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각막기증 활성화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김신의 기자
2,176명, 2018년 기준 우리 나라 각막이식대기 환자 수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기증자에 의한 각막이식수술은 총 311건(뇌사기증자 245건, 사후기증자 66건)에 불과했다.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에 비해 기증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 때문에 현재 많은 환자들은 해외로부터 수입된 각막으로 수술을 하고 있다.

이에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이하 본부)는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오제세(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최로 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인사를 전한 오제세 국회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회)은 “미국에서는 각막에 이상이 생겨 시력을 잃은 환자가 대기 기간 없이 바로 각막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각막 기증이 제도적으로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장기기증은 인생에서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나눔 행사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된 만큼 정책 및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때”라고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독려했다.

정책토론회에서는 미국 LA지역의 장기구득기관이자 아이뱅크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 ‘원레거시(OneLeegacy)’의 토마스 모네 회장(Thomas Mone)이 강연자로 나서서 미국 각막기증 현황과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아이뱅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전했다.

토마스 모네 회장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 각막이식 대기 환자보다 기증된 각막의 수가 더 많아 아이뱅크를 통해 해외로 각막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각막 적출 전문 기술을 갖춘 테크니션이 각막만을 적출하고 있다. 테크니션은 최소 2년 이상 교육을 받아 경력을 갖춘 후 EBAA(미국아이뱅크연합회)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이 있어야하는 전문가로 각막기증자가 있는 현장으로 신속하게 출동, 각막을 적출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인체 조직’인 각막이 이례적으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속해 각막 기증을 위해서는 의사가 안구 자체를 적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토마스 모네
▲‘원레거시(OneLeegacy)’의 토마스 모네 회장(Thomas Mone). ⓒ김신의 기자
토마스 모네 회장은 또한 “미국의 아이뱅크에서 소속 코디네이터는 각막의 평가, 기증자의 적합성 판단, 기증절차 처리 및 배분을 감독하고 이와 함께 기증된 각막을 이식용 또는 연구용(이식이 불가한 상황 시)으로 분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각막 기증이 이루어지는 것. 미국에는 아이뱅크가 62개 존재하고, 이를 통해 지난 2016년 82,994건의 각막기증이 이루어졌고, 이 중 26,057개의 각막은 해외의 각막이식 대기 환자를 위해 기증했다.

이후 서종환 상임대표(범시민사회단체연합)가 좌장을 맡아 미국의 아이뱅크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자로는 이영우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사무관, 최철영 강북삼성병원 안과교수(대한안과학회 외안부연구회 총무이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 기증을 실천한 해 각막 이식이 662건(뇌사 각막 기증 298건, 사후 각막 기증 364건)이 이뤄졌으나 그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 2018년 각막 이식이 311건(뇌사 각막 기증 245건, 사후 각막 기증 66건)까지 떨어진 현황(보건복지부)과 점차 각막수입건수가 높아지는 현실을 전하며 각막이식대기자 ‘0’명을 위한 첫 발걸음으로 ‘공공 아이뱅크’의 도입을 적극 독려했다.

특별히 이날 20여 년 만에 각막 이식 수술을 받은 노기자 씨(여, 75세)와 제도적 미비 등으로 아버지의 각막 기증을 포기한 이선영 씨(여, 49세)가 참석해 의견을 피력했다.

노 씨는 “저는 시골의 작은 교회 전도사로 사역하며 한 달 사례비 30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였다. 그러니 아무리 눈이 아프고 보이지 않아도 각막 이식 수술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하루 빨리 각막 기증이 활성화 되어서 많이 가진 사람이나 적게 가진 사람이나 평등하게 이식의 기회가 주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씨와 그녀의 가족들은 지난 2018년 아버지 故 이태원 씨가 사망한 후 생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진주에서 각막을 기증하고자 했으나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직원과의 상담 과정에 기증을 포기했다.

이 씨는 “어떠한 검사를 진행한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기증이 어렵다는 말을 했고, 아버지가 계신 곳이 진주였는데, 각막 적출을 위해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출동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며 “국가 기관의 상담사 조차 반겨주지 않고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각막기증을 굳이 해야하는지 고민이 들었고 결국 기증을 포기했다. 저희 가족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본부는 “현재 우리 나라의 각막 기증 희망 등록자는 144만 명이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마련되 있지 않다면 각막기증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아이뱅크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단, 우리나라의 경우 ‘인체 조직’인 각막이 이례적으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속해 있어 이를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로 옮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법’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