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신학 예배 톺아보기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잡지 <목회와신학> 창간 3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예배 톺아보기’라는 주제로 18일 오후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에서 기념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2년간 45곳의 교회를 탐방하며 <목회와신학>에 연재하고 <우리의 예배를 찾아서>로 엮어낸 안덕원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가 주제 강의를 전했다.

먼저 그는 “우리는 과연 어떤 예배를 드리고 있는가? 우리의 예배는 어떠한 역사적 배경과 성격을 갖고 있는가”라며 “우리의 예배 중 계승해야 할 것과 과감하게 버려도 되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했다.

안덕원 교수는 “한국교회의 예배는 다양하면서도 획일적이었다”며 “본질적 요소에는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표현들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한국 개신교 예배의 자리로 두 가지를 거론했다. 먼저 예전 갱신운동(Liturgical Movement)과 카리스마적 갱신운동(Chrarismatic Renewal Movement)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는 1982년 WCC 신앙과직제위원회의 페루 리마 문서 등을 통해 성만찬 같은 예전을 갱신할 수 있었고, 카리스마적 갱신운동에서 구도자 예배와 현대적 CCM 등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한 가지 더한다면 선교 초기 전도와 회심, 체험을 강조하는 소위 ‘개척자예배’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분법적 구분 대신 둘 이상의 특징을 뒤섞은 ‘블렌디드(Blended) 예배’이다. 그는 “예배는 얼마든지 섞일 수 있고, 섞여야 하고, 섞어서 창조적이고 유기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답습하는 교회’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라며 “모두가 온누리교회나 만나교회처럼 예배드릴 순 없다.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환경이 좋다 해서 꼭 좋은 예배를 드리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안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배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예배를 드릴 것인가’ 하는 철학”이라며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선택에 따라 부분적 블렌디드 예배를 드릴 수도 있고, 하나의 교회에서 예배마다 다양한 형식을 띨 수도 있다는 것.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하거나, 서구의 예전과 한국적 전통의 조우를 추구하는 교회도 있다.

목회와신학 예배 톺아보기
▲안덕원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먼저 ‘부분적 블렌디드’ 사례를 들었다. 소망교회 예배는 칼빈의 스트라스부르와 제네바 예전과 유사하고, 담임목사가 낭독하는 ‘참회의 기도’가 유려하다.

청파교회는 감리교 예전에 충실하고 떼제 공동체 음악을 수용하며, 설교 후 침묵으로 ‘거둠의 기도’를 드리고 절기를 시작할 때마다 ‘시간의 매듭’으로써 성만찬을 실시한다. 설교자는 문학적 언어를 사용해 감동을 선사하고, 유아세례도 특징적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해 그는 “왠만한 장로교회들보다 더 예전적이다. 매달 성만찬을 하고, 사도신경과 주기도문과 교독문을 매주 실시하고 있다”며 “‘주여 삼창’에 대해서는 반감도 있겠으나, 신앙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안덕원 교수는 “획일화되고 예전이 너무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문제가 되겠으나, 다양한 요소가 들어있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며 “천편일률적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쉽지, 전통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덕수궁 옆 성공회 주교좌성당에 대해선 “옥스퍼드 출신 고교회 전통을 따르는 이들이 선교사로 초기에 들어왔기에, 전도와 함께 사회정의와 복지 등에 관심이 많았다”며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예전적으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제가 영국에서 드린 예배보다 대한성공회의 예배가 더 예전적이었다. 국악 찬송도 드리더라”고 했다.

안 교수는 “100주년기념교회 예배당을 들어가 보면, 소박한 공간 속에 담기는 메시지가 있다”며 “무엇보다 개신교회가 고딕 양식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딕은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메시지와 나름의 신앙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고 했다.

다양한 형식을 사용하는 교회들로는 만나교회와 온누리교회, 아현성결교회와 국수교회 등을 꼽았다. 만나교회 1부예배에서는 치유와 회복을 위한 합심·안수기도를 진행하고, 온누리교회는 매달 첫 주일 성만찬을 실시한다. 아현성결교회는 1부 찬양 중심, 2부 예전 중심, 국수교회는 1부 비예전적 세대통합예배와 2부 칼빈의 예전에 가까운 전통적 예배를 드린다.

그는 “온누리교회 1부예배는 전통 예배에 소리 자체가 크지 않아서 그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2부예배를 즐겨 참석하는 사람도 있다”며 “저는 이를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는 ‘꽃밭’으로 비유한다”고 했다.

또 “조명 하나만 바꿔도 예배 분위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백색 조명은 눈을 피로하게 하고, 예배당에 장식과 배너(플래카드)가 너무 많으면 청중의 시야를 방해한다”며 “사사로운 것 같지만, 이런 부분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안덕원 교수는 “온누리교회에는 순서와 순서 사이가 3초 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는 ‘3초 룰’이라는 것도 있다. 예배 순서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느낄 수 있다.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는 8개월 전에 설교 초고가 나온다고 한다”며 “우리가 대형교회의 시설 등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열정과 철저한 준비성을 배워야 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예능교회나 미와십자가교회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 경동교회와 향린교회는 한국적 전통을 접목하는 교회로 소개했다.

안 교수는 “이러한 내용들을 모두 따라할 수는 없지만, 아이디어로 갖고 있다가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일 경우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배 중 청중과의 소통, 하나님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후에는 한국 개신교회의 예배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이어갔고, 정한조 목사(100주년기념교회)와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의 패널 발표와 토의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