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조덕영 박사
결론부터 말하면 성경은 계시로서 초월(超越)의 영역이요 과학은 초월에 대응하는 내재(內在)의 영역이다. 초월과 내재는 직접적 비교 대상이 아니다. 기독교는 성경을 창조주 하나님께서 피조물인 인간에게 주신 계시로 믿는다. 반면 과학은 그 피조 세계의 질서를 탐구하는, 즉 내재를 다루는 도구의 학문(causa instrument)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 목격한 것처럼 과학은 오류를 토대로 발전한다. 즉 과학은 오류를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Carl sagan). 언제나 틀린 결론을 내릴 수 있으나 그것은 잠정적이다. 가설이 세워지지만 그 가설도 언제나 반박될 수 있다. 이렇게 과학은 반박 가능한 학문이다(Karl Popper). 반면 창조주 하나님의 계시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과학의 질서를 만드신 분은 창조주 하나님이시므로 참 된 과학은 당연히 성경적 질서와 조화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무리한 성경 적용이 사이비 종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내재의 도구를 다루는 과학(causa instrument)을 내재의 원인이신 창조주 하나님(causa prima)의 초월 계시에 무리하게 적용하려는 미숙한 집착은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이비 학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이것이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다.

우주기원론

우주의 기원에 대한 생각은 우주형태론(cosmograpy)과 우주생성론(cosmogony)이 있을 수 있다. 인간은 오래 전부터 인간이 사는 세계의 이미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설명을 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절대자의 창조-섭리로 보려는 관점과 자연-우연 발생의 관점에서 보려는 두 입장이다.

이 두 설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대단히 다양한 양상을 가진다. 왜냐하면 기원론은 필연적으로 지구와 생명과 인간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화와 종교와 민속과 문화와 사회적 해석 시기를 거쳐 기원론은 고대 헬라 철학자 중심으로 시작된 천동설(geocentri theory)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heliocentric theory)을 지나며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한때 우주기원론은 H. 본디, 프레드 호일이나 위클라마 싱 그리고 한때 아인슈타인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상상태우주론이 지지를 받는 듯했으나 1929년 허블이 도플러 효과에 의한 적색 이동(red shift)을 관측함으로써 팽창하는 우주를 발견하고, 1948년 조지 가모프가 빅뱅(대폭발)에 의한 우주기원론을 제창한 후, 1965년 미국 벨(Bell)연구소 연구원들이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고 노벨상을 수상(1970년)하면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은 최근에는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우주 최초 시기에 근접한 분자가 발견되었다는 <네이처>지의 논문 기사가 나왔다.

美·獨연구진, 최근 우주 최초의 분자 관측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제시됐던 우주 최초 시(時)의 분자가 처음 관측됐다는 것은 팽창 우주 생성 이론의 증거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독일 공동 연구진은 지난 4월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구로부터 3,00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 성운 NGC 7027(the planetary nebula NGC 7027)에서 우주에서 처음 생긴 분자인 수소화헬륨(HeH+)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수소화헬륨은 헬륨 원자와 (+)전기를 띤 수소이온이 결합한 물질이다. 빅뱅(big bang·대폭발) 이론에 따르면 수소화헬륨은 우주가 탄생한 뒤 처음 나타난 분자로 추정한다. 1925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동안 지구는 물론이고 우주 어디서도 관측된 적이 없었다. 1970년대에는 별이 소멸할 때도 이 분자가 나올 것으로 추정됐었다.

연구진은 정밀 관측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과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공동 운영하는 천체 관측 항공기 '소피아(SOFIA)'를 타고 1만3,700m 상공까지 올라갔다. 보잉 747기를 개조한 소피아는 지름 2.7m짜리 천체망원경을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백조자리에서 별이 죽으면서 생긴 한 성운을 관측해 마침내 수소화헬륨의 신호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천문학계에서는 수소화헬륨을 우주 진화의 시발점으로 여긴다. 우주가 식고 수소화헬륨과 수소 원자가 결합하면서 비로소 별과 은하의 주원료인 수소 분자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논문 대표 저자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롤프 귀스텐(Rolf Güsten) 박사는 "수소화헬륨의 존재는 수십 년간 천문학의 딜레마였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초기 우주의 화학반응에 대한 의심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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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빅뱅은 성경적인가를 생각해보자

최소한 정상상태우주론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주장이 과학적으로 더욱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는 데 힘이 실리는 관측이 한 가지 더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전부다. 빅뱅이 성경의 오류성이나 무오류성을 확증하는 주장이라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혹시라도 우주의 물질이 한때 한 점에 뭉쳐 있었다고 하더라도 왜 그곳에 물질이 한 점으로 있었는지, 그 이전에는 어떤 상태였으며 그 태초 물질은 어디서 왔고 무엇이 폭발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덧붙여서 물질을 담은 공간은 어디서 왔고 시간은 어떻게 우주에 들어온 것인지, 그 모든 일을 하나님이 섭리 하셨는지 이런 문제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성경은 천문학자들을 위해 기술한 책이 아니다(칼빈의 <창세기 강해> 참조). 성경은 모든 역사, 남녀노소, 빈부귀천, 학문과 지식의 고하를 막론한 모든 인류, 보통 사람들에게 주어진 책이다. 칼빈의 성경 해석법으로 표현한다면 성경은 누구나 하나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적 현상을 따르는 언어(language of appearance, 예를 들어 "노을이 붉게 탄다"는 말은 비과학적 묘사이나 그것이 성경 시대 사회 일상적 용어였다면 성경은 그렇게 비과학적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적 현상을 따라 "노을이 붉게 탄다"라고 언어를 구사했을 것이다라는 의미)로 인간에게 계시를 전하고 있는 책이다.

과학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질서를 다루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왜 성경은 그렇게 과학적 기술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이것이 성경이 오류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전혀 아님을 독자들은 이제 이해했을 것이다.

과학적 판단은 언제든지 변하고 수정될 수 있다. 대 과학자 뉴턴도 아인슈타인도 스티븐 호킹도 그들의 이론이 수정되었다는 점을 기억하라. 반면 성경은 여전히 세상과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구원에 대한 진리를 계시하는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책으로 굳건하다.

그리고 최근의 수소화헬륨의 관측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증거한 한 가지 증거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전부다. 하나님은 빅뱅의 방법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는지 아니면 또 다른 방법으로 하셨는지, 아니면 그 유사한 방법으로 하셨는지 말씀하시지 않는다. 이것은 인류가 찾아서 탐구할 '아디아포라'의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과학적 발견은 어떤 또 다른 결론을 유도해낼지 아무도 모르며 언제든 유동적인 것이다. 다만 빅뱅은 무조건 반성경적이라는 억지 주장은 제발 이제 함부로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저 최근의 과학적 이론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성경은 어떤 과학적 주장이나 발견 앞에서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진리 안에서 자유케 함을 잊지 말자.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