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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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녀들아 너희 속에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기까지 다시 너희를 위하여 해산하는 수고를 하노니(갈4:19)”

자녀의 임신과 출산은 신비하고 위대한 과정입니다. 한 생명이 몸 속에 들어와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겪으면 신앙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신비와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바울은 영적인 자녀들에게 그리스도의 형상을 다 이루기까지 해산하는 수고를 한다고 했습니다. 해산하는 수고가 없이는 출산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해산하는 수고는 출산 때만의 고통만이 아니라 임신을 하기 전부터 준비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출산을 겪은 환자들을 보면서, 또 실제로 직접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임신을 하기 전에 준비를 더 잘 해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신을 할 때, 보통은 임신을 한다는 사실에 집중합니다. ‘여성의 몸에 생기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은 주변에서도, 책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를 미리 대비하고 몸을 준비하는 분이 있다면 정말 지혜로운 분입니다.

한 생명을 몸 안에서 온전히 키워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얼마나 무겁고 힘이 듭니까. 위장약화, 관절통증, 배뇨장애, 변비와 설사, 출혈 등의 각종 문제를 겪기도 합니다. 임신 중에만 힘들고 만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의 충격이 이후로도 지속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임신한 10개월 동안, 엄마는 한 인간을 구성해낼 수 있는 모든 성분들을 태아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좋든 싫든, 엄마의 몸에 무리가 되든 안되든 이와 상관없이 저절로 태아에게 필요한 모든 성분이 태아로 옮겨가게 됩니다. 몸의 구성 성분을 아이와 나눠 쓸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임신과 출산의 손실을 버틸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임신 도중 문제가 나타나며 그렇지 않더라도 출산 이후 문제가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하기 전, 몸의 약한 부분들이 어떤 것인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약한 부분들이 있다면 미리 건강하게 만들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꼭 권장하고 싶은 것은 근육과 뼈에 대한 관리입니다.

임신을 하면 운동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임신을 하면 움직임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엔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동을 가급적 삼가야 하며, 충분히 안정이 된 중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몸에 맞는 운동을 시작해서 출산 때까지 꾸준히 해야합니다. 그래야 임신으로 인한 근육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몸무게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근육이 충분히 발달되어 있는 몸상태가 되어야 출산 이후 회복이 빠르고 산후풍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신을 하기 전부터도 운동을 꾸준히 해둬야 합니다. 평소 운동이 안되어 있는 신체 상태라면 임신 중 갑자기 운동을 시작했을 때 다치기 쉬우며, 아예 운동을 시작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전부터 평소 운동을 해두어야 합니다. 특히 복근, 골반근육, 허리·다리근육을 좀 더 신경써서 만들어둬야 합니다. 출산하고 나면 아기가 생각보다 무겁기 때문에 수근관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 팔 근육도 미리 만들어두면 좋겠지요.

또 하나는 뼈에 대한 관리입니다. 한국의 여성들은 골밀도가 부족한 편인데요. 아마도 햇볕을 잘 쬐지 않는 문화(햇볕을 충분히 쬘 시간도 없지요), 운동 부족, 또 커피를 좋아하는 습관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출산을 하고 나면 골밀도 수치가 급격히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칼슘 보충제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칼슘 보충제를 고를 때에는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D가 함께 있는 것이 좋으며, 철분이 들어있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철분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철분을 섭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2시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복용하면 됩니다.

자신을 관리해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환자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면서도, 이것을 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무엇보다 제 자신이 잘 이해합니다. 이미 아이가 있다면 둘째 혹은 셋째를 준비할 몸을 만들 여력은 더욱 부족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건이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접 겪고, 또 다양한 산후 환자들을 접하면서 이 시기만큼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원래 몸이 약한 분이 있습니까? 그렇더라도 관리를 해나가면 이전보다는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언제라도 아이가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항상 준비된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 출산 후 갑자기 나타나게 된 몸의 변화에 당황하고 놀라며 힘들어하지 않도록, 출산 이후에도 전처럼 활동하며 이뤄야 할 목표가 있다면 꼭 대비할 것을 권장드립니다.

한방과 김지예 원장(성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