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28년째니 짧지는 않은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여리한 33세에 분당에 와서, 이제는 뒤를 돌아보며, 또 앞을 바라보며, 10년을, 그리고 그 뒤를 생각하게 되니, 삶의 시간이 흐르기는 흘렀나 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청년, 목회 사역을 시작하던 때, 그리고 요즘 듣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나 "쇼팽의 녹턴"은 그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의 느낌도 많이 다릅니다. 스치는 인생들에게서 느껴지는 마음도 전과 같지는 않습니다.

삶을 느끼는 느낌뿐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과 실제 주변의 모습도 어느 만큼은 다릅니다. 첫날 분당에 왔을 때와 오늘. 그 사이 나무가 자랐고, 건물이 몇 번 도색되었고, 어떤 이는 흘러가기도 어떤 이는 있기도 합니다.

삶도 능력도 마음도 신체도 기준을 두지는 않으나, 익어짐이건 약해짐이건 어디론가 향해 갑니다. 하늘서 내린 비가 산꼭대기와 등을 타고 내가 되고 강이 되어 바다까지 흘러가듯 인생도 흘러갑니다. 우리는 그것을 성숙이라고도, 완성이라고도 하며, 생성과 소멸의 여정이라고도 합니다.

그 가운데 사람을 만났고, 공부를 했고, 성공을 했고, 실패를 했고, 깨닫기도, 흥도 망도 했습니다.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고, 그리워도 하고, 잊기도 하고, 오늘 하루가 삶이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믿음은 무엇이며, 그 백성의 꿈과 사명은 무엇이며, 삶의 다름과 갈등은 무엇인지도 생각게 됐습니다. 오랜 시간과, 그 시간의 공유가 주는 인생의 깊음과 선물의 은혜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인내가 포함된 긴 동행이 주는 아름다움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겨운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삶의 감정과 이해와 평가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흘러갑니다. 어떤 순간도 그것은 그 순간의 가치와 의미이기에, 우리는 그래서 살아가며 이해의 폭을 넓혀갑니다. 삶의 여정에서 소득하게 되는 모든 순간들과 그 부스러기들은 우리 삶의 영원을 이루는 자산입니다.

살아가면서 더 깊이 느껴지는 것은, 이렇게 살았어도 저렇게 살았어도, 죽는 것만은 주님을 위해서 죽어야한다는 것이 더 분명해집니다.

목사로서 오랜 기간을 살았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갚고 싶기도 하고, 벗어나려고도 했고, 이렇게 걸어가고도 있습니다. 목사는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고,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합니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부디, 남은 기간 선생으로 바르게 살기를 기도합니다. 잘 안되네요.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