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와 기독교
▲‘종교의 자유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법학회(회장 서헌제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종교의 자유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제23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김일수 교수(고려대 명예)가 기조발제를 했고, 서헌제 교수와 임선필 교수(홍익대 법대 학장)가 각각 발표했다.

"오정현 목사 판결, 수긍하기 힘들다"

먼저 '종교·양심의 자유와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기조발제한 김일수 교수는 최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위임'과 이른바 '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예로 들어,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법부가 교회분쟁에 대해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금도는 지혜롭고 아름다운 한계선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사랑의교회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그러한 금도를 벗어나 기독교의 기초적인 교리와 법도를 침해할 만큼 개입한 것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분쟁의 대상이 종교의 자유 문제와 직결된 것일 때, 교회라는 사적 신앙공동체의 자유와 국가 간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갈등을 고려해, 교회법의 신성한 질서의 본질적인 내용을 세속적인 판단 기준으로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와 자기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종교의 사적 영역과 국가·사회공동체 사이에 갈등의 여지가 있을 때, 법치 국가는 더 작은 단위의 생활공동체를 더 큰 단위의 그것보다 우선시 한다는 원칙에 따른다"며 "(따라서) 교회법의 본질적인 문제는 교단헌법에 따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는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100여 년이 훨씬 더 된 교단 헌법을 무시하고, 목사안수를 다시 받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거나 노회와 총회 같은 상위기구들을 아무 이성도 권위도 갖지 못한 세속조직의 일부처럼 간주해 교단적 공분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고 했다.

"종교적 병역거부 판결, 가히 혁명적"

이어 '종교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그는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양심의 자유와 소수자 인권을 들어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은 가히 법단에서 감행된 혁명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라며 "소수자 인권이나 양심상의 이유를 들어 병역거부를 정당화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문제는 한 대법원 판례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거치든지, 아니면 입법기관이 직접 시대상황의 변화와 권리적격성을 검토해 큰 틀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대체복무와 같은 제도를 먼저 구축한 뒤에 이 문제를 풀어야 형평 시비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종교의 자유 기독교
▲세미나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왼쪽에서 다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가 각각 김일수 교수, 서헌재 교수, 음선필 교수. ⓒ김진영 기자
"목사자격 판단, 교회의 고유영역"

이어 '종교의 자유와 국가사법권'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서헌제 교수도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관련 판결을 비판했다. 서 교수는 "목사의 자격을 결정하는 권한은 교회(지교회·노회·총회)의 고유영역"이라며 "(오 목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국가가 교회의 고유한 영역에 간섭하고 통제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만일 이를 그대로 묵과하거나 지나치게 되면 사법부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얼마든지 교회 내부 문제에 개입해 기독교가 누리는 종교의 자유를 유린하게 될 것"이라며 "(이 때) 교회는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법원이 세속적 잣대를 가지고 섣불리 교회의 고유한 영역인 목사자격을 판단함으로써 오히려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대법원은 이제라도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충실해 교회의 고유영역인 목사의 자격에 관한 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특정 법관이 좌지우지하는 소부(小部)가 아닌 대법원전원합의부에 회부해 신중하게 재검토 할 것"을 촉구했다.

"소수면 보호하고 다수면 안 해도 되나?"

이어 음선필 교수는 '종교적 병역거부와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음 교수는 "최근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에게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며 "대법원의 종전 판결을 번복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판결을 살펴보면 법리적으로나 평균인의 상식으로나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대법관) 다수 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해도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나,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판단은 실증적 자료에 따라 객관적으로 이뤄져야지, 단순히 희망섞인 기대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관) 다수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강조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만약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소수가 아닐 정도로 증가해도 동일한 판단을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소수면 보호하고, 다수면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인가"라고 비판했다.

음 교수는 "이제 문제는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 사이에 있는 기본권의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제의 설계"라며 "한국교회는 평화주의를 주장하며 그릇된 교리를 내세우는 종교집단의 활동에 대해, 그리고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는 안보의식 및 국방력 약화에 대해 기도하며 지혜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