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지난 월요일부터 저희 교회의 28년 역사 중, 직전 26년의 기간 동안 마음 다해 사랑했고, 또 하나님께 예배드리는데 사용했던 예배당을 떠나 교육관에서 주중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번 주일부터는 새마을 연수원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게 될 것이고, 우리 성도님들은, 연수원 길을 거쳐 연수원 안에 있는 교육시설 강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주보를 받아 보시게 될 것입니다.

월요일부터 이전 예배당 전면의, 목련과 단풍나무를 이식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곧 주말까지 철거를 위한 이사와 주변 정리 및 가림막 작업이 진행될 것입니다. 두 그루의 나무와 비전 표지석을 이전 보관해 놓기 위해 작업을 이루는 중 벌써 작업의 흔적을 봅니다.

아, 정말 정들었던 예배당을 잠시 떠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포크레인으로 떠낸 자국처럼 선명했습니다.

월요일부터 새벽기도를 인도하는데 영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큰 예배당에서 26년간 익숙하게 강단이 있었고, 회중석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위치했습니다. 그런데 각 실마다 중계는 되지만, 층마다 크지 않아서 한 층 220석의 교육관 예배실에서 인도를 하려니,

불과 1미터도 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성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설교를 해야 합니다. 가뜩이나 예배실을 밝게 한다고 조도를 높여놓아서, 마주보는 얼굴의 점(?)까지 보일 지경에서, 한 자리라도 더 놓으려 바짝 당겨놓는 예배실의 마주함은 처음에 좀 머쓱하고 민망했습니다.

설교를 하려니 앞의 분은 그 눈동자가 너무 명확히 보이고, 머리카락 올까지 보이니 좀(?) 그렇지요. 그런데 그러한 민망함도 잠간이고, 이삼 일 지나니 벌써 적응이 되고 있습니다. 인생은 참 적응에 관해서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오히려 가까이서 민낯을 대하며 찬찬히 표정을 살펴보며 마음을 살피며 말씀을 전하다보니, 더 가까워짐과 친근함이 푸근함으로 깊이 다가옴을 느낍니다. 그동안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던 성도와 목사가 더 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 초기 개척교회 때의 그 근접된 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편안했습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멀리서 볼 것, 보고 싶은 것, 보아야만 하는 것만을 보고 사는 삶일 수도 있으나, 이러저러한 근접의 거리에서 그의 익숙했던 모습이 낯설 만큼 그의 가까운 진목을 보며, 더 사랑하고, 아퍼서 애틋하고 아끼고 싶어지며, 못났기에 덮어주고 힘 되어주고 싶은 것이 인생입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우리, 이러저러한 삶의 낯설거나 어색한, 혹은 난망한 장면을 대할 때, 그래서 더 사랑하고, 그래서 더 아끼고, 그래서 더 긍휼히 여기고, 그래서 더 품어주는 그런 삶을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