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에서 신학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
분단 정황 속에 기독교인도 살고 있기 때문
‘하나와 여럿의 통일신학’, 통일 준비하면서
대립과 갈등 해소하고 조화 시도하려는 노력

기독교통일포럼 2019년 4월
▲이수봉 박사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포럼 제공
기독교통일포럼(상임대표 이원재 목사)의 4월 정기모임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반포동 남산감리교회에서 개최됐다.

4월 정기 모임에서는 이수봉 박사(하나와 여럿 통일연구소 소장)가 ‘하나와 여럿의 통일신학(the One and the Many Theology for Unification)’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수봉 박사는 “한반도 통일의 신학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는, 분단이라는 삶의 정황(Sitz im Leben) 속에 기독교인도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분단을 비정상적 상태로 인식하고, 여기서 유발되는 부조리한 상황으로 한반도 공동체가 고통받고 발전에 장애를 받고 있으므로, 이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한반도 통일은 사회적 변혁이다. 통일은 남북이 군사적 대치 상태를 그치거나 실향민이 고향에 돌아가거나 북한에서 복음을 전하게 되는 것인 동시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남북한은 70여년 동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민주주의와 집단주의라는 다른 가치로 살아왔다. 분단 기간이 독일(40년)의 두 배에 가까워지는 동안, 남북한에서는 이질화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살아온 남북한의 7천 5백만이 통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남북한 양체제가 하나가 되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이는 전혀 새로운 가치로 사회를 세우는 사회 변혁”이라고 말했다.

이수봉 박사는 “하나와 여럿은 인간 차원에서는 동시에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이나, 다른 면에서 보면 세상, 특히 통일을 보는 데 유익한 관점이다. 통일 자체가 하나와 여럿의 대립과 갈등을 내포하기 때문”이라며 “남한의 자본주의는 여럿 중심적 가치인데 반해 북한의 공산주의는 하나 중심적 가치이므로, 한반도 통일은 하나와 여럿이라는 가치관으로 이질화된 두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대변혁의 작업”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통일이 우리 민족이 나뉘어져 서로 다른 체제에 속해 살면서 형성된 적대적인 관계를 극복하고, 하나의 민족 공동체를 이루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상태라는 것은 일반적 정의다. 이 정의가 인간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통일이라고 본 것이라면, 통일은 제도나 체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라며 “그런 점에서 통일은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적 합의에 의한 통일은 남북한 7천 5백만의 합의로서 ‘여럿의 가치’이고, 7천 5백만의 합의에 의한 통일은 ‘하나의 가치’다. 결국 통일은 하나와 여럿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럿이 하나를 지향할 때, 여럿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당연히 지불해야 할 희생으로 생각하면 중심적 가치를 반영한 생각이다. 반면 통일 과정에서 한 사람도 소외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인권을 강조하는 여럿 중심적 가치를 반영한 생각”이라며 “통일은 이렇듯 시작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하나와 여럿의 대립은 피할 수 없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나와 여럿의 통일신학은 하나와 여럿의 관점에서 통일을 보고, 통일 과정에서 하나와 여럿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모색하는 작업”이라며 “하나와 여럿의 통일신학은 통일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통일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조화를 시도하는 노력들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수봉 박사는 “요한복음 ‘아버지가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10:38)’를 ‘상호 내주’라고 한다. 이 예수님과 아버지의 하나이심은 노력에 의해 성취하는 개념이 아니라, 존재론적 개념이다. 한반도 통일도 같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며 “한반도 통일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에 하나가 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나가 아닌 것을 하나로 만드는 게 아니라, 본래 하나인 것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교회론에 바탕을 둔 유기적 하나 됨의 개념은 통일 공동체를 유기적으로 하나로 만드는 근거가 될 수 있고, 구원론에 바탕을 둔 유기적 하나 됨의 개념에는 치유 조정 능력이 있다”며 “통일 공동체가 치유 조정능력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약자의 약함을 대신해 주고, 가난한 자의 재정을 도와주고, 병든 자의 건강을 채워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또 “탈북민 정착의 문제도 유기적 하나 됨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3만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착지원 제도가 중요하지만 사회적 편견도 문제”라며 “탈북민들은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고급 기술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으나, 개체성을 무시하고 불합리하게 차별대우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기독교통일포럼 2019년 4월
▲이수봉 박사는 ‘common win 통일 정책’에 대해 “common win은 one win, win-win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one win은 하나만 이기는 것으로 하나 중심적 개념이고, win-win은 양자가 이기는 것으로 협상적 개념”이라며 “common win은 우리가 이기는 것으로, 하나와 여럿의 조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포럼 제공
이에 그는 ‘하나와 여럿의 조화’를 통한 네 가지 통일 정책을 제시했다. 첫째, ‘common win 정책’은 하나와 여럿의 조화로서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함께 통일을 이루자는 정책이다. 둘째, ‘원주민 우선 정책’은 통일이 되어 북한의 개발 사업이 진행될 때, 북한이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통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셋째, ‘지방자치제’는 통일의 변혁기에 북한 사람이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넷째, ‘자매결연 정책’은 남북의 주민들과 지방들이 함께 통일의 과제들을 풀어가자는 정책이다.

이수봉 박사는 “하나와 여럿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나와 여럿의 통일신학은 하나와 여럿의 관점에서 통일을 보고, 통일 과정에서 하나와 여럿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통일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조화를 시키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정리했다.

발제에 이어 논찬자로 나선 오성훈 박사는 “다민족으로 바뀌어가는 한국에서, 원래 하나가 다시 하나 되어야 한다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하나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독교통일포럼은 매월 둘째 토요일 오전 남산교회 세미나실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다음 달에는 열린포럼으로 5월 4일 오전 7시 임현수 목사(캐나다 토론토한빛교회)가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