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소송'(2017헌바127)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 본지는 2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낙태죄 대안마련, 무엇이 쟁점인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배인구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의 발제문을 토대로 이 소송의 개요와 쟁점을 정리했다.

낙태 토론회
▲배인구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사건 개요

-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2013. 11. 1. 경부터 2015. 7. 3. 경까지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했다는 등의 범죄사실(업무상승낙낙태 등)로 기소됐다.

-청구인은 제1심 재판 계속 중,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2017. 2. 8.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심판대상 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낙태)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 ①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청구인 주장의 요지

1. 자기낙태죄 조항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모(母)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해 임부의 건강권을 침해한다. 또한 원치 않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해 임부의 생물학적, 정신적 건강을 훼손함으로써 신체의 안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원치 않는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

-낙태를 처벌하는지 여부는 임신중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낙태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임부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임신 초기의 낙태를 포함한 모든 낙태를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고,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처벌의 예외도 그 범위가 지나치게 좁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임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

2. 의사낙태죄 조항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 고경심) 의견의 요지

-낙태의 처벌은 낙태를 근절하는 효과는 없고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이어져 여성에게 건강상의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이 크다.

-낙태를 처벌함에 따라 낙태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특히 십대 청소년 여성, 장애인 여성, 경제 취약계층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건강상의 위해 및 존엄성의 위협을 줄 우려가 크다.

-낙태를 비범죄화 함으로써 안전한 낙태방법이 도입되고 의료인의 교육·훈련이 가낭해지므로, 낙태 비범죄화는 여성의 건강 및 모성보호를 위해서 필요하다.

법무부 장관(피청구인) 의견의 요지

1. 자기낙태죄 조항

-태아는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정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된다. 태아 생명권의 보호 정도는 그 성장 단계나 모체 밖으로 나왔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고, 모든 태아에게는 동일한 생명권의 주체성이 부여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태아의 생명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고,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낙태시술이 가능하다.

-낙태를 어느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합의를 도출해야 할 문제로써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모체를 떠난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임신 초기의 낙태를 전면 하용하는 것은 부당하고,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그 역시 부당하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2. 의사낙태죄 조항

-낙태시술의 대부분은 의사 등이 행하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낙태시술을 하는 경우 비난의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사낙태죄 조항 역시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피청구인 측 참고인(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현미) 의견의 요지

-낙태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거의 모든 입법례에서 공통적이며, 낙태의 자유는 예외적인 허용한계를 통해서 결정되므로,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 자체는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낙태의 예외적인 허용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는 그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좁으므로, 사회·경제적 적응사유를 추가하거나 임신 초기(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는 등 허용한계의 확대가 필요하다.

쟁점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의사낙태죄 조항이, 각각 임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