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원
▲복음통일 전문가 세미나 연합 집회를 위해 LA를 방문한 천기원 목사(두리하나 대표)를 최근 사랑의빛선교교회(윤대혁 목사)에서 만났다. ⓒ미주 기독일보
복음통일 전문가 세미나 연합 집회를 위해 LA를 방문한 천기원 목사(두리하나 대표)를 최근 사랑의빛선교교회(담임 윤대혁 목사)에서 만났다.

새로운 사업을 찾을 겸 중국 두만강변에 서게 된 천 목사는 그의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 지, 그리고 그 일들이 자신의 삶을 어떤 길로 이끌게 될 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거의 25년 전인 1995년,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에 들어갔던 천 사목사는 두만강변에서 12월의 차디찬 얼음물에 잠겨있던 신발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이 추운 날씨에 왜 신발을 벗고 낚시를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시체였다. 놀라서 가이드에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물었을 때, 돌아온 태연스러운 대답, "늘상 떠내려 오는 탈북민 시체"라는 것.

아이들이 구걸하며 쫓아오기에 돈을 주었는데, 공안이 나타나 곤봉으로 아이들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아이들 머리에서는 피가 솟았다. 몇 시간 후 한 젊은 여성이 남성들에게 끌려가고 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보고만 있었다. 의아해서 물어보니 가이드는 "탈북 여성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고 했다.

누군가에겐 일상이 되어버린 광경이 그의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게 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신학생이 된 그가 북한선교를 위해 중국 땅을 다시 밟았는데 그곳에서 펼쳐진 광경은 4년 전과 다름이 없었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 그로인해 그는 그해 10월 탈북자 지원단체인 '두리하나'를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의 탈북자를 구출하는 사역을 해오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 2월 12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복음통일 전문가 세미나에 강사로 초청돼 강연을 이끈 천 목사에게 탈북민 사역과 이번 세미나에 대한 소감을 들어 보았다.

-어떻게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게 되었나?

"박상원 목사님이 전체를 준비하셨고 저는 임현수 목사님을 통해 참여하게 됐다. 각 강사 분들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을 느꼈다. 영역별로 모여서 하는 게 쉽지 않는데 각 영역별 전문가들이 모여서 함께 사역을 공유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본사가 한국에 있나?

"한국 방배동에 '두리하나' 본부가 있고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에 '미주 두리하나'와 뉴멕시코 주 산타페(2016년 5월 21일에 설립)에 'Durihana Mission'이 있다. 각자 독립적으로 사역이 조금씩 나눠져 있다. 워싱턴 D.C.에서는 미국에 정착하는 탈북민들을 돕는 사역을 한다.

탈북민 가운데는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있고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탈북난민이 있다. '두리하나'는 2006년 5월 5일 부시 대통령의 특명으로 최초로 미국에 난민자격을 얻은 6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30명 정도가 미국에 입국하여 정착 5년여 만에 대부분이 시민권을 받았다. 한국에서 온 탈북자도 7~800명 정도가 된다. '미주 두리하나'는 1년에 한 번 각 주에 흩어져 살아가는 탈북민들을 초청하여 수양회를 가진다. 올해가 12회째다.

한국 방배동에 소재하는 '두리하나' 본부는 교회와 탈북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형 신앙공동체, 대안학교인 '두리하나국제학교' '와글와글 합창단' 등도 있다. 탈북 청소년들이 중심이 된 '와글와글 합창단'은 예술의 전당, 청와대와 사랑의 교회, KBS방송국 등에 출연하여 공연을 하기도 했다."

-타국에서 온 탈북민들을 연결해주는 사역이란 무엇인가?

"중국에 있는 대부분의 탈북여성은 쫓겨 다니고 팔려 다니며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한국이나 미국으로 건너와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정착지원을 돕는다."

-사역하며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면?

"탈북자들과 생활한지 25년이 되어 가는데 처음 이것을 하게 된 동기가, 얼음물에 죽어있는 탈북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7~8살 어린 아이들에게 돈을 주는데 중국 공안이 곤봉으로 머리에 피가 터지도록 그 아이들을 때리는 모습을 봤다. 탈북 여성이 남성들에게 차에 끌려가며 '살려 달라'고 외치는데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탈북자인데 잡아가는 사람이 임자'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8년 감금된 채 성인 화상채팅 강요당해

"얼마 전 BBC 코리아에서 취재를 했는데(https://www.youtube.com/watch?v=rPrvvj78uSY&feature=share), 8년 전부터 아파트에 갇혀서, 화상캠이라고 인터넷을 통해서 대화를 하는 것인데 여성들이 몸을 보여주는 일을 해야 했다. 안에서는 문을 열수 없도록 갇혀 있고 밖에서 문을 열어 줘야만 나올 수 있기에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 탈북민들은 20년 전이나 지금도 변함없이 인신매매와 감금생활을 당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처음 본 모습이 25년 전인데 오늘도 여전히 우리 민족이 이런 모습으로 인신매매와 원하지 않는 결혼생활과 화상채팅이라는 직업으로 갇혀 지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미주에서 복음통일 세미나를 새로 열었다. 미주 한인들이 기도하면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교회는 탈북민 구출과 복음통일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남과 북은 같은 민족으로 분명히 통일은 될 것인데 어떤 통일이 될 것인가? 지금 상태로 통일이 된다면 대박이 아니라 재앙이다. 10년이면 움직이지 않는 강산도 변한다는데, 감정적인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환경 따라 마음이 변하는데 70년이란 세월이 흘러 남북이 문화, 언어, 사상 등. 너무 많이 달라졌다.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이번 세미나를 통해 서로 이야기했다.

우리 민족이 준비된 통일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 알 것 같은데 너무 모른다. 70년 동안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전혀 다른 체제 속에서 서로의 삶의 방식은 이미 뿌리 깊은 문화화 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은 수직문화에 젖어 있다. 반면, 미국은 수평문화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이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수직문화에서 처음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 몇 살일까', '고향은 어디일까', '가족은 어떻게 되나'에 관심을 갖는다. 이게 해결 되어야 관계가 깊어질 수 있다. 그래서 쉽게 이것을 물어보고 당연히 물어본다. 이게 해결이 안 되면 답답하다. 그러나 수평문화는 그렇지 않다. 나이를 물어보면 안 되고 결혼했는지 물어보면 안 된다. 어제 바로 이런 실수를 했다. 세미나 때 아기를 데리고 온 집사님이 계셔서, '남편은 출근하셨냐?'고 물었더니 좀 불편해 하셨다. 싱글 맘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직문화가 너무 익숙해서 이런 실수를 한다. 이처럼 북한 사람들과 우리는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남과 북이 만나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서로 틀리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우리는 돕는다고 생각... 북한 사람들은 깔보고 무시했다고 오해

"우리는 북한 사람에게 반갑다고 돕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자신을 깔보고 아프게 하고, 무시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고향의 부모가 걱정되고 신분이 탄로 날까봐 말을 못했는데 수직문화인 우리는 그들 부모의 안부를 물어보고 가족들의 상항을 물어보면 이들에겐 아픈 곳을 찌르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 사람이 거짓말을 익숙하게 하고 약속을 안 지키면 그 사람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상처를 받는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훔쳐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환경이다. 내 자녀들이 죽어가고 있으니까... 생존 문제에 있어서 윤리는 그 다음 문제다.

이 사람들은 훔쳐 먹고 남을 속이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 그러한 삶이 문화가 되었다. 보편화가 되었다. 정직하고 싶은데 한국 사람이 수직문화에서 수평문화를 이해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습관화된 문화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처럼, 그들은 이러한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문화처럼 행동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서로의 문화를 알아 가자는 것이다."

탈북민 연결해 주려 교회에 연락... 어떻게 교회가 사람을 내쫓는가.

"서로 다른 문화차이로 인해, 한국이나 미국 내 한인교회에서도 실망과 갈등의 골이 깊다. 탈북자는 안 만나고 싶다고 한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그렇다. 탈북 민을 연결해 주려고 연락을 하면, 우리는 탈북민 선교를 안 하는 교회라고 말한다. 어떻게 교회에서 사람을 내쫓는가. 이게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그것을 우리가 교육하고 배우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