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허정윤 박사(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 ⓒ크리스천투데이 DB
5. 생명의 기원에 대한 논쟁(3): 진화론의 불가능성에 대한 고찰(2)

(3) 물리적 측면에서의 생명

오파린이 『생명의 기원』(1936)에서 생명은 물질의 화학작용에 의해서 '저절로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무신진화론을 완성했다. 이에 대해 어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는 1943년 더블린 트리니티대학 강연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 -살아있는 세포의 물리적 측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서 양자물리학자인 슈뢰딩거가 '물리적 측면'이라고 쓴 표현은 생명을 물리적으로만 이해하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후 서구에서도 생명에 대한 연구는 물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주류가 되었다.

슈뢰딩거의 질문 이후 10년 뒤에 왓슨과 크릭에 의하여 생명의 정보가 세포 속의 DNA 구조에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파린을 비롯한 무신진화론자들은 그때부터 세포 안의 DNA를 연구하면서 생명을 인공적으로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957년 서구의 과학자들은 '국제 생명의 기원학회'를 설립했다. 이 무렵에 세포와 DNA의 물리적 구조에서 생명의 발생 과정을 추적하던 슈뢰딩거는 결국 물질과 생명의 연결점을 찾지 못하고 죽었다(1961).

1970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국제 생명의 기원학회'는 인공생명의 제조를 실현시키겠다고 큰 소리 치는 무신진화론자 오파린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오파린은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죽었다(1980). 그리고 DNA의 구조를 발견했던 크릭은 생명의 기원을 계속 연구했으나, 지구에서 생명이 저절로 생겨났을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그는 '지구의 생명은 외계에서 온 것 같다'고 말하고 세상을 떠났다(2004).

신의 창조를 부정하는 무신진화론자들의 주장을 역설적으로 뒤집어 보면, 최초의 생물을 구성했던 물질이 창조의 신이 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신진화론자들의 열성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물질과 생명사이에 연결되지 않는 불연속선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이유는, 무신진화론자들이 지적 행동을 하는 생물을 만들어낸 행위자(범인)가 아무런 지적 능력이 없는 물질이라고 가정하는 오류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물활론적 자연발생설을 주장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어쨌든 지구 최초의 생명이 원핵생물의 형태로 생겨났다고 보는 견해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발견된 원핵생물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은 미코플라즈마 제니탈륨(Mycoplasma genitalium)이며, 약 0.06-0.07 x 0.03-0.04㎛ 크기에 유전자 수는 525개이고, DNA 염기쌍은 580,070개로 알려지고 있다. 오파린을 비롯한 무신진화론자들의 주장에 이런 사실을 대입하면, 최초의 원핵생물은 물질 분자가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약 0.06-0.07 x 0.03-0.04㎛ 크기의 콜로이드(colloid)에서 '저절로 우연히' 필요한 유기물질이 질서 있게 배열되는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 단계를 거쳐 생명기능을 갖춘 세포가 발생한 것이다. 오파린은 이 과정을 유물론적인 용어로 '변증법적 비약'이라고 표현했다.

과연 그런 식의 생명발생이 사실이었다면, 그 이후 동일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왜  초고배율의 첨단 현미경을 사용하는 현대 과학자의 눈에도 그런 사건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일까?

최초의 생명이 발생하는 순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귀추법(歸推法, abductive reasoning)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무신진화론은 너무나 많은 '저절로 우연히'라는 가정법을 사용하여 설명한다. 무신진화론자들이 물질에서 '저절로 우연히' 자연발생한 생명을 입증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생명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장담은 성공하지 못했다.

창조론이 이토록 허황된 무신진화론과 계속하는 논쟁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은 최초 생명이 물질에서 '저절로 우연히' 발생되고 진화되었다고 귀추적 방법으로 왜곡하는 부분들을 같은 귀추적 방법으로 반론하면서, 자연선택에 의한 생명의 발생과 진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단계별로 조목조목 비판함으로써 결국 시인에 이르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이제는 디지털 정보화되어 있는 미코플라즈마 제니탈륨 DNA 580,070개의 염기서열을 하나씩 복권번호로 사용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복권 추첨기에 4개의 암호를 넣고 돌리면, '저절로 우연히' 최초 미코플라즈마 제니탈륨의 염기서열과 전부 맞아 떨어질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그것은 한 번에 580,070개의 숫자가 전부 맞으면 1등에 당첨되는 복권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복권번호는 복권 추첨기를 수백억년 동안 수백억조 회를 돌려도 당첨될까 말까할 정도의 확률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그토록 불가능한 확률에도 물구하고 복잡한 생명정보인 DNA 염기서열이 자연선택에 의하여 '우연히 저절로' 맞아떨어져 약 0.06-0.07 x 0.03-0.04㎛ 크기의 원핵세포 껍질 안에서 하나의 물질적 생명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치자. 그것은 아직 하나의 작은 물질적 콜로이드와 코아세르베이트 단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다시 그것에 최초 에너지(영양소)는 어떻게 공급되었으며, 세포에 생명기능이 작동할 에너지의 스위치는 어떻게 켜졌는가? 마침내 '저절로 우연히' 에너지가 공급되었고, 생명의 스위치도 켜지게 되었다고 치자. 그러나 그 다음 단계에서 겨우 2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 시간 안에 처음 부닥친 원시 환경에서, 그 원핵생물은 영양소의 흡수와 소화, 그리고 배설 등의 대사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손번식의 메커니즘(mechanism)인 분열생식 기능이 생겨나서 성공적으로 계속 작동해야 했다.

만약 최초의 원핵생물이 그 시간 안에 분열생식에 계속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대로 사멸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무신진화론이 주장하는 지구생물의 최초 공통조상인 원핵생물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지구생물의 공통조상인 최초의 원핵생물이 '저절로 우연히' 물질의 화학작용에 의하여 생겨나서 종류별로 진화해서 번식했고, 마침내 최고로 진화한 것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무신진화론이다. 그렇다면 무신진화론을 합리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를 주장하는 자나, 믿는 자나, 듣는 자가 모두 너무 황당하고 비합리적 가설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4) DNA 월드(우선) 가설

DNA가 생명의 정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생물학자들은 생명의 기능을 처음 발생시킨 구조는 세포가 아니라, 그 부품인 DNA라고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성급한 주장이라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첨단현미경을 이용하여 관측 데이터가 쌓일수록 생물학은 DNA에 엄청나게 복잡한 구조와 기능이 얽혀있다는 사실만을 발견할 뿐이었다.

DNA를 개념적으로 살펴보려면 RNA와 비교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DNA에는 A(아데닌)-G(구아닌), T(티민)-C(사이토신)이 짝을 이루며, RNA도 4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DNA의 T(티민)이 U(유라실)로 대체되어 있다. 또 DNA는 두 가닥 사슬에 나선형으로 길게 꼬여 있고, RNA는 한 가닥 사슬이며 짧다.

원핵생물은 자손번식을 위한 DNA 복제를 DNA가 직접 수행하고, 자기유지를 위한 단백질 합성은 전사를 통해 RNA에 지시한다. 이것은 DNA가 자기유지보다는 자손번식이 더 중요한 일로 취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창조론적 의미를 함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DNA와 RNA를 비교해보면, 핵막의 보호를 받는 DNA는 자기의 원형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RNA는 '중심원리'에 따라 전사된 정보대로 단백질을 만든 후에는 리보솜에서 스스로 해체된다. DNA는 자체 기능에 고장이 발생하면, 복구시스템이 있어서 스스로 정비할 수 있다.

그러나 RNA에는 복구시스템이 없으므로 DNA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다. 이런 사실들을 보면 생명정보를 담고 있는 DNA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 이런 관점에서 생명의 기원이 DNA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DNA 월드(우선) 가설이라고 말한다.

DNA(Deoxy-ribo Nucleic Acid)와 RNA(Ribo Nucleic Acid)의 차이는 이름에서도 나타나 있다. 그것은 5개의 탄소 원자가 포함된 5단당(리보스: ribose)의 핵(nucleic)구조에서 산소(oxygen)원자 하나가 있고(Ribo-) 없음(Deoxy-ribo)으로 구분된다. 산소는 어떤 물질에 접촉하면, 그 순간부터 즉시 그 물질을 산화시키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DNA가 산소원자를 가지지 않는 이유는 산화에 의한 생명정보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산소원자를 배제하는 DNA는 자기의 원본정보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산소원자를 보유한 RNA는 전사된 정보에 의하여 단백질을 만들고 나면 스스로 해체된다.

또한 리보스에는 D-리보스와 L-리보스의 두 가지가 있는데, 서로 거울상 이성질체이다. D-리보스와 L-리보스는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유기물질이다. 그러나 생물은 특이하게도 L-리보스만 사용한다. 그렇다면 최초 원핵생물이 자기의 생명정보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L-리보스만 선택하는 기능과 L-리보스에서 산소를 배제하는 기능을 어떻게 자연선택에 의해서 자기의 DNA에 '저절로 우연히' 만들어 가질 수 있었을까?

더욱이 자연선택은 목적성을 가지지 않는다. 이렇게 끝없이 생겨나는 의문에 대해 물질적 측면에서 해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자연선택 또는 물질의 무작위적인 화학작용에 의해 '저절로 우연히' 생명정보인 DNA에서 생명이 발생했다는 무신진화론의 가설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된다.

(5) RNA 월드(우선) 가설과 단백질 월드(우선) 가설

1986년 월터 길버트(Walter Gilbert)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RNA 월드(우선) 가설은 DNA 월드(우선) 가설을 배척한다. 생물에게는 자기유지와 자손 생식을 위해 여러 가지의 자기복제 메커니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자기복제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은 DNA가 아니라, RNA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RNA 월드(우선) 가설에 의하면 원시 지구에 리보자임 분자가 나타나 한 가닥의 RNA가 먼저 만들어졌다. RNA에 의한 자기복제가 시작되면서 인지질을 합성하여 세포막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리보자임이 단백질 합성을 시작하자, 세포 내 화학 반응이 더욱 다양해졌다.

RNA가 두 가닥의 DNA를 만들어냈다. 처음 한 가닥 RNA에서 만들어진 생명정보가 보다 안전하게 보존 및 관리되기 위하여 두 가닥의 DNA에 이전되었다. RNA 월드(우선) 가설을 정리하면, 한 가닥의 사슬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RNA가 두 가닥의 DNA보다 먼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관점이다.

한편으로는 단백질 월드(우선) 가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없지 않다. DNA와 RNA는 자연선택에 의해 저절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목적성을 가지고 있고, 체계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의 재료가 되는 단백질이 먼저 있지 않고는 그것들 자체가 생성될 수 없다.

현재 일본의 '생명의 기원 및 진화학회' 회장인 이케하라 겐지(池原健二) 박사가 단백질 월드(우선) 가설을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이와 같이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가설들은 어느 것도 결론이 난 것이 없다. 아직 논쟁 중에 있을 뿐이다. 이런 논쟁들은 사실 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기능은 DNA나  RNA, 또는 단백질 등의 어느 한 개의 부품에서 발현된 것이 아니라, 부품들이 완전 조립된 세포 시스템에서 비로소 발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기원을 입증한다고 세포의 인공제작에 도전했던 무신진화론자들은 모두 실패했다. 결국 무신진화론자들은 보다 쉬운 것처럼 보이는 RNA 연구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더욱이 DNA는 연구할수록 설계된 생명정보라는 창조론적 함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단백질은 효소일 뿐 생명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도 RNA 연구에 주력하는 이유이다.

현대 'RNA월드(우선) 가설'의 주도자는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제럴드 조이스(Gerald Joyce)이다. 인공 세포막 안에서 합성 RNA의 생명기능 발생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는 인공생명을 곧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이스는 시간이 흘러도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이리저리 변명만 늘어놓는다.

그의 얼굴에 평생 동안 인공생명 제조를 장담하다가 죽은 무신진화론의 주창자 오파린의 실패한 모습이 자꾸 오버랩(overlap)되는 것은 괜한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