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TV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다소 낯선 장르였던 ‘힙합’이 등장했다. 특히 학생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힙합경연대회부터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힙합은 말 그대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기독교계에서는 ‘쇼미더머니’에서 ‘비와이’가 우승을 거머쥔 이후 힙합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래퍼 다비드(남성민 전도사)
▲데뷔 1주년 공연 ‘The One & Only’ 콘서트에서 공연 중인 래퍼 다비드. ⓒ김신의 기자

홍대 한복판 어두운 공연장, 비트와 리듬이 가득한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울려퍼졌다. 다비드의 데뷔 1주년 공연 ‘The One & Only’ 현장. 래퍼이자 전도사인 다비드는 ‘솔직한 음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랩을 통해 자신의 부끄러웠던 과거를 꾸밈없이 고백한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깍두기에 물 말아 먹을 때 가난과
사람들 눈치 보며 살아가던 나…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는 나를 사랑한다고
나 오직 주님만 바라보리라’
- 다비드(DAVID)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中

최근 영등포 한 카페에서 만난 다비드, 남성민 전도사를 만났다. 목회자의 길을 먼저 준비하던 그는 현재 나사렛 신학대학원(MDiv)에 재학 중이며 뒤늦게 음악을 시작했다. 수차례 CCM대회에서 금상과 대상을 수상한 그는 작년에 첫 앨범을 냈고, 데뷔 1주년을 맞아 지난 9일 서울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오는 16일에는 천안에서 ‘The One & Only’ 콘서트를 갖는다.

- 언제부터 목회자와 래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나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목회하시는 것을 봐오면서 목회자가 되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목회의 길을 간다고 하니 아버지께서 기뻐하셨는데, 시야와 역량을 넓히라고 학부는 신학이 아닌 다른 학과를 가길 권하셨어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 국제경영학과를 들어가서 경영과 영어를 공부했는데, 지금은 음악과 신학을 하고 있네요.(웃음)

오히려 음악은 늦게 시작했죠. 24세에 친동생과 함께 처음 곡을 만들어 나간 대회에서 ‘대상’을 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곡인데, 삶과 살아온 환경, 그리고 어떻게 예수님을 만났는지에 대해 전하는 곡입니다. 작년에 앨범을 냈죠.”

- 가사를 보면 목회자 자녀로서 받은 상처가 있는 거 같은데요.

“하나님이 안 믿어졌었죠. 부모님은 하나님의 종이라고 하는데, 너무 가난하다 보니 위축된 게 있었어요. 또 부모님이 사역을 열심히 하셔서 많이 바쁘셨고, 저도 어린 아이인데 빨리 성숙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요. 항상 어딜 가든 누구 목사의 아들이라고. 그런 호칭이 무겁고 부담스러웠죠. 믿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을 전도하려 했고요.”

- 그런데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됐나요?

“중학교 때 목회자 자녀 수련회를 갔는데 저와 비슷한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마음이 편했어요. 그런데 찬양 인도하시던 목사님이 ‘너흰 누구 목사의 아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했고, 그 뒤로 진실되게 하나님을 찾았죠. 그때 ‘나 주님의 기쁨 되기 원하네’라는 곡이 나오는데 저도 모르게 하늘로 손을 향해 들면서 울었죠. 이게 진짜 제 마음의 진실된 고백임을 그 때 깨달았어요.

그렇게 은혜받고 학교로 돌아갔는데, 제 삶은 여전한 거예요. 은혜받고 방황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아무도 저를 사랑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어요. 학교에서는 문제아, 집에서는 부모님을 힘들게 하는 존재, 교회 예배에서는 쫓겨나기도 하고. 기도도 못 하겠더라고요. 하나님을 원망했어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너를 사랑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큰 충격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첫 곡으로 나오게 됐어요.”

- 은혜받고 변화됐지만, 여전히 괴로워하는 청년들에게 전도사로서 어떻게 조언하나요?

“사역하다 보면 그런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많아요. 우리가 은혜를 받았지만, 예수님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하나님의 자녀가 됐는데, 여전히 변함없는 나의 존재가 있어요. 먼저는 불완전한 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죄책감에 눌려 하나님을 떠나는 것은 사단이 좋아하는 행동이에요. 하나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시는데 내가 죄를 짓고 하나님을 떠나더라고요. 우린 그럴수록 더 예수님의 십자가를 붙잡아야 해요. 사실 우린 영원한 형벌을 받아도 마땅한 자들인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로 말미암아 오늘도 우릴 구원하세요. 그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는 게 먼저인 거 같아요.”

래퍼 다비드(남성민 전도사)
▲래퍼 다비드는 요한복음 14장 6절을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로 꼽으며 “예수님을 믿고나니 제 삶의 모든 길, 생명, 진리의 초점이 예수님으로 맞춰졌다”며 “지금도 묵상하고 있는 이 말씀이 복음과 예수님에 대해 좀 더 알고 믿음에 거할 수 있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김신의 기자

- 신앙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믿음으로 살기 위해 매일 경건 훈련을 해요. 또 지체들과 믿음의 대화를 나누면서 제 신앙을 바로 잡고 많이 깨닫게 되는 거 같아요. 사역자지만 교회의 한 지체, 한 몸이라는 생각을 갖고 교제하고 만나는 시간을 가져요. 조금만 시선을 놓치면 혼자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정말 많은 동역자를 붙여주셨어요. 혼자 있으면 몸은 편할 수 있지만 그게 오히려 저를 고립시키게 되니, 저를 안전한 자리, 은혜의 자리, 동역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노출을 많이 시키려는 거 같아요. 그렇게 안 하면 못 살겠더라고요.

특별히 아버지와 사역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잘 모르더라고요. 사역하게 되면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고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진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제가 못난 부분이 많은데, 그런 저를 길러주신 것만 해도 감사하고 너무 존경스러워요. 또 감사한 건, 부모님께서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끝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사역하시려는 모습이예요.”

- 래퍼가 되기로 한 이유가 있다면?

“원래 모든 음악 장르를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힙합에 빠졌어요. 개척교회 목회자 자녀로 남들에게 속 얘기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힙합 영화를 보면서 랩으로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랩의 매력에 빠졌죠.

처음엔 부담이 됐지만, 꼭꼭 숨기던 이 전날의 제 약함을 고백하고 난 후 느낀 환희랄지 자유랄지… 표현이 좀 어렵네요.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사랑하게 됐죠. 요즘 아이들이 자존감도 낮지만,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하지 못해요.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이랬어’라고 다 밝히니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더라고요. 이렇게 부족한 저를 사용하신다는 걸 많이 느껴요.”

- 이번에 데뷔 1주년을 맞으며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으시죠?

“콘서트 제목이 ‘원 앤 온리(One and only)’인데요. ‘유일한 단 한 가지’라는 뜻도 있지만, 예수님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해요. 제 음악이 찬양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제 음악 가운데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는 게 많아요. 제 삶에서 예수님을 빼놓을 수 없더라고요. 즐거움을 드리면서도 힘든 분에게 위로도 드리고 싶어 여러 가지로 ‘단 하나의 콘서트’가 되자는 의미로 준비하고 있어요.

래퍼 다비드(남성민 전도사)
▲데뷔 1주년을 맞은 래퍼 다비드는 “하나님께서 하게 하신 거 같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하신 것도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다비드 제공

- 다음 앨범 계획은 어떤가요?

“두 방향을 생각하고 있어요. 첫째는 제가 주로 해온 곡인데요, 예수님을 모르는 자도 함께 즐기고 따라가고 교감할 수 있는 곡이에요. 다른 하나는 곡에 깊이 있게 복음을 담고 싶어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하나님의 계획…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인 이 복음을 노래하고 싶어요. 청소년들에게 막상 '복음이 뭐냐'고 물으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이 정도밖에 말을 못 해요. 믿음과 구원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음악적 수준, 실력, 여러 부분에 있어 복음을 전하기 위해 더 잘하고 싶어요.”

- 특히 요즘 청년들이 이 장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얼마 전 여고에서 공연을 하는데, 처음 듣는 곡인데도 라임을 같이 따라서 하더라고요.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전개가 되는지 지식이 다 있고, 힙합과 랩 문화에 정말 익숙한 것 같았어요. 그렇기에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음악이 나쁜 건 아닌데, 요즘 건강하지 못한 가사의 음악이 종종 있어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따라 부르는데, 그런 음악을 듣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악을 들려주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비와이나 먼저 활동하신 크리스천 래퍼분들 덕분에 저와 같은 래퍼들이 활동할 길이 많이 열린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장 앞에 놓인 게 콘서트다 보니, 콘서트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서울과 천안에서 두 번의 콘서트를 진행하는데, 준비하면서 하나님의 많은 은혜를 경험했어요. 저 혼자 하는 게 아님을 깨달았고요. 이 한 번의 콘서트를 통해 주님께서 정말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붙여주시고, 교제하게 하시고, 더 많은 하나님의 섭리를 알게 하셨어요. 무엇보다 주님의 은혜 안에서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고요. 더 많은 분과 교제하고 교감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저의 일은 한 가지를 위한 두 가지 일인데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래퍼이고 또 전도사이니 이 길을 갈 때 더더욱 주님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한 쪽으로 치우치기가 쉽더라고요. 날마다 주님의 인도하심에 겸손히 순종할 수 있는 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