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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현판 앞에서 ㈜인진 성용준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 성 대표는 “태양광, 풍력에 이어 신재생에너지로 주목 받는 해양에너지 기술 개발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천연에너지의 폭을 넓히고, 지구의 기후 변화와 환경 이슈, 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연안 파력발전 기술로 미래창조과학부 창업경진대회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이지희 기자
태양광 에너지보다 50배 강하고 24시간 전기 생산이 가능한 에너지. 지구상 원자력 발전소 2000기에 해당하는 2TW(테라와트)의 에너지 부존량. 온난화 현상으로 지난 70년간 매년 0.47%, 최근 20년은 매년 2.3%씩 꾸준히 증가하는 재생에너지가 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시장 규모가 500조 원대로 전망되는 친환경 미래 재생에너지, 바로 파도에너지다.

전 세계 300여 기업이 태양광, 풍력 에너지보다 더 강하고 안정적인 파도에너지를 활용한 파력발전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상용화가 안 된 가장 큰 요인은 막대한 시공비용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기술로는 수심 20~50m의 먼 바다에 발전기를 설치하고 생산한 전기를 육상에 보내야 했다. 그러자면 보통 3km 이상의 해저 송전케이블을 매설해야 하는데, 이 비용만 최소 100억 원 이상 들었다. 하지만 수심 5m의 연안 파도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진(INGINE)은 부력체에 줄을 달아 복잡하고 약한 연안 파도에너지도 최대한 흡수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꿈꾸던 파력발전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온 것. ㈜인진의 파력발전 기술은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도서 지역은 물론, 파력발전에 큰 관심이 있는 영국과 캐나다, 충분한 전력 공급이 어려운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저개발국가 연안 지역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프랑스, 미국 등의 정부기관과 현지 전력회사, 파트너들로부터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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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진의 파력발전시설. ⓒ㈜인진
지난 7일 ㈜인진 성용준 대표를 서울 장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입구에는 시원한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현판이 있었다. 36세 때 창업에 뛰어들어 정글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그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지금까지 왔다"며 "파력발전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 고객과 사회,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ㅡ창업에 뛰어든 이후 8년의 세월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하나님의 은혜다. '이번에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진짜 회사 문 닫습니다'고 절실히 기도해도 결국엔 계약 못 하고 돌아와 '그래도 아버지를 신뢰합니다'고 기도했던 날들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회사 간판을 내리지 않고 지금껏 온 것은 하나님이 나의 방식이 아닌 당신의 방식으로 놀라운 은혜를 주시고, 응답을 주셨다는 증거다."

ㅡ30세 때부터 신앙을 가졌다. 어떻게 믿음을 갖게 됐나.

"젊어서는 하나님을 몰랐다. 진지하게 복음을 처음 들었을 때는 21살 때였다. 5주에 걸쳐 주말에 친구와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 성경말씀을 들었다. 원래 과학을 좋아하고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와 진리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특히 자연법칙의 방향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교한 생명체들이 우연히 생기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됐고, '이 세계의 디자이너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마지막 주에 친구가 '예수님을 영접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대답하면 마음대로 못 살 것 같아 '60세가 되면 믿을게'라고 말했다. 지금 돌아보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 친구가 뿌려놓은 복음의 씨앗 때문에 10년 가까이 지나 어머니께서 교회에 가자고 권유할 때 쉽게 따라나설 수 있었다. 교회에 가면서 '60세에 믿기로 했는데 30년 먼저 믿게 되는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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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에 파력발전기를 설치하면 고비용의 해저 송전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인진
촉망받는 화공학 기술자였던 성용준 대표가 연안 파력발전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은 2010년. SK에너지 플랜트 엔지니어와 사업부 과장으로 승승장구하다 사표를 내고 2011년 중소기업에서 창업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다. SK를 그만둘 땐, 같은 서울대 화공과 선배이자 우리나라 석유화학 1세대의 길을 걸은 아버지(대림산업 대표이사로 퇴직)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ㅡ자신만만하게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직접 가보니 어땠나.

"당시엔 부모님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관계가 회복된 지금은 충분히 이해한다.(웃음) 감사하게도 창업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저를 만나주셨다. 힘든 것을 잘 견디는 성격이고, '하면 된다'는 말을 신념으로 여기고 살았는데 사업은 그것만으로 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훨씬 많은 것을 깨닫게 되니 겸손해졌다."

고집도 세고 강한 성격의 성용준 대표는 10년 가까이 교회의 뜰만 밟고 있었다. 그런데 주님께서 2015년부터 그를 가까이 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관계가 회복되면서 어머니가 매일 성경 한 구절을 그에게 보내준 것이 계기였다. 한 구절씩 말씀을 읽다 성경어플로 말씀묵상을 시작했고, 거의 매일 노트에 기도를 기록했다. 하늘과 땅 차이만큼 멀리 계시던 하나님이 어느 순간부터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급진전 된 계기는 바로 2017년에 시작된 성경통독과 회개였다.

ㅡ어떤 회개를 했나.

"시작은 기도하면서 말씀 중에 주셨던 생각들에 순종하는 것부터였다. 작은 습관들, 예를 들어 별생각 없이 보던 온라인 콘텐츠들을 분별하여 보는 것, 취미처럼 생각하던 모바일 게임을 끊는 것 등이다. 그 좋아하던 술을 끊을 때는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을 주셨다. 지금도 술 생각은 나지만 먹지 않는 자유함을 얻었다. 그렇게 생긴 시간에는 성경통독을 하게 하셨다. 90여 일 만에 첫 성경통독이 끝나갈 때, 더 큰 회개의 은혜를 주셨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나님이 주인임을 고백하면서도, 하나님을 알기를 원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기 원하는 나의 존재 자체가 얼마나 죄인인지 깨달아졌다. 회개의 은혜 속에서 내가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2018년 초, 성 대표는 그동안 성령님이 거하시는 전인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개도 했다. 회개 이후 4년 넘게 그를 괴롭힌 족저근막염을 치유받았다. 생활습관에도 변화가 왔고, 1년 간 체중이 20kg 가까이 줄어 대학교 1학년 때 체중으로 돌아갔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으로 회복되고, 항상 떨어지지 않던 만성피로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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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연안에 시험적으로 설치한 모습. ⓒ㈜인진
"연안 파력발전 효과적인 지역에 땅끝 많아"

'인진'이라는 회사 이름은 사람과 기술을 기반으로 인류의 행복에 창의적으로 공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회사 CI(Corporate Identity)에는 기독경영연구원이 제시한 기독경영의 6가지 원리 '창조, 책임, 배려, 공의, 신뢰, 안식'에 대한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정직과 신뢰를 기반으로 전문성을 확보하여 고객, 주주, 구성원, 사회, 인류로부터 우호적 지지를 얻는 것이 경영원칙이다. 인사평가시스템이나 급여시스템에서는 직원들의 거주지,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배려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ㅡ재정적 어려움은 어떻게 대처해 왔나.

"아직 회사가 매출이 있는 단계가 아니다 보니 재정 압박은 늘 있었다. 재정적인 상황을 바라보면 근심, 불안, 염려, 초조가 올라오고, 그것에 등 떠밀려 다른 일을 미루거나 소홀히 하면서 자금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그 순간만큼은 주님이 내 주인이 아니라 재정이 주인이었다. 그러나 2018년, 말씀을 보면서 재정관에 대한 회개를 경험했다. 재정 때문에 하나님께 믿음 없는 행동을 많이 한 것을 회개한 후 굉장히 오랫동안 받아 온 재정의 압박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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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준 대표는 “'내 양을 먹이라'는 말씀에 감동이 와서 창업을 결심한 만큼, 개인적 관심 영역이 에너지뿐 아니라 환경, 농업, 식량, 교육까지 다양하다”며 “파력발전은 하나의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ㅡ㈜인진의 비전은.

"사람과 기술로 인류 행복에 창의적으로 공헌한다는 회사의 이름과 CI대로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기술로 가장 효율적으로 파력발전 할 수 있는 지역이 땅끝이 많다. 시장과 선교지가 많이 겹친다. '내 양을 먹이라'는 말씀에 감동이 와서 창업을 결심한 만큼, 개인적 관심 영역이 에너지뿐 아니라 환경, 농업, 식량, 교육까지 다양하다. 파력발전은 하나의 시작이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파력발전을 계기로 다양한 사업이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저개발국 연안 지역에서 전기가 있으면 물과 식량을 만들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학교도 세워지고 지역사회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ㅡ킹덤컴퍼니를 꿈꾸는 크리스천 CEO나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재정을 다루어 부가가치를 창조해야 하는 기업의 대표가 재정에서, 특히 그 책임감의 무게에서 자유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크리스천 기업가라면 재정과 하나님 사이에서 하나님을 선택할 수 있는 믿음이 있어야 하나님이 사용하실 수 있는 기업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브라함은 말씀에 순종하여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바치고자 했다. 그때 이미 우리 마음의 중심을 보시고 아시는 하나님이시지만,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고 하셨다. 하나님께 쓰임 받고 싶은 기업인이라면, 하나님과 재물 중 하나님을 선택하는 믿음을 보여 드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