 불법 파일까지 다 풀려 버립니다.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른 채, 교회에서 그냥 불법 다운을 받고 함께 관람합니다. IPTV 개봉은 미국 영화 상영 후 시작하려 합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교회오빠>는, 극장에서 내려가면 한동안 보실 수 없을 것입니다.

영화라는 매체는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공동으로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모든 참여자들이 애정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제작과 마케팅 과정 가운데 동참했던 동역자들이 기도하면서 준비했음은 물론입니다.

영화가 시작된 네이버 암환자들 모임인 ‘아름다운 동행’ 카페 회원 9만명과, 기도후원자들의 이름이 ‘엔딩 크레딧’에 반영돼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