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2
▲사이비 장로의 위선과 악행을 고발하는 교회비판 드라마 <구해줘 2>.

교회와 인격: 만일 너희가 외모로 사람을 취하면(약 2:9)

이번 주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에서는 지난 8일부터 방영중인 OCN 수목 드라마 <구해줘 2>를 분석합니다. 이 드라마는 2017년 사이비 교주를 다룬 <구해줘 1>에 이어,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비>를 원작으로 종교를 이용해 자기 욕망을 채우는 인간들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드라마 <구해줘 2>에는 깡패 김민철(엄태구)과 동생 김영선(이솜), 장로 최경석(천호진), 목사 성철우(김영미), 이장(임하룡), 병률(성혁)과 아내 진숙(오연아), 붕어(우현), 파출소장(조재윤), 고마담(한선화) 등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구해줘 2>의 일방적 교회와 기독교인 비판은 최근 김해일(김남길) 등 천주교 사제를 히어로처럼 묘사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집니다. -편집자 주

한국교회와 인격: 위장된 인격에 병들어가는 교회

재작년 사이비 이단 문제를 주제로 삼았던 드라마 <구해줘>의 후속편 <구해줘 2>가 2주 전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2년 전 방영된 전작과 거의 비등한 수준의 시청률(1.7%)을 기록하며 점차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중이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된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최 장로(천호진 분)의 야누스 같은 행태가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총 4회가 방영된 상황이라, 그가 극의 주된 배경인 월추리 마을에 개척교회를 세우게 된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곳 주민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나 계책만으로도, 제대로 된 교회 장로는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극중 최 장로는 사실 조직폭력배에 가까운 인물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중인데, 대학 법학과 교수라는 위장 신분과 미리 준비한 법학 지식을 바탕으로 마을 주민들과 인연을 맺는다.

월추리는 댐 건설 때문에 수몰 지역으로 확정된 곳이라 토지보상금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이 심화되어 있었는데, 최 장로가 우연한 인연(실은 계획된 만남)을 가장해 한 마을 청년과 친분을 맺고 결국 월추리 전체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맡기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그는 자신이 독실한 기독교인임을 밝히고, 어수선하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마을에 개척교회를 세울 것을 권했으며, 그의 도움을 받은 주민들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마을에 작은 교회가 들어서는 것을 수용하게 된다. 최 장로는 서울 한 대형교회에 도움을 요청, 부목사인 성철우(김영민 분)를 초빙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구해줘 2>가 전작보다 더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고 본다. 그 이유는 전작이 명백한 이단 교파의 활동을 주된 소재로 삼았다면, 이번 시리즈는 한 명의 위선적인 장로(그것도 실제 장로인지 의심스러운 인물)에 의해 정통 교단에 속한 교회와 마을 주민들이 거의 농락당하다시피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작이 명백한 이단 교파라는 다소 특수하고 희귀한 종교현상을 다루고 있다면, <구해줘 2>는 오늘날 한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정식 교단 교회의 문제, 그리고 그런 교회를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의 시각 등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정으로 거듭나지 않은 직분자들의 행태, 다시 말해 장로나 목사 등의 신분으로 신자들과 전도 대상자들의 경계심을 옅게 하여 그들을 보다 쉽게 이용하려는 행태가 비교적 자세하게 드러나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구해줘 2
▲장로라는 위장신분을 앞세워 교회와 주민들을 농락하는 최경석(천호진).

극중 최 장로의 악랄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자기가 일하던 유흥주점의 여종업원을 빚으로 협박해 월추리에 잠입시키는 방식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그녀를 마을의 한 청년과 결혼하게 만들어 주민들의 정보를 속속들이 입수하고, 그 과정에서 그녀에게 억지로 아이까지 낳게 만드는 지독함은 그가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을의 골칫덩이인 김민철(엄태구 분)과 시비가 붙었을 때 벽돌로 사람을 내리치는 폭력적인 모습으로 봐서, 상당한 이력을 지닌 폭력배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사실 극중에서 눈길을 끄는 요소는 그런 악랄하고 폭력적인 본모습보다, 그 본모습을 감추기 위해 최 장로라는 인간이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와 언사이다. 전형적인 교회 장로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말끝마다 주님의 은혜를 이야기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차분하고 조리있는 말씨를 사용하며, 온화한 표정과 존댓말 사용을 유지한다.

그가 자신의 본 성격과 신분을 위장해, 그것도 하필이면 교회 장로로 위장해 마을에 개척교회를 세우게 된 목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추측컨대 마을 전체가 수몰 지구로 확정된 상황에서 주민들이 받는 거액의 보상금을 가로채는 것이 목적일 듯 하다.

거기에 더해 마을의 젊은 여성들을 빚 등으로 얽어매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거나, 유흥주점 접대부로 활용할 생각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런 최 장로의 캐릭터는, 실상 그간 한국교회에서 집사 혹은 장로 등의 직분을 맡은 이들이 믿음과 무관하게 행한 온갖 불의와 위선적 행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독교’를 방패막 삼아 위장된 최 장로의 인격은 드라마라는 대중매체 양식의 특성상 상당히 극단적인 방식으로 묘사되긴 했지만, 이는 분명 한국 기독교인들의 위선, 특히 신앙을 빌미삼아 행하여온 수많은 위선을 표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최 장로의 계획에 놀아나는 대형교회 부목사 성철우의 행태 역시, 한국교회 교역자들의 위선적 측면을 드러내는 데 한몫하고 있다. 드라마는 그가 미국 뉴저지의 자매 교회로 발령받지 못하고 초라한 월추리 개척교회로 발령받은 뒤 분개하는 모습을 상당히 인상깊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장면은 요즘 젊은 목회자들이 자기의 명리를 위해서만 움직이지, 진정 복음전도의 소명을 받들려 하지 않음을 질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구해줘 2
▲불량학생들과 마을 건달 김민철에게 지갑과 헌금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는 성철우 목사.

게다가 성철우 목사가 처음 이 마을에 부임할 때 마을의 불량한 학생들과 날건달 김민철에게 당하는 수모는, 오늘날 한국 사람들이 목사나 장로 등 교회 직분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대변하는 듯하다.

복음전도의 열정과 소명보다 자기 명리를 위해 움직이는 교회 교역자들에게 보낼 만한 존경심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강조하고 있다.

오직 이들의 위장된 인격에, 그들의 외모에 속아 넘어가는 이들만 곤궁한 지경에 처한다는 것이 <구해줘 2>가 제시하는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대중매체에서의 교회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독교 문화가 뿌리내린 미국에서도 유독 대중매체는 교회 교역자들과 신자들의 위선적 행태를 폭로하고 비꼬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는 물론 그리스도께 받은 은혜를 충실하게 유지하려 하지 않고 추락해버린 교역자들과 신자들의 위선적 행각들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대중매체의 편향적 태도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중매체에 묘사된 기독교인들의 모습 대부분은 두 편으로 나뉜다. 한편으로는 일부 위선적인 기독교인들의 행태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인 것처럼 포장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위선에 속아넘어가는 순진하고 어리석은 이들의 모습이 집중적으로 부각된다.

구해줘 2
▲믿음의 소명 없이 자기 명리를 위해서만 움직이는 위선적 교역자의 전형인 성철우.

픽션과 극이라는 문화장르는 기본적으로 갈등을 통해 독자에게 삶의 자극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그 매력을 산출한다.

당연히 영화, 드라마 등에 표현된 교회와 기독교인의 모습은, 그것이 복음의 변증을 위한 목적으로 연출된 것이 아닌 이상, 대개 위선적이거나, 불안하거나, 부조리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중에게는 그런 모습이 마치 교회의 실상 전체인 것처럼 각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교회와 기독교 신앙인들이 이런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교회 내부에서부터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않는’ 신앙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기 명리를 위해 교회를 이용하고 기독교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하는 ‘거짓 형제들’을 분별해 내기 위해 교회가 어떻게 영혼들을 돌아보아야 할지, 어떻게 그들의 신앙의 진정성을 분별할지 고민하는 과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구해줘 2>는 다분히 편향적인 관점으로 한국교회와 교역자들을 묘사하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짓 형제의 위장된 인격 문제를 직시하도록 촉구한다는 점에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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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자 장로라는 신분을 이용해 마을의 재산과 여성들을 탈취하려는 음모를 계획하는 최 장로. 오늘날 한국교회에 잠입해 있는 일부 ‘거짓 형제’들의 모습이 극단화된 캐릭터라 볼 수 있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