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국내·국외 요인 50% 정도로 보여
나 자신이 피해자이자 가해자임을 인정해야
생활방식과 경제관 성찰, ‘필요와 욕심’ 구분

미세먼지 광화문 북한산
▲미세먼지로 시야가 흐려진 서울 광화문 모습. ⓒ이대웅 기자
홍종호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가 ‘미세먼지 재앙을 살아가는 기독인의 자세’라는 글을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좋은나무 웹진에 게재했다.

홍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는 단순하게 말해 발생량과 바람의 함수다. 많이 발생하거나 바람이 정체되면 심해진다. 많이 발생하더라도 바람이 세게 불면 날아가고, 적게 발생하더라도 바람이 없으면 농도는 올라갈 수 있다”며 “최근 한반도 상공의 대기정체 현상이 과거보다 심하다는 게 과학계 발표다. 바람 없는 현상은 기후 변화가 원인이라는 학계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과다 사용한 결과 발생한 온실가스가 주 원인”이라며 “문제는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한 지구 규모의 현상은 단기적으로 우리가 손쓸 여력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홍종호 교수는 “미세먼지 발생은 국내 요인과 국외 요인이 있다. 국내에서는 제조업 사업장, 석탄화력 발전소, 트럭이나 SUV와 같은 경유차, 난방용 연료 등이 주 요인”이라며 “해외 요인은 중국, 몽골, 북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오는 경우다. 경제규모 면에서 중국 영향이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홍 교수는 “발생 사안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미세먼지 발생에는 국내외 요인이 각각 50% 정도를 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접국에 일방적인 환경 외부효과를 유발하면서 유감 표시 한 번 없는 중국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 주권과 정책이 미치지 않는 곳이므로, 결국 외교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환경 외교에서는 가해자가 스스로 책임지기보다 피해자가 먼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져 왔다.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라며 “게다가 중국은 한국 이전에 자국 미세먼지 피해가 워낙 심각해 산업시설 규제와 전기차 보급 등 강도 높은 저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외교 노력이 중요하지만 협상과정이 한국 정부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이후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기독인의 자세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나 자신이 미세먼지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임을 인정하는 겸손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종호 교수는 “나와 내 이웃이 출퇴근길 자동차를 몰 때마다, 구입한 물건을 택배로 배달시킬 때마다, 컴퓨터로 일을 하거나 휴대폰으로 기사검색을 할 때마다, 우리는 미세먼지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SUV 경유차 배출가스는 미세먼지는 물론 여러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키가 작아 지면에 더 가깝게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직접 겨냥한다”며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소형 경유 택배 차량은 사람이 거주하는 도심 골목골목을 누비며 미세먼지를 내뿜고 있다. LPG나 전기로 움직이는 소형 트럭이 개발돼 있음에도 사용실적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인 컴퓨터와 휴대폰, 이걸 쓸 때마다 충청남도에 밀집해 있는 석탄화력 발전소 주변 주민들은 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수도권 인구도 바람을 타고 옮겨온 미세먼지 때문에 결국엔 피해를 본다”며 “이처럼 피해자와 가해자로 연결된 연쇄효과를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둘째로는 ‘자신의 생활방식과 경제관을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필요와 욕심을 구분하려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미세먼지라는 거대 재난 유발로부터 나 자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죄의식에 보다 민감해져야 한다”며 “이웃을 무시한 채 보다 많이, 보다 편하게, 보다 싸게 생산하거나 소비하고 싶다는 욕구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성경에는 ‘재앙’이라는 단어가 총 188회 나온다.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이방 민족에게 내리는 벌을 가리킨다”며 “벌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교만’과 ‘탐욕’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재앙의 배경(민 11:31-34)”이라고 말했다.

홍종호 교수는 “대한민국은 미세먼지를 국가 재난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상황에까지 와 있다. 미세먼지와 조기 사망은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며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데도 우리 국민은 더 많은 전기와 더 많은 경유차를 소비하고 있으며, 공장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조치를 무시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비용 지불을 이유로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기독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교만이자 탐욕이다. 이 땅 이 백성이 미세먼지라는 욕심의 무덤에 묻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떨칠 수 없다”며 “우리는 미세먼지를 하나님이 주시는 재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영적 민감성을 지녀야 한다. 미세먼지로 얼룩진 봄 하늘을 볼 때마다 기독인은 기도하고 결단하고 변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