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이제 오늘 예배를 마치면, 지난 26년 동안 마음을 함께 나누며 예배드렸던 예배당을 떠나게 됩니다. 새로운 예배당을 다시 건축하기 위하여 떠나는 것이지만, 기대와 함께 아쉬움도 많습니다.

건축 중 광복절 주일을 맞이하여, 지하 주차장에 임시 예배처를 마련해 물 퍼내며 예배 드렸던 일. 난로도 없이 너무나 추워, 예배를 드리면 코끝이 찡하게 어는 듯한 본당에 올라오기 전의 몇 주일.

건축 중 성탄절을 맞이하여 아직 완공은 안 됐지만, 본당을 완성하여 올라와 예배드렸던 일. 그때 어두웠던 지하 주차장 처소에서 예배드리다, 본당에 올라와보니 너무 밝아 마음도 밝았고, 난방이 들어와 너무 따뜻해 갑자기 행복해진 마음이 그렇게 흐뭇했습니다.

갑자기 연락했는데도 어디선지 우르르 몰려오셔서 밤 늦도록 본당 청소하고 예배 드리던 그날의 일. 모두가 공사일정과 관련하여 하루하루가 빡빡히 이루어졌던 그 시절의 일들입니다. 이제 교회설립 28년 째, 지금의 예배당에서 예배드린 지 26년 째. 그러고 보니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의 예배당 기공식 하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제가 35세였고, 사모가 30세였습니다. 어느새 삶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이전의 모습이 앳돼 보일만큼 삶은 흘러흘러 구비를 넘고 있습니다.

막상 이번 주일 예배를 드리고 떠난다고 하니, 여러 생각이 스치고 스칩니다.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 감사하고 감격했던 순간들, 기대에 미치지 못해 부끄러웠던 순간들, 그리움에 떠오르는 수많은 웃음과 눈물과, 애틋했던 각양의 흘러간 순간들이 스쳐옵니다.

그 순간 속에 있었던 수많았던 일들과 날들, 그리고 우리의 호흡과 그 호흡이 스친 자취들. 우리는 그러한 그리움들을 남기고, 또 새로운 우리의 마음과 꿈을 꿀 예배당을 기대하며 떠납니다.

그 순간들과 일들 속에 또한 스쳤던 성도들과의 애환들. 기뻐서 감사하고, 슬퍼서 감사하고, 깨닫게 되어 감사하고, 죄송해서 미안해서 부끄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이 대해주셨던 모든 성도님들의 표정과 모습이 스쳐옵니다.
만남이 축복임은, 그 만남의 추억이 기쁨이고 감격이고 향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26년 동안 이 예배당에서 함께 어울리고 스쳤던 모든 성도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고, 이제 광야를 거쳐 다시 새로운 예배당으로 돌아올 때, 광야에 정과 육과 욕을 묻고 정화되고 강화되어 가나안에 입성한 백성처럼, 우리는 새로운 백성으로 돌아올 것이며, 광야의 기적과 은혜, 광야의 축복 또한 체험할 것입니다. 은혜 함께 하소서. 은혜 함께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