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상임대표 김태훈, 공동대표 석동현·이헌, 한변)에서 지난 7일 ‘남북군사합의서 위헌무효 헌법소원 각하결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헌법재판소 제3지정재판부(재판관 이은애·조용호·김기영)는 지난 2월 19일 해당 헌법소원에 대해 “청구인들은 대통령이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한 행위 및 남북합의서 제25호로 공포된 군사분야 합의서로 인해 사실상 또는 간접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으나, 생명권 등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 자신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받는다고 할 수 없다”며 이를 각하했다. 다음은 입장 전문.

지난 1월 21일 우리는 예비역 장성, 예비역 장교, 일반 국민 등 12,000명을 넘는 청구인들을 대리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비준한 남북군사합의서는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헌재)는 이를 전원재판부의 본안심리에 회부하지 않고 지난달 19일 각하결정을 하였고, 청구인들은 그 결정을 지난 5일이 돼서야 송달받았다. 이 헌재의 결정에 대한 청구인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크다.

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3항에 의하면 심판청구를 각하하기 위해서는 그 부적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야 하고, 동법 제72조 제5항 및 제28조에 의한다면 각하 가능성이 있어도 보정의 여지가 있으면 보정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도, 지정 재판부는 그 부적법성에 대한 보정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무엇에 쫓기듯 서둘러 각하하였다.

헌법재판관들이 일반 국민의 우려와는 달리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북관으로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무장해제에 대해 아무런 우려도 없다고 인식하고, 북한이 위장 평화공세를 취하거나 남한의 적화를 도모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엄연한 사실도 부인한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의 몇 줄 안 되는 각하이유란 것도 그야말로 가관이다. 남북군사합의서로 인해 청구인들은 간접적 이해관계를 가질 뿐, 헌법상 보장되는 생명권 등 자신의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받는다고 할 수 없어 자기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민도 일본의 국민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자신의 생명권 등 침해에 간접적·사실적 이해관계밖에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니, 대한민국 헌법기관으로서 헌재의 자기부정 식견에 놀랄 따름이며, 한편으로 이러한 수준의 헌재를 가진 우리 국민들이 측은할 뿐이다.

이번 남북군사합의서 헌법소원 청구인단 모집은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일반 국민들의 엄청난 성원이 있었고, 계속 이어진 참여로 지금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국민만 20,000명에 이른다. 참여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국민은 다시 20,000명의 수십 배에 이를 것이다.

국민의 생명, 국체의 보존 및 헌법수호에 관한 중대하고 절체 절명한 사안을 헌법재판관 전원의 숙고도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식의 이번 결정은 후대의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번 결정으로 헌재는 이 정권에 영합하여 헌법수호의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웅변한 것이고, 이 정권의 역대급 코드 인사로 헌재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재편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최근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미국과 북한과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을 포함한 남북간 진정한 평화를 전제로 한 이 남북군사합의서는 그 근거부터 붕괴되었다.

섣부른 이번 각하결정으로 상황 변화에 따른 중요한 논의의 장을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은 작금의 상황을 외면하고 이 정권의 무비판적인 대북 정책을 추종하여 국민의 준엄한 요구를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안보가 무너지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기에 우리는 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각하결정에도 불구하고 남북군사합의서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를 입은 분들은 물론,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위헌임을 반드시 다투고자 하는 청구인들과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반드시 이번 결정의 통탄할 안보 불감증과 편향적 오류를 바로잡을 것이고, 이러한 여정을 대한민국의 안보와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과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