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와 다음 주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을 기독교적으로 바라봅니다. 회당 제작비 170억여원에 달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마지막 8번째 에피소드가 지난 19일 시작됐습니다. -편집자 주


왕좌의 게임
▲한 중세기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

보좌를 향한 열망의 성경적 기원

지난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 개표방송 당시 국내 방송사들은 한 미국 TV 시리즈(드라마) 테마곡을 수십 번씩 반복해 들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를 직접 패러디한 화면구성을 선보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소소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를 보지 못한 이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 에픽(epic, 대서사시) 풍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테마곡은, 전 세계 방송 역사상 최대 흥행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의 TV 시리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서 차용된 것이다.

<왕좌의 게임>은 2011년 첫 방영 후 시즌을 거듭하며 역대 최대(전 세계) 본방 시청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총 여덟 시즌으로 기획되었고, 바로 지난 주에 마지막 시즌 첫 에피소드를 방영하기 시작했는데, 이 첫 에피소드 본방 시청자 수가 총 1,740만명(미국 내 집계)에 이른다.

대체 어떤 내용을 담았길래 이토록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일까?

군웅할거의 역사: 앵글로-색슨 7왕국 역사의 에픽화(化)

<왕좌의 게임> 원작은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 조지 마틴(George R. R. Martin)의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이다. 일단 드라마와 원작 소설의 내용에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작품의 배경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중세 시대이다. 하지만 그 모티프는 분명 통일 전 잉글랜드(현재의 영국 연합왕국이 아닌,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를 제외한 잉글랜드만을 지칭) 지역에 존재했던 앵글로-색슨 7왕국 시대(the Heptarchy)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인물, 지명, 지형도 등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5세기 말부터 9세기까지 약 400여년간 이어진 7왕국 시대의 역사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드라마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자, 2014년 영국의 군주 엘리자베스 2세는 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위치한 드라마 세트장에 방문해 배우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비록 각색되긴 했지만, 잉글랜드의 역사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이유였다.

앵글로-색슨 7왕국 시대는 시기상으로는 한국의 남북국 시대(8-9세기)와 겹치며, 사회적 유사성으로 보자면 10세기 경 후삼국 시대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각 지역의 패자로 등극한 가문들이 권모술수와 혼인, 그리고 전쟁 등을 통해 군웅할거하며 패권을 다투는 이야기가 <왕좌의 게임>의 주된 서사이다.

왕좌의 게임
▲실제 앵글로-색슨 7왕국 시기의 잉글랜드 지도와 <왕좌의 게임>의 지역적 배경인 웨스터로스의 지도. <왕좌의 게임>이 7왕국 시대를 모티프로 삼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권을 차지하려는 음모와 전쟁으로 가득한 역사,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동아시아 삼국만 하더라도 가장 인기있는 역사 이야기는 모두 군웅할거의 분열기(한국: 삼국시대와 후삼국시대, 중국: 춘추전국시대와 위진시대, 일본: 무로마치 막부 말기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왕좌의 게임> 역시 가장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집약되어 있는 잉글랜드 군웅할거 시대를 다루고 있다. 그 속에는 귀족 가문들 간의 치열한 왕권다툼, 가문 내부의 암투, 혈통과 계승권 분쟁, 출생의 비밀, 야만적 섹슈얼리티와 로맨스, 음모, 암살, 전쟁, 그리고 외세와의 다툼 등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서사요소들이 가득하다.

작가와 연출가들은 이런 요소들을 치밀한 방식으로 엮어내며 극의 흥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게다가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굵직한 중견배우들(숀 빈, 피터 딘클리지, 레나 헤디 등)의 완벽한 연기 역시 시선을 매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구원자의 역사: 참된 영웅은 그리스도의 모상

<왕좌의 게임>은 하나의 에픽, 즉 대서사시 양식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을 한 사람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는다.

시리즈 초반까지는 에다드 스타크(숀 빈 분)가, 에다드 스타크의 사망 후 시리즈 중반까지는 티리온 라니스터(피터 딘클리지)와 세르세이 라니스터(레나 헤디)가, 이후로는 대너리스 타르게리엔(에밀리아 클라크 분)과 존 스노우(킷 해링턴)가 각기 서사 전반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다.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의 주연급 배역인 세르세이 라니스터, 티리온 라니스터, 존 스노우, 대너리스 타르게리엔. 시리즈가 결말에 가까와지면서, 결국은 존 스노우가 진정한 주인공이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리즈 전체가 결말부에 도달한 현 시점에서 본다면, 서사 전체의 주인공은 바로 존 스노우였다는 것이 거의 확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존 스노우라는 등장인물은 설정상 대단히 특이한 이력을 가졌는데, 그 이력 대부분의 모티프는 성경의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차용한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이는 서구 기독교 문명에서 항시 통용되어 온 영웅의 이미지, 구원자의 이미지가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우선 존 스노우는 혈통상 7왕국 전체 왕위의 적통으로, 현재 왕권 적통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대너리스보다 더 계승권 순위에서 앞서 있다.

그러나 존 스노우가 막 태어났을 무렵, 7왕국 군웅들 가운데 하나인 로버트 바라테온(마크 에디 분)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왕위 찬탈 후 축출된 왕의 적자가 남아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틀림없이 죽게 될 상황이라, 존 스노우의 숙부이자 북부 영지의 지배자인 에다드 스타크가 로버트의 마수를 피하려 존 스노우를 자신의 서자라 속이고 키우게 된다.

이로써 존 스노우는 왕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서자로서 갖은 설움을 겪고 살았으며, 거의 유배지나 다름없는 북부의 장벽(야만인과 괴물들을 막기 위한) 감시자로 살게 된다.

이후 뛰어난 성품과 전투 실력으로 북부 장벽의 총지휘관 자리에 오르지만, 그를 시기한 부하의 배신으로 심장에 칼이 꽂힌 채로 죽고 만다.

그러나 왕이 될 운명, 그리고 다가올 망자들과의 싸움을 지휘해야 할 운명 때문에 신의 가호를 받아 기적적으로 부활한 그는, 이후 분열되어 있던 7왕국의 여러 세력들과 연합해 망자들의 군대를 거느린 밤의 왕과 싸우는 총지휘관 역할을 맡는다. 결국 7왕국 전체 백성을 구원해야 할 임무가 그의 어깨 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런 존 스노우의 이력을 그리스도의 삶의 궤적과 비교해 보자. 우선 구원자가 될 왕의 적통, 이 주인공 하나를 등장시키기 위해 수많은 배경 인물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게 된다는 설정은, 구약의 수많은 선지자들과 왕들이 이 땅에 오실 메시아의 길을 예비하는 일에 동원되었다는 사실과 상통한다.

다음으로 왕의 후손이지만 현재의 집권자에게 죽임을 당할지 몰라 어린 시절부터 신분을 갑추고 북부 오지에 숨어살게 되었다는 설정은, 헤롯의 마수를 피해 북부의 촌락인 갈릴리에 피신해 사신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킨다.

부하에게 배신당해 죽임을 당한 일은 가룟 유다의 배신으로 팔려 십자가형을 당하신 그리스도를 모티프로 삼으며, 존 스노우의 부활은 당연히 그리스도의 부활을 모티프로 삼는다.

왕좌의 게임
▲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 존 스노우 이야기는 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알레고리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활한 존 스노우가 점차 왕권을 회복하며 7왕국 전체 국민들을 망자들의 군대로부터 구원해 낸다는 설정은, 하늘 보좌에 오르셔서 마귀의 손아귀, 죄악과 죽음의 덫에서 영혼들을 구해내시는 예수의 역할을 닯았다.

이처럼 성경의 그리스도 이야기를 알레고리화한 점 때문에, 일부 해외 매체에서는 <왕좌의 게임>을 ‘존 스노우 복음서(the Gospel of Jon Snow)’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설정상 유사성이 전혀 우연적이지 않을 뿐더러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서구 문화가 지난 1,700년 가까이(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라노 칙령을 발표한 313년 이후) 기독교 문화를 표방한 까닭에, 기독교의 구원자 이미지 없이는 영웅의 참 모습을 생각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현재 대중문화의 한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슈퍼히어로 서사들도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