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IV. 솔로몬의 부탁-사랑하는 자를 깨우지 말아다오(2:7)

솔로몬은 예루살렘 여자들에게 사랑하는 자가 깨고 싶을 때까지 자도록 내버려 둘 것을 부탁한다. 이러한 부탁은 3:5과 8:4에서도 거듭 나오고 있다. 그러나 8:4에서는 '노루와 들 사슴'이 빠져있다. 노루와 들 사슴은 모두가 쉽게 놀라고 무서워하는 동물이다. 동시에 이 두 짐승은 고대 근동지방에서 사랑의 여신들과 관련이 있었다. 사랑은 쉽게 깨어지고 손상 받기 쉽기 때문에 노루와 사슴을 다루듯이 조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자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충분히 잠으로 잃었던 기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솔로몬의 요청이다.

V. 술람미의 임을 기다리는 벅찬 가슴(2:8-9)

술람미가 중심 화자인 새로운 시가 시작되고 있다. 아마도 이 시의 내용들은 술람미가 구혼시절 낭만과 연정을 회상하며 부른 노래인 것 같다. 술람미는 아마도 겨울 한철 동안 솔로몬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봄이 되면서 사랑하는 임은 그녀 앞에 들 사슴처럼 늠름하게 달려오고 있다. 임은 봄꽃 냄새를 안고 그녀에게로 달려오고 있다. 집 가까이 도착한 임의 모습이 창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임의 모습이 완전하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임이 오심을 육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벅찬 가슴을 안고 숨 막히는 희열 속에서 온 몸이 달아오르고 있다.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의 목소리와 산을 넘어 오고 있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으며, 창 틈으로 들여다보는 임의 눈길을 느끼고 있다.

VI. 술람미가 소개하는 솔로몬의 초청(2:10-15)

솔로몬은 술람미에게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초청한다. 본문의 배경이 되는 계절은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는 봄이다. 이러한 계절의 이미지는 두 남녀의 사랑이 이제는 무르익어 성숙의 열매를 맺을 때가 다가왔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내용은 지쳐있고 잠에서 깰 것을 걱정하는 2:7의 내용과는 대조적이다.

밖에는 겨울이 지나 더 이상 비가 오지 않는 봄이 되었다.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며 어린 반구의 소리가 들리는 계절이 찾아왔다.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어가고 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고 있다. 계절과 더불어 두 사람의 사랑도 점차 알차게 익어가고 있다.  

(2:14) 솔로몬은 술람미를 '나의 비둘기'라고 부른다. 여기에서의 비둘기는 산비둘기로서 높은 절벽의 바위틈이나 깊은 계곡의 틈새에서 숨어 지내는 습성이 있다. 솔로몬은 이처럼 자신을 감추고 사는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과 고운 목소리를 듣고 싶어 밖으로 나와 줄 것을 간청하고 있다.

(2:15) 그들의 사랑이 무르익어 가는 절정에 이르기 직전에 와 있다. 그런데 그들의 사랑이 열매 맺는 일을 방해하거나 사랑의 감정을 깨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꽃이 핀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고 간청한다. 이스라엘에서 포도는 무화과, 석류와 함께 대표적인 여름과일이다. 이스라엘에서 포도는 한 여름철에 익고 수확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없는 여름 동안 여우들은 포도원을 자주 침범한다.

VII. 술람미 여인의 솔로몬에 대한 사랑의 고백 (2:16-17)

술람미의 임에 대한 같은 사랑의 고백이 6:3과 7:10에서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술람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한 몸을 이루고 있음을 고백한다. "나의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구나." 이것은 창세기 2:23에 나오는 최초의 사랑고백인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와 창세기 2:24에 소개되어 있는 불변의 결혼관인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와 같은 내용이다.  

여기에서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을 목자로 묘사하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목자는 단순히 양을 치는 목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백성을 다스리는 왕도 목자로 이해하였다. 시편 23편에서 볼 수 있듯이, 여호와 하나님도 이스라엘을 인도하시는 목자이시다. 이것은 구약시대 이상적인 지도자상이 양들을 보호하고 인도하는 목자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2:16 후반부는 낮 동안 양들을 돌보기 위하여 집을 떠나있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양들을 돌보는 곳은 단순한 들이 아니라 백합화가 피어있는 아름다운 들판이다. 여기에서 목자의 목양지역을 백합화로 이해한 것은 사랑하는 임의 모습이 아름답고 품위가 있기 때문이다.

2:17은 저녁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목자를 그리고 있다. 술람미 여인은 낮 동안 헤어졌던 임이 이별의 언덕을 넘어 자기에게로 돌아오고 있음을 노래한다. 여기에서도 2:7에서와 같이 노루와 사슴이 등장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돌아오는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베데르 산'은 이스라엘에 존재하는 어떤 특정한 산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히브리어 '베데르'는 울퉁불퉁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목자와 그녀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거친 산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점에서 '베데르 산'은 낮 동안 두 사람 사이를 갈라 놓았던 분리의 산을 의미한다. 술람미는 거친 분리의 산을 한가운데 두고 하루 종일 헤어져 있던 임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