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리디노미네이션, 화폐개혁 논의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초 비트코인 투기 광풍을 잡기 위해 논의된 이후 두 번째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 가치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거래 단위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한 그릇에 7000원 하는 설렁탕 가격을 7.0으로 표기하거나 달러당 네 자릿수대의 원화 환율을 두 자릿수대로 변경하는 경우다. 2005년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마치 유행처럼 추진했던 리디노미네이션은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예컨대 1000원에서 0을 3개 떼어서 1원으로 단위를 낮추자는 얘기이다. 화폐 단위가 너무 커져 불편한데다 국제적 위상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주요 근거이다. OECD 회원국 중 1달러와의 교환비율이 4자리인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액수의 단위가 선진국치고는 상당히 큰 편인데, OECD/중위 가처분 소득 문서의 표를 보면 대한민국 원화의 단위가 유일하게 천만 단위까지 있어서 제일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단위가 크면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은 것은 사실로 특히 서구권 외국인들이 단위가 너무 커서 읽기가 힘들다고 불편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상 생활의 불편을 이유로 디노미네이션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의 화폐 액면가는 꾸준한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실제 가치와 대비해 불필요하게 높아진 상태이고, 때문에 화폐개혁 단행의 필요성이 정부 차원에서도 진지하게 논의되는 중이라는 것이다.

특정국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거래 편의 제고, 회계 기장 처리 간소화,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차단, 대외 위상 제고 부패와 위조지폐 방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화폐 단위 변경에 따른 불안 ,부동산 투기 심화 ,화폐 주조비용 증가, 각종 교환비용 확대 등의 단점도 만만치 않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두 차례의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였다. 제1차 리디노미네이션은 1953년 2월 15일 「대통령긴급명령 제 13호」를 공표하여 시행하였는데, 이 당시에는 전쟁으로 생산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계속적인 거액의 군사비 지출 등으로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날로 커지면서 통화의 대외가치가 폭락한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화폐 액면금액을 100대 1로 절하하고, 화폐단위를 圓(원)에서 (환)으로 변경(100圓 1)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제2차 리디노미네이션은 1962년 6월 10일 「긴급통화조치법」에 의해 구(舊)권인 단위 화폐의 유통과 거래를 금지하고 화폐 액면을 10분의 1로 조정한 새로운 ´원´ 표시 화폐(10→1원)를 법화로 발행한다는 내용으로 실시되었다. 당시 정부는 퇴장자금을 양성화하여 「경제개발계획」에 필요한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고 과잉통화를 흡수하여 인플레이션 요인을 제거하는 목적에서 이를 시행하였다. 이 조치는 경제적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현행 원화체계를 도입하였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