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낙태 반대
▲낙태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측이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고 12일 만에 처음으로 '낙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헌재가 판결을 내린 지난 11일, 거의 모든 교계 연합기관들이 이에 대한 논평 내지 성명을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NCCK는 당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그러다 NCCK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는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며 "교회는 그 동안 남성 중심의 위계질서 안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온 지난 모습을 돌아보고, 여성의 관점에서 이 사안을 다시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인권센터는 "헌법재판소는 낙태전면금지가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낙태에 대한 모든 법적, 도의적 책임을 여성들에게만 떠넘겨 왔다. 국가와 남성에 대한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NCCK 측의 이런 입장도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한 직접 성명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2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있었던 '2019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의 '부활절 선언문' 내용 중 일부를 비판하면서 나온 것이다.

당시 '부활절 선언문'에는 "정부의 낙태 허용,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 차별금지법 제정, 무분별한 이슬람 우대정책과 전통문화를 표방한 미신종교의 허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인권센터는 "선언문은 낙태 반대를 주장했다. 이는 곧 과거의 잘못을 고수하려는 것 뿐"이라면서 "여성의 관점에서 먼저 바라보고,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생명권 그리고 건강권 등을 먼저 살피며, 서로 배려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NCCK 인권센터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그런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약자인 '태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모든 권리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한 거짓인권일 뿐"이라며 "NCCK 인권센터의 입장에는 태아 생명에 대한 배려가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센터는 낙태 뿐 아니라 차별금지법과 이슬람에 대한 선언문 내용도 아울러 비판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야 한다"며 "교회는 특정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차단할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수난당하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사랑과 환대로 안내하는 공동체로 거듭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권센터는 "그러나 선언문은 우리 사회의 평등이 아닌 차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시정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 "교회는 소외된 이들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이웃종교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며 "선언문에 명시된 '무분별한 이슬람 우대정책 반대'는 종교간 반목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2019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는 NCCK도 후원했으며, 이날 이홍정 총무가 참석해 축하인사를 전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