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남궁억 보리울의 달
▲만화 <한서 남궁억> 中. 저자 김재욱, 그림 최현정, 제작 키아츠. ⓒ키아츠 제공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남궁억 교사는 회상에서 깨어나 퍼뜩 정신을 가다듬었다.

어려웠던 일이든 괴로웠던 기억이든 지난날의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운동장의 학생들은 일순간의 자유를 즐기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해맑은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잔뜩 흐려져 가던 하늘에서 희끗희끗 눈송이가 내렸다. 작은 꽃잎 같은 눈송이들은 바람에 날려 허공에서 소용돌이를 쳤다.

잠시 후 시작 종이 울렸으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갔지만, 감성이 풍부한 여학생들은 뒤돌아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가며 환호성을 질렀다.

“야, 첫눈이다!”

“내 사랑 첫눈이 오시네!”

뒤이어 소녀들은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맑은 목청을 뽑아 설렘과 꿈을 노래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을 넘어 먼 미래의 소망을 노래하는 여학생도 있었다.

거친 산등성이 골짜기로 봄빛은 우리를 찾아오네
아가는 움트는 조선의 꽃
들녘에 비바람 부딪히고 산 위에 나무들 넘어져도
아가는 봉우리 조선의 꽃
오늘은 이 동산 꾸며놓고 내일은 이 땅에 향기 퍼진
아가는 피어나는 조선의 꽃….

보리울의 달 한서 남궁억
▲소설 <보리울의 달> 저자 김영권, 제작 키아츠 <보리울의 달>은 한서 남궁억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서 남궁억 선생의 소설화된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통찰하도록 안내한다. 만화 <한서 남궁억> 저자 김재욱, 그림 최현정, 제작 키아츠 <한서 남궁억>은 남궁억 선생의 위대하고도 큰 뜻을 남녀노소 모든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화로 표현한 책이다. 남궁억 선생이 여러 등장인물과 역사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가 실감나고 흥미롭게 담겨 있다.
남궁억 교사는 그 모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노래는 남궁억 자신이 지은 ‘조선의 꽃’이었던 것이다.

그는 겉으로는 근엄한 인상이었으나 속마음은 학생들 못지 않게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만일 행복한 시대에 태어났다면 훌륭한 학자나 예술가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그는 많은 노래를 만들어 백성들이 즐겨 부르게 했으며, 배화학당의 교가도 그가 직접 지은 것이었다.

또한 시조도 잘 짓고 서예에도 조예가 깊어, 직접 한글 붓글씨 교본을 정성 들여 써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외에도 백성들의 심금을 울리고 깨우쳐 주는 많은 글을 썼던 것이다.

그는 자기의 재능을 자신만의 출세와 부귀영화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의 식민지가 된 시대이긴 했지만 그 당시에도 얄팍한 재주를 팔아 돈과 명예를 탐하는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남궁억은 오로지 나라 잃은 백성들의 꿈을 위해 자기의 타고난 재능을 모두 쏟아 부었던 것이었다.

바람이 거세어질수록 눈송이들은 공중에서 방황하며 애처롭게 떠돌아다녔다.

소녀들이 부르는 노래 속의 봄은 언제나 올지, 아득하기만 했다.

김영권 남궁억
▲본지에 <꽃불 영혼>에 이어 <보리울의 달>을 연재하고 있는 김영권 작가.
김영권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작가와 비평> 원고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어린이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장편소설 <지옥극장: 선감도 수용소의 비밀>, <지푸라기 인간>과 청소년 소설 <걷는 동상>, <퀴리부인: 사랑스러운 천재>가 있으며, 전통시장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보통 사람들의 오아시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