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보우 도 아름 다운 풍경 국가로 시골 푸른 하늘 구름 하늘 거리 무지개 도로
▲ⓒ픽사베이
옴파로스(Omphalos)라는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배꼽’ 혹은 ‘세계의 중심’을 말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리스를 지구의 중심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제우스가 두 마리의 독수리를 날려보냈고, 두 마리는 세계를 가로질러 세상의 중심에서 만났다는데, 그곳이 바로 ‘옴파로스’입니다.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170㎞ 떨어진 델포이에 있는 아폴로 신전이 바로 그곳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옴파로스’를 주장합니다. 칠레 이스터 섬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 ‘옴파로스’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고 싶어합니다. 교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지역이든 가장 오래된 교회의 이름은 대개 ‘○○제일교회’, ‘○○중앙교회’입니다. 제가 어릴 적 다니던 교회 이름이 ‘제삼교회’였습니다.

어릴 때는 그 이름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다른 교회가 이미 ‘제일’, ‘제이’를 사용하고 있어서 할 수 없이 ‘제삼’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그래도 3등이니까요. 그 뒤로 교회 이름이 바뀌긴 했습니다. 내가 중심이 되려는 욕망은 우리 안에 늘 넘실댑니다.

시편의 시인은 노래합니다.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의 뜻 행하기를 즐기오니 주의 법이 나의 심중에 있나이다(시 40:8)”.

히브리말 ‘심중(心中)’은 ‘창자 한가운데’를 말합니다. 히브리 사람들은 창자를 사람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창자가 아픈 것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을 뜻했습니다.

예수님이 연약한 자들을 불쌍히 여기셨을 때 사용한 헬라말 ‘스플랑크니조마이’ 역시 ‘창자가 뒤틀리는 극한의 아픔’을 말합니다.

시인은 내 마음의 중심에, 내 창자 한가운데에 주의 법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결국 시인의 옴파로스는 ‘주의 법’인 셈입니다.

내 삶의 옴파로스가 말씀이었으면 좋겠고, 주님이 내 삶의 주인공(主人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내 중심을 주께 드리는 삶이기를 원합니다.

야곱은 가족과 전 재산을 앞서 보내고 홀로 얍복강 나루에 남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도 사랑하는 자식들도, 20년간 땀 흘렸던 재산도 강을 건넜습니다.

바로 그 때 야곱은 이 땅 위에서의 싸움, 사람들과의 싸움을 끝냅니다. 경쟁과 질투로 얼룩졌던 인생을 멈춥니다. 오직 하나님과 씨름하고, 하나님과 겨룹니다.

하나님의 사람이 야곱의 환도뼈를 쳐서 중심을 무너뜨려 절룩거리게 만듭니다. 구약학자들 중에는 야곱의 ‘환도뼈’를 ‘허벅지’나 ‘엉덩이 뼈’가 아니라 남자의 ‘음낭’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이 참회의 눈물을 흐르게 하려면 ‘아무런 일 없이 잘 돌아갑니다!’라고 인사하는 독한 균형에 균열을 내야 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을 기억합니다.

서중한
▲서중한 목사.
내가 서 있던 중심이 무너지고 균열이 생길 때 속 빈 강정 같은 삶이 끝나고, 하나님이 우리를 다스리시는 ‘이스라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브니엘의 새 아침입니다.

이삭 같이 소중한 내 삶의 중심을 거침없이 요구하시는 하나님께 오늘 나는 내 옴파로스를 내어 드립니다.

서중한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위원, 다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