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의 길
거룩의 길

싱클레어 퍼거슨 | 오현미 역 | 복있는사람 | 396쪽 | 18,000원

기독교 신앙에 있어 성화는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제입니다. 저희 담임목사님께서 강조하시길 “많은 경우 믿음은 은혜로 말미암는다고 고백하고, 성화는 자신의 열심이나 의지로 이룰 수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 성화를 크게 오해하는 경우이며, 그렇기 때문에 성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수록 성화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셨는데, 그만큼 많이 오해되는 주제 중 하나가 성화입니다.

저자는 개혁주의 신학의 중심에 서서 많은 후학들을 길러내고, 성도들을 좁은 길로 바르게 인도한 이 시대의 신뢰할 만한 신학자이자 목회자, 그리고 많은 책을 쓴 저술가입니다.

하나님의 영감된 무오하고 무류한 성경을 존중하고, 기록된 말씀 밖을 넘어가지 않고 겸손히 그 말씀의 지시를 받는 것이 개혁주의 신학의 특징입니다.

이 책은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철저히 성경적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성화를 설명함에 있어서도, 그 시작을 삼위 하나님의 속성과 그 삼위 내에서의 관계로 시작하여 우리에게로 포커스를 옮겨옵니다. 저 위대한 교회 개혁자인 칼뱅의 방식처럼 말입니다.

저자의 고백처럼 이미 성화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있는데, 다시 이 책을 저술하는 목적은 첫째로 신약성경에서 성화의 기초가 되는 구절들을 찾아 주해하고, 둘째로 그 주해를 토대로 거룩함을 성경적으로 가르치는 일종의 지침을 제공하며, 마지막으로 평생 거룩함을 추구하는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성경적 청사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성경적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는데, 총 10장으로 구성된 각 주제들에 대해 철저히 성경 본문의 가르침을 벗어나지 않고, 성경을 중심으로 거룩을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흔히 거룩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죄로부터의 구별이나 분리는 엄숙하고 무거운 주제이자 죄인들이 가까이 하기에는 무언가 어색하고 거리끼는 주제일 것입니다.

거룩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볼 때, 더욱 그렇게 거룩이라는 말이 멀게 느껴짐을 경험합니다.

저자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의미를 넘어, 더 깊이 들어가서 온전히 하나님께 속한 대상, 그리고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하는 삶을 거룩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사도들의 가르침을 따라 어떤 것이 바른 모습이고, 어떤 것이 잘못된 성화의 가르침인지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18세기 미국 인디언 선교사로 짧은 인생을 하나님께 드린 데이빗 브레이너드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분만큼 자신의 삶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고 헌신하였던, ‘거룩’이라는 말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인물도 드물 것입니다.

한 번은 20대 초반에 그분의 일기를 읽는데, 이러한 삶은 보통 사람이 살아가기에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복사한 듯이 온통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죄가 전혀 아닌 것 같은 것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회개하는 모습 등을 보고, 저의 은사이신 당시 청년부 목사님께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그것은 그 분이 그만큼 하나님을 사랑했기에 헌신의 열매로 드러난 것이란다.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이 헌신하는 법이란다”라고 답변해 주신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리고니어 미니스트리스
▲발언하고 있는 싱클레어 퍼거슨 박사(오른쪽에서 두번째). ⓒ리고니어 미니스트리스
또 거룩은 자신의 정체성(죄의 지배에서 떠나 은혜의 지배 아래 들어온 국민)을 자각하고, 그리스도께 견고히 접붙힌 바 되고, 그분을 자양분으로 삼아 그 안에서 자라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도가 철저하게 그리스도께 접붙힌 바 된 의존적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저자께서 성경적으로 잘 설명해주어 이해가 쉬웠습니다.

또한 자신의 변화된 신분을 기억하고, 그 지위에 맞게 삶을 살아가라고 독려합니다. 죄의 지배를 벗어나 의의 지배로 들어간 자들의 특징(저자는 예를 들어 한국인이 미국에 귀화해서 새로운 신분이 되는 것과 같다고 쉽게 설명한다)은,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기에 마치 부부가 서로를 닮아가듯 자연스럽게 내주하시는 그리스도를 닮아간다고 설명합니다.

이 책 6장에 있는 ‘성도들 간의 거룩한 연합’이라는 부분이 특히 와 닿았습니다. 그리스도로 옷 입은 자들은 교회로 모였을 때, 성도 모두에게 내주하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서로 더욱 사랑할 뿐 아니라, 죄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여 교회 앞에서 서로의 상태를 가장해선 안 되며, 성도가 하나님으로부터 구원 받았음을 상기시켜줍니다.

또 서로 진실해야 함을 지적하며, 그렇지 않기에 인위적이고 피상적인 교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성화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매는 띠가 분명하게 현실에서 드러나야 하고 드러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합니다.

이 부분과 더불어, 성화의 주체는 성령이시지만 성도는 성령께서 주시는 은혜와 능력을 공급받아 적극적인 측면에서 죄와 싸우며, 성도의 본분을 늘 기억하며 현실에 적용하는 부분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 와 닿았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떠넘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하이퍼 칼빈주의식의 오해를 피하게 하는 좋은 지적이었습니다. 기독교는 사변적인 신앙이 아니기에 이런 것이 없다면, 그것은 유사 기독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성화의 열매나 성령의 내주하심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나에게 왜 성화의 열매가 없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 내가 진정 구원받은 자인지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함을 생각해 봤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성도의 거룩이라는 건축물의 튼튼한 골조를 세우고, 바른 이해를 기초로 성화를 이루는 것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김성욱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삼송제일교회 중고등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