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아가서 2장은 술람미 여인의 자기 모습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2:1), 곧 바로 두 남녀가 돌아가면서 서로를 칭찬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2:2-3). 앞부분과 같이 2장의 첫 부분에서도 야외 들판이 등장하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정원 나무 아래에서 서로가 나누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서로의 사랑을 들의 꽃이나 열매 맺는 나무에 비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꽃이 가장 많이 피는 계절은 겨울이 끝나는 봄이다. 그러므로 꽃은 봄과 더불어 소생하는 생명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I. 술람미의 자기 고백: "나는 샤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구나" (2:1)

(1) 샤론의 수선화: 샤론은 지중해 해안지역으로 갈멜산에서 남쪽으로 내려가 욥바 근처의 야르콘강에 이르는 평야지역이다. 고대시대 이곳은 해안으로 따라 형성된 사암층(쿠르카르)으로 인하여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늪지대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샤론평야에는 여러 종류의 풀과 꽃들이 자랐다. '샤론의 수선화'가 정확하게 어떤 꽃을 의미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짙은 붉은 색의 아네모네나 향기가 뛰어난 수선화의 일종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선화'로 번역된 히브리어 '하바첼레트'는 이사야 35:1에서 '백합화'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영어성경은 이를 'rose' 혹은 'crocus'로 번역하고 있다.

(2) 골짜기의 백합화: '백합화'로 번역된 히브리어 '쇼샤나'는 어원적으로 '즐거움' 이나 '밝음' 등을 의미한다. 페르시아에서도 백합화를 '수산'이라고 불렀고, 페르시아의 중요도시인 '수산'도 그 꽃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술람미는 자신을 이스라엘의 기름진 야외 들판에서 자라는 꽃에 비유하고 있다. 이런 꽃들은 궁전과 같은 화려한 곳에서 가꾸어진 화초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겠지만, 자연 속에서 자라는 청순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술람미는 여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수없이 많이 핀 들판의 꽃들 중 하나와 같다고 고백한다. 이런 고백 속에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자신이 별로 두드러진 인물이 아니라는 자기 낮춤의 표현도 함께 들어있다.  

II. 솔로몬의 응답: "여자들 중에서 나의 사랑은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구나" (2:2)

솔로몬의 응답 속에는 앞 절에서 술람미가 고백한 자기표현을 사랑의 칭찬으로 한층 더 상승시켜준다. 백합화가 가시나무보다 월등하듯이 그녀의 아름다움은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을 솔로몬은 노래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가시덤불 가운데 피는 백합화를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다. 솔로몬의 눈에는 술람미의 아름다움이 어느 다른 여자의 아름다움보다 더욱 돋보이고 있다.

가시나무는 잎도, 꽃도, 그리고 열매마저도 모두 보잘 것 없음을 의미한다. 때로 가시나무는 백합화의 꽃잎을 찌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아픔 속에서 백합화는 오히려 더 짙은 향기를 토하여 낸다. 그와 같이 교회는 삭막한 이 세상에서 핍박을 받으나,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처럼 오히려 더 짙은 신앙의 향기를 발하게 된다.

III.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과 함께 즐기는 교제의 환희를 이야기 한다(2:3-6). 

(1) 2:3

술람미는 솔로몬의 칭찬에 또 다른 칭찬으로 응답한다. 여기에서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을 사과나무에 비유하고 있다. 사과나무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맛있는 과일과 더불어 편안한 휴식공간인 그늘을 만들어 준다. 그런 점에서 솔로몬은 다른 남자들 보다 훨씬 뛰어난 임이다. 그래서 "남자들 중에 나의 사랑하는 자는 수풀 가운데 사과나무 같구나"라고 노래하였다. 그 나무의 열매는 입에 달았고 나무 그늘은 쉼을 얻는 장소가 되었다. 그늘은 보호와 쉼을 상징한다.

(2) 2:4

술람미는 야외의 시골풍경을 '잔치집'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잔치집'으로 번역한 히브리어 '벧 하야인'은 'the house of wine'이라는 뜻이다. 구약시대 '술의 집'은 관용적 표현으로 포도가 자라는 포도원 자체를 의미하였다. 이곳에서 다 익은 포도를 따서 포도즙을 만들고 이것을 항아리에 담아 보관해 둠으로 포도주를 제조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제조한 술을 포도원에서 직접 마시기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잔치집'은 잔치가 벌어지는 집이기보다는 포도원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도원이 있는 정원은 두 남녀가 만나는 사랑의 장소이기도 하었다.

"그 사랑이 내 위의 기로다" 여기에서 '기'로 번역된 히브리어 '데겔'은 민수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다. 거기에서 '기'는 이스라엘 진영을 구별하기 위하여 꽂아둔 것이었다. 여러 지파들이 모여 있는 한 가운데 꽂혀있는 기를 봄으로서 그들이 어느 지파인가를 구별할 수 있었다. 솔로몬의 기가 술람미 위에 있다는 것은 곧 그녀가 솔로몬에게 속한 여자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말이다. 또한 기는 바라보는 목표물을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솔로몬의 기가 그녀에게 있음은 솔로몬의 관심이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솔로몬은 사랑하는 술람미를 포도원으로 데려가면서 그녀에게 온갖 마음을 두고 지극한 사랑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3) 2:5-6: 사랑의 병과 회복

술람미는 솔로몬을 사랑함으로 인하여 병이 생겼음을 고백한다. 여기에서의 '병'은 신체적으로 약해짐을 의미한다. 술람미는 임의 사랑에 너무 깊이 젖어들어 몸이 탈진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심리적 긴장을 동반하다. 술람미가 사랑으로 인하여 기력이 소진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으로 인한 심리적 긴장감이 컸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녀는 건포도와 사과로 자신의 기력을 회복시켜 줄 것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

술람미 여인의 원기를 회복시켜 달라는 요청은 사랑하는 임이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받쳐주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주는 것에서 그 응답이 이루어진다. 사랑의 따듯한 손길은 어느 것보다 더 크게 기력의 회복을 가져다준다. 술람미는 사랑하는 임의 품안에서 평안한 잠을 이루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