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노회 기도회
▲서헌제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교회의 가장 중요한 목사 지위, 법원이 판단해서야

이번 판결대로면 목사직 유지할 교회 얼마나 될까
대법원, 고등법원 영역인 사실심 개입해 판결 번복
평온할 때 법과 제도 정비해야 위기 올 때 지켜줘

사랑의교회 위임무효 판결을 우려해 열린 ‘한국교회 회복과 종교의 자유 수호를 위한 제1차 동서울노회 목사 장로 기도회’에서 서헌제 교수(교회법학회 회장)는 ‘왜 우리가 기도회로 모여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서헌제 교수는 “이번 사건은 특정 목사의 문제가 아니다. ‘가이사의 법정’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지위에 있는 목사의 자격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시대가 왔다”며 “이렇게 가다 보면, 한국교회에서 목사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교회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법은 제단에 들어올 수 없다’는 유명한 말처럼, 국가 권력은 교회를 통제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국가 공무원이나 기관에서 특정 종교를 지원하거나 압박해선 안 된다”며 “그러나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 스스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분쟁 당사자인 교회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개입하는 것”이라며 “한국교회에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사도 바울 시대부터 있었다. 하지만 교회 내에서 은혜 가운데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서헌제 교수는 “그래도 헌법상 국가 기관인 법원은 교회의 고유한 영역, 즉 어떤 믿음을 갖고 어떻게 예배드리고 교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의 문제에는 개입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모든 사안에서 개입을 거부하진 않는다. 모든 국민은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를 헌법에서 또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법원에서 교회 내 문제에 개입하는 네 가지 경우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①교회 내 분쟁이 직접 국민으로서의 권리 의무의 선결 문제가 되는 경우 ②교회의 결정이라도 그것이 중대한 절차를 명백히 위반해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 ③교회의 결정이 그 내용이나 결과가 너무나 부당해 사회질서에 비춰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경우 ④교회 내에서 자율적인 문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동서울노회 기도회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사랑의교회 문제를 예로 들면서 “담임목사가 되려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헌법이 정한 목사의 자격을 구비해야 한다. 총회는 두 가지로 그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며 “하나는 신규 자격으로, 직영 신대원 3년 과정과 1년 전임전도사 사역을 거친 후 목사고시를 통과하면 안수를 받을 수 있다. 또 하나는 다른 교단에서 이미 목사 안수를 받은 경우로, 편목 과정을 거쳐 강도사 인허를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정현 목사는 18년간 미국에서 정상적으로 목회하다 합동 총회 소속 사랑의교회로 청빙받았다. 목사로 청빙받으려면 지교회 교인들의 공동의회 결의를 거쳐 청빙 승계를 받아, 목사 위임의 전권을 가진 노회가 위임 결의를 해야 한다”며 “고등법원까지는 미국에서 목사를 했고 편목 과정을 거쳤으므로 이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편입이 아닌 신규에 의한 목사 자격 취득이 없었다고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헌제 교수는 “교회의 핵심은 누구인가. 기독교는 담임목사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그 목사의 자격을 어떻게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가”라며 “이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다 보니 비판도 받고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앞에서 본 것처럼, 법원이 교회 분쟁에 개입할 때는 교회 내에서 해결이 안 되는 경우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강북제일교회 사태가 있었다. 이 사건에서는 일부 교인들이 먼저 총회재판국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국가법원에 제소했다”며 “그러나 사랑의교회 사건은 이러한 내부적 절차를 무시하고 곧바로 국가법원에 제소했다. 그러므로 법원이 이를 다투는 것은 월권이기에, 소송을 각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동서울노회의 청빙결의가 잘못됐다고 결과를 뒤집으려면, 동서울노회의 판단이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위반이 있어야 했다. 법은 상식이기 때문”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오정현 목사는) 미국에서 18년간 목사직을 수행했고 이것이 성공적으로 평가돼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로 청빙됐다. 청빙 절차에 있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도 대법원 주장처럼 신규 목사로 편입해야 하는가? 상식에 어긋난 결정”이라며 “(오정현 목사는) 편목 과정으로 이미 자격을 갖춘 가운데, 소정의 교육을 더해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동서울노회 기도회
▲기도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헌제 교수는 “이 판결의 가장 큰 문제는, 편입이나 편목이냐 하는 사실 판단의 경우 고등법원에서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상 사실 판단은 고등법원의 전결사항”이라며 “그러나 대법원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한 잘못 또는 이유에 모순’이라는 이유로 사실심에 개입했다. 고등법원에서 편목으로 판단한 것을, 대법원이 일반편입으로 사실 확정해 판결을 번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서 교수는 “지금 소송을 수행중인 목사님들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후에도 고등법원에서 뒤집힐 수 있겠다고 기대할 수 있지만, 고등법원은 대법원 결정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 재상고로 뒤집을 수 있을까? 법학자로서 생각할 때 불가능한 일이라 본다. 먼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기도할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먼저 우리 교회는 잘 했는가를 생각해 보자. 법과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 교단의 헌법이 너무 허술하다. 마음 먹고 걸면 걸리지 않을 교회가 없을 정도”라며 “평온하고 은혜로울 때 법을 잘 만들어 놓고 정비해야, 위기가 닥쳤을 때 법이 그것을 막아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로는 “지금으로선 뒤집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나님이 계시고,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시다. 사랑의 하나님이시면서 공의의 하나님이시다. 일점 일획도 그 말씀에 변동이 없으시고, 공의의 말씀으로 모든 것을 감찰하시며 심중을 꿰뚫으신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났으니, 겸손히 엎드려 공의의 하나님께 기도하는 일이 남아있다. 홍해를 가르신 하나님께서 무엇을 못하시겠는가”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사랑의교회가 너무 호화스럽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대법원 앞에 하나님의 권력을 상징하는 교회가 당당하게 서 있는 것도 은혜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하나님께서는 교회의 주인이시지만, 이 세상의 주인이시기도 하다. 그 분의 전능하신 능력을 놓고 기도하자”고 권면했다.