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하나님은 참으로 무서운 분이시다. 법을 어기면 가차 없이 중벌을 내리시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7대 왕 아합 왕(기원전 874∼852)이 아내 이세벨의 간계(奸計)에 넘어가 십계명 중 제10계명과 제6계명을 어긴 죄로 가문이 멸족당하고 이세벨의 주검을 개가 찢어먹는 중벌을 받았다.

오죽했으면 성경은 또 다음과 같은 부연(敷衍) 설명까지 곁들였을까. "자기 아내 이세벨의 충동에 말려든 아합처럼 주님께서 보시기에 이렇게 악한 일을 하여 자기 목숨을 팔아버린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왕상21:25)

나봇이라는 사람이 아합 왕의 궁 근처에 포도원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아합 왕이 나봇에게 제안했다(왕상21:1-4).

아합 왕: "그대의 포도원이 나의 궁 가까이에 있으니 나에게 넘기도록 하시오. 나는 그것을 정원으로 만들려고 하오. 내가 그것 대신에 더 좋은 포도원을 하나 주겠소. 그대가 원하면 그 값을 돈으로 계산하여 줄 수도 있소."

나봇: "제가 조상의 유산을 임금님께 드리는 일은 주님께서 금하시는 불경한 일입니다."

나봇은 조상의 유산이라는 이유로 포도원을 아합에게 양도(讓渡)하기를 거절했다. 당시에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토지법은 다음과 같다.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다만 나그네이며 나에게 와서 사는 임시 거주자일 뿐이다."(레25:23)

아합 왕이 마음이 상했다. 왕이 화를 내며 음식도 먹지 않자 왕비 이세벨이 제안했다."당신은 현재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임금님이 아니십니까? 내가 나봇의 포도원을 임금님의 것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왕상21:7)

이세벨은 나봇이 살고 있는 성읍의 원로들과 귀족들에게 아합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냈다. "금식을 선포하고 나봇을 백성 가운데 높이 앉게 하시오. 그리고 건달 두 사람을 그와 마주 앉게 하고, 나봇이 하나님과 임금님을 저주하였다고 증언하게 한 뒤에 그를 끌고 나가서 돌로 쳐서 죽이시오."(왕상21:9-10)
원로들과 귀족들이 이세벨의 요청대로 했다. 건달들이 거짓으로 "나봇이 하나님과 임금님을 욕하였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나봇을 돌로 쳐서 죽인 뒤 이 사실을 이세벨에게 알렸다.

이세벨이 아합 왕에게 말했다. "돈을 주어도 당신에게 넘기지 않겠다고 하던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하십시오. 나봇은 죽었습니다." 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하려고 그 곳으로 내려갔다.

하나님이 선지자 엘리야에게 말씀하셨다. "아합한테 가거라. 그가 나봇의 포도원으로 내려갔다. 그에게 전하여라. '나 주가 말한다. 네가 살인을 하고, 또 재산을 빼앗기까지 하였느냐? 개들이 나봇의 피를 핥은 바로 그 곳에서, 그 개들이 네 피도 핥을 것이다.'"

아합 왕: (싫어하던 선지자 엘리야를 보자) "내 원수야, 네가 또 나를 찾아왔느냐?"

엘리야: "그렇습니다. 주님은 '내가 너에게 재앙을 내려 너를 쓸어버리되, 아합 가문에 속한 남자는 종이든지 자유인이든지 씨도 남기지 않고 이스라엘 가운데서 없애 버리겠다' 하시고, 또 이세벨을 두고서도 '개들이 이스르엘 성 밖에서 이세벨의 주검을 찢어 먹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왕상21:17-23)

하나님은 토지법을 어긴 아합에게 중벌을 내리셨다. 따지고 보면, 아합 왕은 아내의 간계에 넘어가 제10계명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와 제6계명 '살인하지 말라'를 어겼고, 더군다나 하나님의 토지법을 지키려는 나봇을 죽게 했으니 성경은 부연 설명까지 곁들이지 않았겠는가.

"자기 아내 이세벨의 충동에 말려든 아합처럼 주님께서 보시기에 이렇게 악한 일을 하여 자기 목숨을 팔아버린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왕상21:25)

이처럼 기독교는 법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기독교는 세계종교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