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앞에 순수하고 정직하면, 반드시 형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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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교회 밖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생업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물론 쉽지 않겠지만, 목회 또한 쉽지는 않습니다.

총신대를 입학하면서, 동기라고 하는 이름으로 제게 주어진 숫자가 약 700여명 되었습니다. 그 분들이 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사역지에서 참된 기쁨과 만족함으로 사역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제 동기 숫자만 700명, 함께했던 1년 선후배 숫자까지 합치면 약 2,100명이 됩니다.

그 분들이 지금 기쁨과 만족함의 목회를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야 하는 새내기들도 어제 통계를 보니 10명 중 1명만이 정규직으로 취직이 됐다는 취업난 소식이 들려 왔는데, 목회지는 과연 어떨까요?

저의 아버지 대에 목회하신 분들이 개척을 하면서 힘들고 곤고했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잠을 잤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 흔한 이야기처럼 들릴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개척의 길을 뛰어든 것은, 몰라도 너무 몰랐던 철없던 객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척 후 5년쯤 지나면 예배당을 지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부교역자 시절 개척을 하면서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의 개척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렇게 하기 어렵나 하는 생각이 많았고, 제가 하면 그렇지 않으리라는 자만과 교만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3년 정도 하면 100명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고, 5년 정도 지나면 충분히 예배당을 짓고 자신감 있게 목회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목회자의 생각과 어리석음,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던 개척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 때 가장 힘들고 어렵게 했던 것은 바로 저 자신의 무기력함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는 있을까? 왜 우리 교회에는 사람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지배했습니다.

나름대로 순수하고 깨끗하고 정직하게 해 보려고 했던 목사의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산산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사람들도, 예배를 드리는 사람의 수가 교회 사이즈에 비해 너무 적으니(100석에 6명으로 시작했습니다) 다 가버리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더욱 나 자신의 어깨는 기가 죽어져 갔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런 무기력함과 자신감 상실의 순간, 나의 인생에 가장 밑바닥을 치는 듯한 그 순간에 결국 붙들었던 것은 성경이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순수한 마음과 정직한 마음으로 시작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형통함으로 인도하시리라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잘못됐음을 깨달았습니다.

제 순수한 마음과 정직한 마음이 우선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적 은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입니다.

나의 노력, 나의 행함, 나의 의지, 나의 목회철학 이런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더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주님의 길을 가는 삶은 이 세상의 가치 기준으로 행해서는 안 되고, 내가 무엇인가 준비했다고 하는 보상에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서상진 목사.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인가를 했다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무언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무너지고 낮아진 그 자리에서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는 질문에 ‘주님, 내가 주님을 사랑하나이다’라는 철저한 신앙고백이 다시금 나를 일으키고,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했다고 하는 보상으로 신앙생활을 하지 마십시오. 내가 무엇을 준비했기에, 내가 하나님께 무엇을 했기에 나에게 형통한 삶이 보장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에서 벗어나십시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삶의 어려운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내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다는 철저한 신앙고백만이 나를 새롭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서상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